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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04 (수)


[기자수첩] 전쟁의 충격은 코스피로 향한다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중동에서 벌어진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한국 금융시장을 정면으로 흔들고 있다. 전쟁은 페르시아만에서 벌어졌지만 금융시장의 충격은 아시아 시장을 통해 곧바로 국내로 전달됐다.

 

시장의 반응은 꽤 즉각적으로 터져 나왔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이어진 중동 사태의 파장은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증시에서 가장 먼저 드러났다.

 

한국 증시는 연휴로 인해 다른 시장보다 하루 늦게 열었지만, 그사이 쌓인 불안을 한꺼번에 반영하듯 급격한 변동성을 보였다. 코스피는 하루 만에 7% 넘게 급락했고,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최근까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코스피는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였다. 상승 흐름의 기반이 생각보다 취약할 수 있음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일본과 대만 시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닛케이 평균주가는 이틀 동안 4% 넘게 하락했고, 사상 최고치 부근까지 치솟았던 대만 가권지수 역시 연속 하락하며 상승분을 단기간에 반납했다. 지정학적 충돌이라는 변수 앞에서 아시아 증시가 동시에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 뒤에는 아시아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자리 잡고 있다. 중동에서 발생하는 지정학적 리스크는 다른 지역보다 아시아 금융시장에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아시아 경제가 중동산 원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원유 대부분을 수입하는데, 그 상당 부분이 중동에서 들어온다. 한국은 원유의 경우 약 70%, 일본은 90%를 중동에서 가져온다. 이런 상황에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 위협을 받거나, 통행이 불안정해지면 국제 유가는 곧바로 상승 압력을 받는다. 유가가 움직이면 아시아 경제의 비용 구조 역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시장은 유가 변수에 가장 먼저 반응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거론되자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80달러 선까지 올라섰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단순 원가 부담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의 생산 비용을 높이고, 무역수지를 악화시키며 동시에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키운다. 유가 충격이 실물경제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시장 전반의 긴장감도 급격히 높아졌다.

 

환율 역시 빠르게 움직였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대거 매도하면서 달러 수요가 늘었고 원·달러 환율은 단기간에 크게 뛰었다. 최근 상승장에서의 차익을 실현하려는 외국인 매도까지 겹치며 환율 상승 압력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게다가 최근 코스피는 연초 이후 50% 가까이 급등한 상태였다. 이미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강한 상승 흐름 속에서 지수 레벨에 대한 부담이 누적돼 있었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이라는 외부 충격이 발생하자 일부 투자자들이 위험 노출을 줄이기 위해 빠르게 포지션을 조정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지정학적 충돌이 발생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반응 순서가 있다. 국제 유가가 움직이고, 그다음 환율이 상승하며, 이후 외국인 자금 흐름이 변화하고, 마지막으로 주식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흐름이다. 이번에도 시장은 거의 같은 순서를 따라 움직였다.

 

결국 시장이 주목해야 할 변수는 전쟁 그 자체보다 에너지 가격이다. 유가 상승이 단기적인 충격에 그친다면 금융시장은 빠르게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에너지 가격 상승이 장기화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비용 상승과 물가 압력이 동시에 확대되면서 글로벌 경기와 금융시장 모두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한국 금융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와 외국인 자금 비중이 큰 주식시장 구조 속에서 중동에서 발생한 충돌은 곧바로 서울 금융시장으로 전달된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 이상 먼 지역의 뉴스로만 남지 않는 이유다.

 

전쟁은 페르시아만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 충격이 가장 먼저 숫자로 드러나는 곳 중 하나는 한국 증시다. 유가와 환율, 외국인 자금이 흔들리는 순간 글로벌 리스크는 곧바로 코스피에서 숫자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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