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박완규 논설위원)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문제 해결이 어려운 까닭은 최적의 정책을 찾아내기도 어려울 뿐더러, 찾아낸 최적 정책의 효과가 국민이 정책에 대해 갖는 기대심리와 정부에 대한 신뢰도에 따라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을 국민이 믿으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고 시장 수요가 감소해 실제로 집값이 안정될 수 있다. 반대로 같은 정책이라도 믿음이 없다면 되려 집값이 오를 것이라 예상한 수요 증가로 집값이 상승하게 된다.
이재명 정부가 지난달 15일 제3차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3중 규제’를 단행했다. 수도권 고가주택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15억 초과 4억 원, 25억 초과 2억 원으로 축소됐다.
1주택자의 전세대출 이자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 반영된다.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는 40%로 일괄적으로 강화됐다. 국무총리 소속 부동산 불법행위 감독기구를 신설했고, 공급은 9·7 대책의 후속조치로 한정됐다. 명목은 주택시장 안정화지만, 돈줄을 죄는 방식의 ‘수요 억제 3연타’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취임 이후 처음 대구를 찾아 “대한민국의 제일 큰 문제는 지방과 수도권의 불균형이 극심할 뿐 아니라 향후 개선 여지보다 악화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면서 “수도권 집값 문제가 시정되지 않으면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 부동산 정국에 대한 정면 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관건은 이번 10·15 부동산 대책이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느냐는 점이다. 대출 규제와 허가제 강화 등으로 거래는 위축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자금력 있는 이들의 ‘똘똘한 한 채’ 수요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 분명해 예단하기 어렵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 부동산 문제는 부동산만의 문제가 아닌 교육, 출산, 불평등, 조세 재정 등 모든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것이 문제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해결책은 단순화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돈 벌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 주택을 소유하고 싶은 욕구를 인정해야 하고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인정해야 한다. 가격을 낮추는 데는 공급을 늘리는 것이 수요를 억누르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정책이다. 거래량을 늘리기 때문이다.
한 걸음 더 나가보자. 서울에 아무리 집을 짓더라도 유입 인구가 계속되면 공급이 따라갈 수 없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공급 확대뿐 아니라 교육 격차 완화와 입시제도 개선 등 구조적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
그런데 돈은 자신의 길을 찾아 흐른다. 대출이 막히면 돈줄은 아파트 대신 상가·오피스텔·리츠 등 규제 밖으로 이동한다. 신규 주택 공급 신호가 미약한 상황에서 돈줄을 죄면, 집값이 멈추는 대신 방향만 바뀐다. 과거 문재인 정부가 28차례의 규제에도 집값 잡기에 실패한 이유다.
누누이 강조하듯 핵심은 정부에 대한 신뢰다. 시장은 정부의 의지보다 일관성을 본다. 다가올 지방선거 등 정치적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유지되는 중장기 로드맵, 데이터 기반의 투명한 정책 조정, 여야가 합의하는 최소한의 원칙이 필요하다.
부동산 정책은 단기 대응이 아니라 장기 시스템의 문제다. 공급과 수요, 세금과 금융,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이 맞물려야 비로소 시장이 숨을 쉰다.
정책의 성패를 판가름할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이번엔 집값이 아니라, 신뢰를 잡을 수 있을까”를 묻게 되는 이유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도 신뢰를 잃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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