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홍기용 인천대 명예교수, 전 한국세무학회장) 최근 정부는 “고가의 집을 보유하는 데 부담이 크면 집을 팔 것이고, 유동성이 생길 것”이라며 “재산세를 1% 메긴다고 치면, (집값이) 50억이면 1년에 5000만원씩 (보유세를) 내야”라며, 보유세 강화를 예고하는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정부는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마다 보유세를 강화하는 세금대책을 반복적으로 내놓고 있다. 주택의 소유자들이 높은 보유세로 인하여 매물을 내놓아 주택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 논리를 무시한 ‘세금 만능주의’의 한계이며, 경제 현실을 너무 단순화하고, 지나친 정치적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시장경제체제의 국가에서는 주택가격의 안정화 대책은 주택공급이 우선이고, 그 다음으로 규제와 세제를 보조수단으로 거론될 수 있다. 주택공급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지만, 주택가격 안정화에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럼에도 단기간 세금정책으로 해결하려는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 주택가격은 주택공급 이외에 금융, 인구 구조, 심지어 사회적 불안 심리까지 다양한 영향을 받는다. 그동안 똘똘한 한 채 중심의 주택정책으로 인하여, 1세대 1주택자가 많아졌고, 그들은 보유세를 올린다고 쉽게 주택을 팔고 이사할 형편이 되지 않는다.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보유세를 올려 주택가격을 조정하겠다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다.
보유세의 강화는 1주택자에게도 많은 세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헌법이 보장한 재산권과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하는 문제도 있다. 헌법 제23조는 재산권을 보장하며, 공공복리를 이유로 제한할 경우에도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그러나 보유세는 보상이 없는 사실상의 재산권 침해다. 이런 과도한 보유세는 헌법 제14조가 명시한 거주이전의 자유도 무색하게 한다. 보유세를 감당하지 못해 ‘이사’를 강요당한다면, 조세정의가 아닌 조세폭거에 가깝다.
OECD 주요국 중 우리나라처럼 ‘재산세+종합부동산세’라는 ‘이중과세형 보유세제’의 체계를 운영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 고가 자산에 대한 누진세 개념은 있어도, 중앙정부가 별도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보유세인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종합부동산세는 부유세도 아니면서 실질적으로는 ‘징벌적 보유세’로 평가되면서 부동산 가격 안정의 목적이 아니라 세수 확보의 목적이라는 비판이 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는 주택매입시의 가격을 과세표준으로 하여 1% 세율로 재산세를 부과한다. 그러나 과세표준은 연 2% 이내에서만 조정할 수 있도록 제한됨으로써 주택가격이 크게 올라도 사실상 재산세의 부담은 거의 늘지 않는다.
특히 고령자는 현재 살고 있는 주택가격과 동일한 새로운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기존 주택에서 냈던 재산세를 내도록 배려해 주고 있다. 즉, 주택매입시 결정된 재산세는 수십년이 지나도 거의 상승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매년마다 시가를 새로이 평가하여 과세하기 때문에, 주택가격이 오르면 보유세도 크게 상승하는 구조여서, 소득이 없는 고령자일수록 고통이 크다.
보유세 인상은 단기적으로 주택소유자에게 ‘심리적 위축’을 불러와 일부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역효과를 낳는다. 결과적으로 주택시장은 왜곡되고, 국민의 불신을 낳게 한다. 이미 과거 정부 때에도 세금을 통한 부동산안정화는 실패한 바 있다.
주택가격 안정화는 보유세의 정책수단을 하기보다는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적인 주택공급대책으로 해야 한다. 이후에 금융정책, 세제 등이 보조적 정책수단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세금으로 부동산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은 버리고, 국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주택공급의 정책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프로필] 홍 기 용
•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부 명예교수
• 한국납세자연합회 명예회장(회장역임)
• 한국감사인연합회 명예회장(회장역임)
• 한국복지경영학회 명예회장(회장역임)
• 한국세무학회 고문(회장역임)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