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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취임 2주년 이주열 한은 총재, 통화정책 '시험대' 올라

한국판 양적완화 논란‧친정부 금통위원 포진 ‘독립성’ 훼손 우려 커져

(조세금융신문=김사선 기자) 취임 2주년을 맞은 이주열 한은 총재가 최근 ‘한국판 양적완화’ 논란에 이어 친정부 성향의 금융통화위원 추천으로 향후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정부의 입김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시험대에 올랐다.

이에 따라  이 총재가 시장의 양적완화 압박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행보를 고수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새누리당이 한국은행이 주택담보대출증권 등을 직접 사게 하는 ‘한국판 양적완화’를 총선 공약으로 내걸면서 때아닌 독립성 훼손 논란에 휩말리며 이주열 총재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금융기관 등이 보유한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돈을 푸는 비전통적 방식의 통화정책이다.

새누리당은 산업은행의 기업 구조조정을 돕기 위해 산은 채권을 한은이 사들이고, 주택담보대출의 장기분할상환 유도를 위해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한 주택저당증권(MBS)도 직접 사게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필요한 돈은 한은이 새 돈을 찍어 조달하게 된다.

물론 새누리당의 공약은 현실성이 의문시되면서 ‘公約 아닌 空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행 한은법에는 이 같은 채권이 인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실현 가능성 여부도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은 내부적으로는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지만 총선정국에 정부와 여당과 대립각을 세우기 부담스러워하며 적극적인 대응보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30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가진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중앙은행이 특정 정당의 공약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며 대답을 피했다.

다만 이 총재는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통화정책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지난 3월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입장에서 특별히 바뀐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총재는 “한은이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과감히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지만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가 덜 하다고 경기 회복세를 제약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더 풀어야 한다는 새누리당의 양적완화 공약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도 선 긋기에 나섰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통화정책은 한국은행의 독립적 권한”이라며 “당의 공약은 존중하지만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논란은 수그러 들지 않고 있다.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31일 자신이 내세운 양적완화 공약에 대해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양적완화 공약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자 "당 공식 공약을 행정부와 합의하고 상의하는 것은 아니다"고 발끈했다.

강 위원장은 "유 부총리도 점점 경기가 내려가고 뾰족한 방법이 없을 때는 한국판 양적완화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누가 양적완화를 하라고 하지 않아도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오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국은행 독립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논란에 "미국, 일본, 유럽연합의 중앙은행들은 독립성이 없어서 양적완화 정책을 했겠느냐"며 "(독립성 논란은) 안 맞는 얘기"라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새로운 신성장동력에 투자하는 돈을 뒷받침하려면 지금보다 더 공격적인 재정 금융정책이 필요하다"며 ‘한국판 양적완화’ 논란을 일축했다.



또 금융시장에서는 친정부 성향의 금통위원들이 다수 포진한 것도 한은 금통위의 독립성 훼손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 3월 28일 차기 금통위원으로 추천받은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 신인석 자본시장연구원장 등 4명이 대표적인 친정부 인물이다.

시장에서는 이들의 이력과 과거 발언내용을 들어 향후 한은의 통화정책도 변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들의 통화정책 의사결정은 추천기관과는 관계없이 이뤄졌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이들이 본격적으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 정례회의에 참석하는 5월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통화 정책의 중대한 변화를 촉구하는 여당의 요구와 친정부성향이 다수인 금통위원 사이에서 향후 통화정책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시장이 주목하고 있지만 한은이 객곽적이고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펼칠 수 있을지에 대해 시장에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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