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다음 달 미국이 환율관찰대상국 명단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한국이 해당 명단에서 빠질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재무부는 미국과 교역 상위 20개국의 거시·환율정책을 평가해 환율심층분석국·관찰대상국을 지정하고 있는데, ▲150억 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 3%를 초과하는 경상수지 흑자 ▲12개월 중 8개월간 GDP의 2%를 초과하는 달러 순매수 등이 요건이다.
이중 2가지에 해당하면 관찰대상국, 3가지는 심층분석국으로 분류된다.
한국은 지난해 대미 무역 흑자는 445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경상수지는 명목 GDP(1조7131억 달러(354억9000만달러)의 2.1%에 그쳤다.
위의 세 가지 요건 외에도 미국 재무부가 주관적으로 추가판단하는 영역이 있기에 아직 지정 제외를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요소가 뚜렷하기에 지정제외가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미국의 환율조작 감시가 시작된 이래 대미 무역 흑자와 경상수지 흑자 두 가지로 미국의 환율관찰대상국으로 꾸준히 지정돼 왔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무역동력이 뚝 떨어지면서 처음으로 관찰지정국에서 제외됐다.
다만, 일각에선 최근 반도체 수출 호황으로 환율관찰국에 다시 지정될 수 있지 않느냐 하는 관측을 제시하기도 한다.
미국이 지정하는 환율관찰대상국 명단에서 빠졌다는 것은 미국으로부터 투명한 외환 정책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라고 해석되기 어렵다.
미국이 달러환율관찰‧분석국 지정을 하는 근거법의 정확한 이름은 2015년 제정된 ‘무역 촉진 및 집행(제재·단속)에 관한 법(TRADE FACILITATION AND TRADE ENFORCEMENT)’이다.
미국 의회가 수입규제로 자국 무역수지 개선을 가져오기 위해 만든 법이며 1974년 무역법, 1988년 종합무역법의 연장선에 있는 법이다.
미국이 달러 환율 관련 분석과 관찰을 하는 이유는 달러통제권 유지 등을 위해서다.
달러 환율에 영향을 줄 만한 강도가 큰 국가를 찾고, 해당 국가가 달러를 일거에 사들여 실제 환율 변동에 영향을 일으키는 정책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살핀다.
미국 간 150억 달러 무역수지나 GDP 3%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는 해당 국가가 일정 수준 이상의 달러를 빨아들이고 있다는 뜻인데 여기까지는 관찰대상에 넣는다. 장사를 잘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사도 잘되는데 정부가 환율 변동 대비 이상의 달러를 직접 다량 매입하겠다는 것은 의도적으로 달러를 빨아간다는 의미이기에 해당 사안이 발생할 경우 판단에 따라선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