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기상청과 우주항공청이 주관하는 ‘정지궤도 기상·우주기상 위성(천리안 위성 5호) 개발’ 사업을 둘러싼 법정 다툼이 올해부터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천리안 위성 5호 사업의 경우 그간 국가 중심 우주 개발(Old Space)에서 벗어나 국내 최초 민간 주도 방식의 우주 개발(New Space)로 전환하는 기념비적 사업인데다 총 6008억여원의 사업비가 투입되서다.
해당 사업을 수주한 업체는 ‘국내 최초 민간 주도 위성 개발사’라는 타이틀 획득과 동시에 그동안 국가가 수십년간 축적해온 인공위성 개발 기술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다.
작년 4월 ‘실질적 사업관리자’인 한국기상산업기술원(이하 ‘기술원’)의 사업추진위원회는 총 6008억여원이 투입되는 천리안 위성 5호 개발 사업 중 3238억원 규모의 시스템·본체 개발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LIG넥스원을 선정한 바 있다.
기술원은 기상청과 우주항공청이 주관하는 천리안 5호 개발 사업의 실무를 대행하는 기상청 산하 R&D 전문기관이다. 입찰 공고(RFP)를 내고 제안서를 접수받고 사업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전반적인 행정 절차를 관리한다.
하지만 같은해 7월 LIG넥스원과 경쟁했던 KAI는 ▲선정평가위원장의 이해충돌 ▲시스템·본체와 무관한 실적 인정 및 신청자격 완화 ▲경쟁사 대비 개발역량 고려시 납득불가한 평가 결과 등을 문제삼아 서울행정법원에 기상청·기술원을 상대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KAI는 자사 대비 부족한 LIG넥스원의 위성 시스템·본체 개발 관련 경험, 역량, 실적, 시설·장비 등을 문제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 KAI “기술원, 위성 개발 이력 부족 LIG넥스원 고평가 이해 불가”
KAI는 기술원이 자사와 LIG넥스원의 제안서를 평가할 때 ‘시스템·본체 개발 계획’ 부분에서 LIG넥스원이 훨씬 높은 평가를 받은 점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KAI에 따르면 KAI는 위성 시스템·본체 개발 경력이 32년(1994년~)인 반면 LIG넥스원은 4년(2022년~)에 불과하다.
KAI 관계자는 “당사는 차세대중형위성 2~5호, 초소형 SAR 검증위성 시스템을 주관개발한 이력이 있다. 이에반해 LIG넥스원은 위성 시스템을 주관개발한 이력이 전무(全無)하다”며 “또 KAI는 정지궤도 복합위성 2A·2B, 한국형 항법위성, 다목적실용위성 등 10개 위성 시스템을 공동개발한 바 있다. 그러나 LIG넥스원은 정지궤도 공공복합통신위성 1개 시스템만 공동개발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KAI는 차세대 중형위성 2~5호, 군정찰위성 SAR 위성 등 수십여개의 위성 본체를 주관개발하고 정지궤도 차세대중형위성 1호 등 5개 위성 본체를 공동개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KAI는 정지궤도 복합위성 2A·2B호의 구조체·전력분배모듈·하니스 등과 같은 다수 위성에 탑재되는 구성품을 십여회 개발한 이력도 공개했다.
이와 비교해 LIG넥스원은 위성 본체를 주관·공동개발한 이력이 없고, 정지궤도 공공복합통신위성 S대역 수신기·X대역 변조기, 스페이스파이오니어 CMG(위성 탑재 ×) 등 2건의 위성 구성품 개발 이력만 있다는게 KAI측 설명이다.
KAI측 관계자는 “사업과 관련해 양사가 제안한 인력·시설·장비 규모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당사는 사업에 소요되는 인력의 90% 수준이 이미 위성 개발 관련 경험을 보유 중이다. 이와함께 지난 2020년 9월 위성을 조립할 수 있는 우주센터도 구축을 완료했고 정지궤도급 우주환경 시험장비도 자체 확보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경쟁사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협약 체결 후에서야 위성 시스템·본체 전 분야를 대상으로 대규모 채용을 시작했다”며 “또한 위성 관련 시설을 이미 보유한 당사와 달리 별도 위성 조립실 구축 계획과 타기관이 보유한 우주환경 시험장비 활용 계획 등을 기술원에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 사업자 평가 과정서 형평성 및 평가 위원 이해충돌 등도 논란
또 KAI는 기술원이 천리안 5호 위성의 ‘시스템 및 본체’ 개발 평가 과정에서 이와 무관한 위성의 ‘부분체’나 ‘탑재체’의 납품·개발 실적까지 인정해 LIG가 자격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한 점도 문제삼았다.
천리안 5호 위성 사업은 ▲1과제 ‘시스템 및 본체’ ▲2과제 ‘기상탑재체’ ▲3과제 ‘우주기상탑재체’ 등 3개 분야로 나뉘어져 있다.
즉 2과제와 3과제는 기술원이 해당 과제 기술분야로 한정해 평가한 반면 1과제만 ‘시스템 및 본체’만이 아닌 ‘위성 전 분야’로 자격을 완화해 형평성 문제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KAI관계자는 “예타보고서상 시스템·본체 개발은 사업 개념 단계부터 위성 설계, 제작, 조립, 시험 및 최종 발사 후 초기 운영 등 탑재체 임무를 위한 운영 환경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때문에 시스템 또는 본체의 주관 개발 경험이 있는 사업자로 신청 자격이 제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KAI는 평가위원 중 한 명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출신 ○○대학 A교수의 이해충돌 의혹도 제기했다.
위성 시스템·본체 개발에는 출연연구기관인 항우연이 보유한 천리안위성 2A호에 관한 기술이전이 반드시 요구된다. 천리안 위성 5호는 천리안 위성 2A호의 후속 기상위성이기도 하다.
KAI에 의하면 A교수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항우연에 소속돼 천리안위성 2A호 개발을 위한 ‘정지궤도복합위성 개발사업’에 꾸준히 참여한 인물이다.
항우연 기술이전운영지침 제13조에 따르면 연구개발에 참여한 자는 퇴직 또는 사망한 경우에도 기술료 중 일부를 보상금(기술료의 50% 이상×개인별 기여율)으로 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천리안 5호 위성 원천기술 개발에 참여한 A교수의 경우 선정된 사업자가 제시한 기술료 금액이 클수록 받을 수 있는 보상금도 크다는 소리다.
KAI관계자는 “천리안 5호 위성 사업 제안 과정에서 당사는 선행 사업 경험과 기술력 확보로 인해 구체적인 기술료 액수를 제시할 필요가 없었다. 허나 LIG넥스원은 상당 규모의 기술료 범위를 제시했다”며 “A교수가 천리안 5호 위성 사업자 선정평가에 참여한 것은 평가의 공정성을 중대하게 저해한 것으로 이는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제14조 제2항 제1호’ 위반사항이라 판단된다”고 문제삼았다.
◇ ‘사업규모 및 상징성’으로 인해 법적 다툼 장기화 가능성↑
한편 작년 10월 16일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 주재로 천리안 5호 위성 시스템 및 본체 개발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취소 소송의 1차 변론기일이 열린데 이어 내달 26일 2차 변론기일이 진행될 예정이다.
법조계 및 업계 등에서는 해당 사업 자체가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검토해야할 사안이 많기에 추가 변론 과정을 거쳐 빨라야 올 상반기말에나 1심이 선고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1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사업규모와 상징성이 크기에 패소한 측이 항소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에 본격적인 사업 시행까지는 수 년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만약 1심에서 법원이 ‘LIG넥스원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처분을 취소하라’ 선고한다면 기술원은 그간 진행했던 사업자 평가를 무효화하고 재평가하거나 판결 취지에 따라 절차를 다시 짜야하기에 즉각 항소할 가능성이 높다”며 “만약 반대로 법원이 ‘평가 절차에 중대한 위법'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기술원은 LIG넥스원과의 본계약체결을 서두르며 사업을 궤도에 올리려 할 것이다. KAI측 또한 이에 불복해 즉각 항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후 소송 과정에서 ‘효력정지(집행정지)’를 신청해 법원이 이를 수용하는 상황까지 발생한다면 대법원 확정판결 전까지 사업은 사실상 ‘올스톱’ 상태가 된다”고 부연했다.
‘조세금융신문’은 KAI측이 제기한 의혹과 관련해 피고인 기술원과 경쟁사 LIG넥스원에 각각 반박 내용 및 사실관계 확인 등에 대해 문의했으나 양측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를 꺼렸다.
기술원 관계자는 “아직까지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이기에 KAI측이 제기한 의혹과 관련해 자세한 입장을 표명하기 어려운 점 양해바란다”고 말했다.
LIG넥스원은 수 차례 연락에도 “유관부서에 전달해 회신토록 하겠다”는 답변만 되풀이 할 뿐 끝내 관련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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