(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국어사전을 놓고 언론인 출신 홍보수석의 해명을 들여다 봐야 하는 일이 생길지 몰랐다.
대통령실 집무실 이전에 대한 용산의 해명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대통령실 이전비용으로 496억원을 확언했다.
대통령 비서실 국방부 본관 이전 및 리모델링 252억원.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건물 이전 118억원.
대통령 경호처 이사 비용 99억9700만원.
한남동 공관 리모델링 및 경호시설 설치비 25억원.
여기엔 한병도 민주당 의원이 밝힌 추가 비용이 빠져 있다.
대통령 경호를 위한 101·102경비단 이전비용 50억원.
국방부 부서 통합 재배치 193억원.
국방부 2분기 예산에서 전용한 29억5000만원.
행안부 3분기 예산에서 전용한 관저 리모델링 추가예산 20억9000만원.
한병도 의원은 이렇게 묻는다. 496억원은 거짓말이었나요?
이에 대한 김은혜 홍보수석의 답은 아래와 같다.
“이전비용이라는 것은 보통 이사비용, 전용된 예산은 이전비용이 아닌 부대비용”
대통령실의 해명을 헤아려보면 101·102경비단을 옮기기 위해 대통령실을 옮기는 게 아니고, 대통령실을 옮기기 위해 101·102경비단을 옮기는 것이니 대통령실 이전이 주 비용이고, 101·102경비단 이전이 부수비용이라고 하는 듯 싶다.
그렇지 않다.
그대들은 휴대폰 사면서 충전기는 안 살텐가.
통상 잘 안 쓰는 말을 홍보수석이 쓰셨으니 그 말을 한번 풀어보자.
부대비용의 부대(附帶)는 기본이 되는 것에 곁달아 덧붙인다는 뜻을 갖고 있다. 영어로는 incidental expense라고 하는데 incidental은 ‘부수적인’이란 뜻이며 ‘부수(附隨)’란 부대와 같은 뜻이다.
그리고 회계처리에서 부대비용은 주 비용 외에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말한다.
해외직구로 비유하면 상품 구매비는 주 비용, 운반비‧수수료는 부수비용, 관세와 부가가치세는 제세금으로 처리해 경비 처리를 한다.
회계상 둘의 차이를 보면 주 비용 쪽은 자산에 들어가며, 부수비용 쪽은 말 그대로 경비 처리 된다.
이 개념에서 경비단 이전비용을 보자.
대통령실을 가동하려면 경호가 필수적이고, 경찰 경비단 이전도 필수다. 휴대폰이 필요하지만, 충전기나 충전기 케이블도 사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경비단 이전도 자산으로 남고, 경호처도 자산이요. 충전기도 자산이다.
블루투스 이어폰(인테리어비) 등 편의비용도 부수비용이 아니라 주 비용이다. 왜? 자산으로 남으니까. 윤석열 대통령도 인테리어비를 496억원에 잘 넣으셨다.
경비단 이전이 부라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그럼 경호처 이전도 부수비용이란 뜻인가.
하나 물어보자.
실미도 부대가 청와대로 갈 때 경호처가 막았나.
아니다. 경찰과 군이 막았다.
경호처는 신변보호고, 기관 방호는 경비대나 군부대가 맡는다. 영화를 봤으면 중학생도 안다.
국민에게 상식으로 대해야 할 소통을, 부대비용같은 익숙하지 않은 용어로 비트는 것은 참으로 황망하기 짝이 없다.
존경받는 선임 기자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씀이 무엇인가. 기사는 어르신들과 아이들도 쉬이 이해하는 말로 써야 한다, 그렇게 배워오지 않았는가.
국어사전이나 회계상식을 갖다 놓지 않아도 되는 소통.
그게 대통령실의 일이다.
제발 국민을 위해 그리 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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