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환율이 1500원대에 근접한 지금, 2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동결 판단은 여전히 유효한가.
당시 금통위원들은 물가 상방 압력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제시하며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둔화 흐름이지만 지정학 리스크와 원자재 가격, 주택시장 흐름을 감안하면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문제는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시장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는 점이다.
중동 지역 군사 충돌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넘나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국제유가 상승과 달러 강세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빠르게 확대됐다.
환율 급등은 수입 물가를 자극하고, 이는 다시 국내 물가로 이어진다. 2월 금통위가 전제했던 ‘완만한 물가 경로’가 다시 점검 대상이 됐다.
또한 눈에 띄는 점은 이번 환율 흐름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전쟁 → 에너지 가격 급등 → 달러 강세 → 원화 약세라는 전형적인 경로다. 당시 환율은 반년 만에 1200원대 초반에서 1400원대로 급등했고, 안정까지 약 1년이 걸렸다.
다만 이번 흐름을 단순히 2022년의 반복으로 보기는 어렵다. 당시에는 전쟁 충격에 따른 환율 급등 국면을 얼마나 빠르게 진정시키느냐가 정책의 핵심이었다. 실제로 외환당국은 대규모 달러 매도와 외환스와프 재가동 등을 통해 단기간 내 상승 속도를 억제하는 데 집중했다.
반면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외환당국은 이미 2022년에 활용했던 카드들을 상당 부분 다시 꺼내든 상태다. 스무딩 오퍼레이션,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전략적 환헤지 등이 대표적이다. 즉 추가로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여력이 제한적인 가운데 상승 압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중동발 에너지 가격 변수와 달러 강세가 겹치면서, 환율이 고점에서 장기 체류할 가능성까지 열려있다. 환율 급등을 진정시키는 문제가 아니라, 높은 수준 자체를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의 문제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주택시장 변수도 여전히 남아 있다. 금통위 내부에서도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과 중저가 주택 거래 증가가 가계대출 확대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환율과 물가, 부동산 문제가 동시에 엮이면서 정책 판단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이제 공은 통화정책으로 넘어왔다. 2월 26일 기준으로는 합리적이었던 ‘동결’ 판단이, 지금 시점에서도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는가.
금리를 올리기에는 경기 부담이 크고, 동결을 유지하자니 환율과 물가 압력이 쌓인다. 환율이 1400~1550원대에서 장기화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통화정책도 더 이상 동결로 버티기 어려워지고 있다.
결국 금통위 앞에 남은 건 방향이 아니라 ‘대가’다. 동결은 환율과 물가를 밀어올리고, 인상은 부동산과 경기 부담을 압박한다. 어느 쪽도 가볍지 않다.
시장에서는 4월 금통위에서도 동결 결정이 나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대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성급한 정책 전환이 부담이라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더 이상 시간을 벌 여유가 없다는 점이다. 환율과 물가 압력이 누적될 경우, 동결은 더 이상 중립적인 선택이 아니다. 결정을 미룬 대가는 결국 더 크게 돌아온다. 버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선택의 폭은 줄고 비용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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