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박완규 논설위원) 이른바 ‘부의 상징’으로 여겨 별장에 부과하던 취득세와 재산세 중과 제도가 50년만에 폐지됐다. 별장에 대한 중과 제도는 소수 부유층의 사치성 소비를 막아 사회 안정과 질서유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설계됐다.
이후 고도성장과 더불어 국민소득이 늘고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별장은 더 이상 소수 부유층의 사치재가 아니라 중산층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세컨드 하우스’로 성격이 바뀌었다. 이런 시대적 변화에 따라 별장에 대한 중과 제도도 반세기만에 폐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당시 정부가 같은 목적으로 만든 중과 제도가 또 있다. 바로 회원제 골프장에 대한 중과세 그것이다. 회원제 골프장이 취득·보유하는 부동산에 대해선 취득세·재산세가 중과되는데, 세율은 각각 12%, 4%에 달한다.
매년 재산세가 부과된다는 점에서 골프장 운영 이후 몇 년 만에 투자 원금이 잠식될 정도로 상당히 무거운 세금인데, 이에 더해 이용객의 입장에 대해 개별소비세·농어촌특별세·교육세·부가가치세까지 물어야한다. 역시 군사정부 시절 골프가 소수 부유층의 사치라는 인식 하에 만든 제도인데, 지금도 골프가 소수 부유층만의 사치 행위일까.
대한골프협회가 올 1월 발표한 골프지표에 따르면, 골프인구는 1176만명으로 우리나라 만 20세 이상 70세 미만 인구의 30%가 넘는다. 골프의 목적은 취미(26.5%), 친목(25.5%), 건강증진(14.4%)이었고, 동행인 또한 친구(38.6%), 가족(17.8%), 직장동료(14.3%) 등으로 조사됐다.
더구나 전국체전,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만큼 완전히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는데 여기에 중과세하는 것은 시대적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시대착오적 폐해에 다름아니다.
골프가 대중화됐어도 회원제 골프장은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회원제 골프장은 그 속성과 달리 소수 부유층 회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현재 전국 53개 회원제 골프장의 이용자 중 회원은 약 144만명인 반면 비회원은 약 381만명으로 비회원 이용비율이 약 73%에 달한다.
무엇보다 회원제 골프장 이용자에만 부과되는 개별소비세 등 을 제외하면 회원제 골프장과 대중 골프장의 입장료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다. 따라서 ‘회원제 골프장만 소수 부유층의 호화·사치성 위락시설에 해당하므로 규제해야한다’는 논리는 조세형평의 원칙과도 맞지 않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골프인구가 급증하면서 공급에 비해 수요가 넘쳐나는 상황인데도 여전히 골프장에 무거운 세금을 물리고 있다. 그것이 결국 골프이용객의 부담으로 전가되고, 골퍼들은 딴 데로 눈을 돌리며 궁극에는 국내 골프산업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골퍼 1천만 시대, 이제 대중 스포츠에서 국민 스포츠로 거듭나고 있다. 골프가 진정한 국민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시대착오적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 낡은 대못을 모두 뽑겠다는 윤석열 정부가 공정과 상식에 기반해 골프장 중과 제도 폐지를 숙고하길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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