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최일혁 기자) 지난해 8월 하나금융그룹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은행인 KEB하나은행 초대행장으로 당시 하나은행 충청영업그룹 부행장이었던 현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을 단독 추대하자 업계는 파격 인사라는 반응을 보였다.
함영주 행장이 하나은행 내에서는 상업고등학교를 나온 일반 행원 출신으로 부행장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었지만 당시 각각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이끌고 있었던 김병호·김한조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존재감이 떨어진 탓이다.
함영주 행장을 깜짝 발탁한 이유에 대해 임추위는 “KEB하나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통한 시너지 증대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두고 후보를 심의했다”며 “어려운 금융환경 속에서 조직 내 두터운 신망과 소통 능력을 가진 함 후보가 통합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이끌어 시너지를 증대시킬 적임자”라고 밝힌 바 있다. 대표적인 영업통으로 꼽히는 함영주 행장이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해 하나·외환은행 직원 모두를 아우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담긴 설명이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함영주 행장이 서울은행 출신이라는데 주목했다. 역시 서울은행 출신인 김정태 하나금융지주회장의 의중이 십분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2월 초 법원이 외환은행 노조가 제기한 합병 절차 중단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합병 예정기일이 또다시 연기되자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던 하나은행장을 정식 선임하기로 결정했는데, 비록 뜻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이 때 김정태 회장은 함영주 행장을 강하게 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EB하나은행이 출범한지 6개월여가 지난 현재, 취임사에서 “열린 마음과 소통으로 화합을 끌어내겠다”고 천명한 함영주 행장에 대한 평가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2002년 하나은행에 피인수된 서울은행 출신답게 옛 외환은행 직원들의 심정을 잘 헤아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여전히 옛 외환은행 직원들 사이에서는 차별대우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중순 KEB하나은행 내에서는 옛 하나은행 출신 지점장과 연령대를 맞추기 위해 옛 외환은행 출신 지점장 가운데 1961년생 이상을 구조조정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에 대해 사측은 “구조조정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 근거 없는 헛소문으로 일단락됐다.
KEB하나은행 그로부터 한 달 여 뒤인 12월 22일 오후 10시경 “만 40세(1975년생) 이상인 행원과 만 43세 이상의 책임자, 관리자(지점장급) 전원을 대상으로 22~24일 사흘간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불시에 공지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임금·직급체계가 하나은행 출신보다 좋은 외환은행 출신 직원들을 사실상의 타깃으로 하는 명퇴라는 이유에서였다.
KEB하나은행에 따르면 같은 달 말 특별퇴직한 임직원 숫자는 전체 임직원(작년 11월 말 기준 1만6100명)의 4.3% 수준인 690명에 달했다. 옛 하나은행 직원이 361명, 외환은행 직원은 329명이었다. 옛 하나은행 은행 지점 수가 585개, 옛 외환은행 지점 수는 349개인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외환은행 명퇴자가 더 많은 편이라고 볼 수 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고령층 직원들 위주로 특별퇴직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이 아니라 명예퇴직 형식이었지만 11월에 떠돌았던 소문이 일정 부분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최근에는 KEB하나은행이 올해 첫 통합 신입공채 310여명을 모두 옛 하나은행 지점에만 배치해 뒷말이 나오고 있다. 외환은행의 경우 실적 악화로 2013년 8월 이후 신입 직원 채용이 없는 반면 하나은행은 2014년에 약 400여명의 신입행원을 공채 모집한 바 있다. 그런데도 인원 부족에 시달리는 옛 외환은행 지점에 배치된 신입행원은 전무했던 것이다.
KEB하나은행 측은 “오는 6월 통합되는 전산은 옛 하나은행의 수신·여신 부문과 옛 외환은행의 외환 부문에 대한 장점을 두루 융합해 구축되는데 신입행원의 경우 수신·여신 업무부터 배워나가게 되므로 옛 하나은행 지점에 배치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외환은행 직원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오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KEB하나은행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전산 통합이 완료되면 현재 통합 운영되고 IT 부서 직원들 중 옛 외환은행 출신들은 구조조정될 것이라는 루머까지 들려온다”며 “함영주 행장이 영업의 달인임에는 틀림없지만 애초에 기대했던 것만큼 하나와 외환, 두 거대 시중은행을 원만하게 하나로 묶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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