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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3 (금)


[전문가칼럼]을(乙)이 죽을 때 병(丙)은 두 번 죽는다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청구권’으로 보장 받자

(조세금융신문=송대영 디자이너, 문병윤 변호사)

 

“그거 알아? 삼 대가 저주받아야 (시각)디자이너로 태어나는 거.”


1998년 늦가을, 첫 직장에서 야근 중 을의 처지를 한탄하는 선배로부터 들었던 말이다.


20년이 흐른 지금도 그대로다. 갑을관계는 오히려 다양한 직군으로 확산되었고, 오히려 ‘전생에 나라를 팔아서’라는 수식까지 덧붙여졌다.


왜 조상까지 들먹이며 직업을 한탄하게 되었을까? 공익광고가 홍보하는 수많은 복지정책과 법률을 왜 대부분의 사람들은 효과가 없다고 느낄까? 공정한 사회는 어디로 갔을까?


이 나라의 서글픈 업무환경의 민낯은 특히 창의적인 직업군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저도 돈 받을 수 있는 건가요?”


연간 수백 억원대의 연매출을 올리던, 홍보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기록하던 공룡기업 A사가 지난해 무너졌다. 그 여파로 수많은 하청기업과 프리랜서들이 돈을 떼일 위기에 처했다.


2016년 말 A사의 채권단 회의 참석 요청이 왔을 때 ‘X 밟은 셈 치고 지나가자’는 생각이 앞섰다. 미수금이 그리 많지 않았고, 무슨 뾰족한 수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가 겹치면서 참석하게 됐다.


회의에 나온 채권자들은 크게 네 부류로 나뉘어 있었다.
상황을 차분하게 관망하는 금융기업들, 앞쪽에서 큰소리로 항의하는 고액채권기업, 그 뒤에서 동조하는 소액채권기업, 그리고 회의실 구석이나 문 밖에서 조용히 듣고 있는 무리. 대부분 20대 여성들로 보이는 네 번째 집단은 프리랜서나 단기비정규직, 즉 알바들이었다.


“저, 저도 돈 받을 수 있는 건가요?”
문밖에 서 있던 일면식도 없는 학생이 내게 물었다. 단지 '받을 수 있다'고 대답하는 어른이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누구를 만나야 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며, 무슨 서류를 준비해 어떻게 돈을 받을 수 있는지, 아무 것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가장 먼저 세무서로 가서 법률상담을 받았다. 피해액에 따라 공탁금을 걸고 압류조치하란다.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조언이었다.

 

채권은 세금-공과금-임금채권-선순위 금융기관-하청업체 순이다. 이런 상황에서 작은 회사나 개인에게까지 돌아올만큼 돈이 남을 리 없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한다는 심정으로 내가 맡았던 프로젝트의 발주기관인 여성가족부에 사정을 설명했다. 홍보부서 담당자는 A사에 지급할 돈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담당자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내가 그 잔금을 직접 받으려면 ‘하도급법’의 요건인 ‘제3자직불동의’를 이끌어 내야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A사 사태로 인해 많은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이 난관에 봉착했지만 작은 기업과 개인들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도운 곳은 내가 알기론 여성가족부 홍보부서가 유일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주말 이틀뿐이었다. 다른 채권자들이 A사의 잔금채권을 압류하기 전에 모든 과정을 끝내야 했기 때문이다. 열심히 전화를 돌리던 토요일 하루가 다 지나가는 시점에서 매우 화가 나는 상황에 부딪혔다. 기업(사업자)이 아닌 개인은 ‘하도급법’이 보호하는 대상이 아니란다. 

 

그렇지만 이미 시작된 일이다. 멈출 수는 없었다.


소규모 채권단을 조직했다. 지급예정 금액이 상대적으로 많은 기업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몸으로 뛰는 건 내가 다할테니, 미수금을 받아내면 십시일반으로 프리랜서와 알바들의 돈을 책임져 달라고 했다. 19개 기업 모두 내게 흔쾌히 전권을 위임했다.


이제 2라운드. A사의 동의서를 받아낼 차례다.

 

물론 쉽게 동의해줄 리가 없었다. 인맥을 총동원했다. A사와 인연이 있는 기업의 대표님들께 설득을 부탁드렸다. 다행히 A사 내부에도 현재 상황을 어떻게든 끝까지 마무리하려는 책임감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늦은 밤 달려가 A사의 직인을 받아오던 그 날의 성취감을 잊을 수 없다.


창조직군을 냉대하는 시장
운이 좋았다. 2016년이 끝나기 며칠 전, 나를 비롯한 19개 사는 여성가족부로부터 요청금액 전액을 입금 받았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A사 사태에서 돈을 떼이지 않은 유일한 사례라고 한다. 약속대로 기업들은 내게 분담금을 지원했고, 나는 10여명의 프리랜서 디자이너, 강사, 알바생들에게 약속한 금액을 입금했다.


개인 개발자, 프리랜서 강사, 디자이너 등 창조직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인들은 국가의 가치를 높이는 가장 중요한 보물들이다. 


새 정부가 하청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노력을 폄하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부의 관련된 노력이 체감되지도, 보이지도 않는다. 적어도 일선 현장에서는 아직도 20년 전과 같은 자조적인 말이 흔하게 쓰인다.


“그거 알아? 나라를 팔아 삼 대가 저주받아야 (시각)디자이너로 태어나는 거.”

 

[프로필] 송 대 영
• 다수의 공공 브랜딩/캠페인을 총괄한 디자이너. 현재는 유브레인커뮤니케이션즈와 디자인스튜디오A의 아트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문변의 법률 솔루션]

 

원청업체가 무너지면서 하청업체까지 줄줄이 쓰러지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나’는 A사의 빚잔치에서 순서를 기다려 돈을 받으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돌파구를 찾아냈습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 보장하는 ‘직접지급청구권’ 입니다.

 

‘직접지급청구권’은 ‘발주자-원사업자(원청업체)-수급사업자(하청 업체)’로 이어지는 연쇄사슬구조에서 하청이 원청을 제치고 발주자에게 직접 하도급대금을 받아낼 수 있는 권리입니다. 건설공사에만 한정되지 않고, 물품제조, 수리, 용역 등의 하도급에 모두 적용됩니다.


‘나’의 ‘디자인 작업’은 용역 하도급에 해당합니다. 다만, 사례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사업자가 아닌 개인의 자격으로는 직접지급청구권을 행사하기 어려우니 그 경우에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직접지급청구권’은 원사업자가 파산하거나, 원사업자가 기성대금을 2회분 이상 연체한 경우, 발주자-원청-하청 3자가 직접지급에 동의한 경우 등에 행사할 수 있습니다.

 

‘나’는 A사가 파산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재빨리 3자 동의를 이끌어 냈습니다(3자 동의는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직접지급청구권’은 하도급관계에서 약자인 하청업체를 보호할 수있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실무상 기성대금 연체의 경우에도 자주 활용되고 있는 만큼 원청업체의 부당행위로 인해 손해를 볼 것 같다면 너무 늦기 전에 ‘직접지급청구권’을 검토해야 하겠습니다.


[프로필] 문 병 윤
• 법률사무소 수영 대표변호사
•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 사시 54회(사법연수원 44기)
• 국회 보건복지위 행정안전위 비서관
•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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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구 관세청장의 행정노트] 가상자산과 쥐(rat)
(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최근 가상자산 ‘오지급’ 사고가 발생했다. 단순한 입력 실수, 이른바 팻핑거(fat finger)에서 비롯된 사건이었다. 숫자 하나를 잘못 눌렀을 뿐인데, 그 결과는 62조 원이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로 번졌다. 아이러니하게도 해당 거래소는 바로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이달 말 도입할 예정이었다. 기술은 준비되고 있었지만, 실수는 그보다 빨랐다. ​이런 일은 결코 낯설지 않다. 몇 해 전 한 중견 수출업체가 수출 실적을 달러가 아닌 원화로 신고하는 바람에, 국가 전체의 수출액이 10억 달러나 과다 계상되는 일이 있었다. 첨단 시스템과 자동화가 일상화된 시대지만, 휴먼에러는 여전히 우리의 곁에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사람의 실수’를 전제로 한 제도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가상자산은 분명 편리하다. 국경을 넘는 송금은 빠르고, 비용은 적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그림자도 존재한다. 비대면·익명성이 강하고 사용자 확인이 어려운 특성 탓에, 돈세탁이나 사기, 불법 외환거래에 악용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새로운 기회를 주지만, 동시에 새로운 범죄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 특히 가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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