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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기재부 예규 논란 ① 신라젠·기재부 예규 의혹...증인신청 불발로 국감서 못다뤄

기재부 고위직, 고교 후배 회사 위해 무리한 세법해석 권유했나?
기재위 간사단 증인신청 요구 묵살...국회의원실 조사도 '헛심'

기재부 예규가 조세불복 행정절차에 부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최근 감사원에서도 기재부 측이 조세심판 청구 사건의 조사와 심리결과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당한 행위를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해당사건의 진상과 기재부 예규를 둘러싼 이해관계를 총 3편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 주] 

 

[싣는 순서]

1. 신라젠·기재부 예규 의혹

2. 기재부 예규의 독점적 위치

3. 제 3의 길을 찾아라. 대안은?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예규는 납세자가 소송으로 가기 전 행정기관에 ‘세법해석’을 물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 1차적으로는 국세청, 2차적으로는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에 요청할 수 있다.

 

기재부 예규는 그 순기능과는 별도로 그동안 납세자에게 유리한 예규를 만들어 주고 나중에 자녀 취업이나 퇴직 후 사외이사나 고문 자리 등으로 대가를 받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는 문제제기를 받아왔다.

 

특히 부정적인 로비로 활용될 경우 대가가 즉시 지불되는 것이 아니고, 둘 사이 거래를 입증할 근거를 찾기가 거의 불가능하기에 법으로 막을 방도는 없다는 게 일반적 해석이다..

 

실제로 기재부 예규가 기재부 고위공무원의 로비 수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의혹이 최근 감사원에 의해 포착됐다. 해당 의혹 정황은 기재부 예규와 관련해 로비가 될 수 있는 통로를 짐작게 한다.

 

현재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한 최종 조치는 알 수 없다. 기재부 내외부에서는 고위직을 물갈이하는 선에서 마무리 짓는다는 말이 나오지만, 공식적으로는 억울하다는 입장 외에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국회 일각에서는 국정감사 추진 움직임이 있지만, 여야 교섭단체 간사단에 의해 증인신청조차 막힌 상태다.

 

'신라젠 맞춤형 예규' 의혹

 

조세심판원에서 기재부 예규 논란이 터진 것은 지난해 10월의 일이었다.

 

대형사건을 담당하는 조세심판원 1심판부는 신약개발업체 신라젠 문 모 대표의 494억원 증여세 사건을 살펴보고 있었다.

 

부산지방국세청은 2017년 6~9월 신라젠 세무조사를 한 결과 신라젠이 문 대표에게 사실상 공짜로 주식을 넘겨주고, 문 대표는 이 주식을 팔아 1325억원의 이익을 보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문 대표가 고교 선배인 기재부 K국장(국장은 2급, 현재는 1급 실장)에게 연락한 것은 2017년 6월의 일이다. K국장은 당시 기재부에서 증여세를 담당하는 실무국장이었다.

 

K국장은 문 대표에게 기재부 예규를 받아볼 것을 추천했다. 국세청은 세금 추징 전 납세자에게 소명기회를 주는데 납세자는 기재부에 세법해석, 즉 기재부 예규를 의뢰할 수 있다.

 

기재부 예규는 법적으로는 참고사항이지만, 세무조사 추징~조세불복 행정절차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비록 결과가 항상 예규대로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무게감은 크다.

 

그러나 당시 기재부 예규는 나오지 않았다.

 

문 대표는 세무조사 착수한 지 70여일이 지난 2017년 9월 11일에서야 기재부에 예규를 의뢰했지만, 정작 K국장은 기재부 내 예규 심사회의에서 미룰 것을 제안했다. 부산국세청은 2017년 9월 15일 494억원 증여세 추징결정을 내렸다.

 

기재부가 바빠진 것은 2018년 6월이었다. 2018년 6월 초, 문 대표는 조세불복 행정절차를 조세심판원에 내기 직전 K에게 연락했다. 그러자 기재부는 얼마 안 돼 2018년 6월 8일 문 대표에게 유리한 예규를 생산했다.

 

왜 2017년 9월 만들지 않고, 2018년 6월에서야 만들었는지는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한 정부관계자는 2017년 9.13 대책 등 문재인 정부 보유세 정책을 만드느라 일손이 부족했고, 신라젠의 경우 사안이 복잡해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증여세 실무국장이 자신의 고교 후배에게 유리한 예규를 만드는데 기여한다는 것도 불편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만든다고 해도 어느 정도 관여되는 것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을 고려했다는 주장이다. 기재부 예규가 만들어진 것은 K국장이 다른 업무를 맡았을 때이다.

 

반대의 시각도 나온다. K 국장이 입맛에 맞는 예규를 생산하기 위한 때를 기다렸다는 가설이다.

 

2017년 당시 K국장이 증여세 소관 국장이지만, 기재부 예규생산의 결정적인 역할을 맡는 위원장은 기재부 실장이었다. K는 2018년 3월 2급 공무원인 국장에서 1급 공무원인 실장으로 승진했는데 예규 생산에 대한 영향력이 더 강해졌다는 지적이다.

 

연유가 어찌됐든 기재부 예규가 타당한 것이었다면, 일개 소문으로 끝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신라젠과 관련한 기재부 예규는 국세청은 물론 조세심판원의 입장에서 현 세법과 간격이 컸다. 논리도 치밀하지 않았다. 조세업계 일각에서 신라젠 맞춤형 예규를 생산했다는 비판이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K실장은 2018년 6월 사건을 담당하는 조세심판원 실무 공무원 L씨에게 직접 연락해 기재부에서 만든 신라젠 예규를 참고하라고 말했다.

 

K실장은 조세심판원 과장 O, 사건 부심 A 등에게도 연락해 신라젠 예규를 소개했다. K실장은 신라젠은 바이오 벤처기업으로 앞으로 촉망되는 중소기업이니 우리가 이런 기업을 많이 도와야 한다고 이들을 설득했다.

 

공은 신라젠 사건 심판조사서를 쓰는 조세심판원 L씨에게 넘어갔다. L은 2018년 10월 해당 기재부 예규를 달아 조사서를 심판원 담당 심판부에 보냈다.

 

L씨는 나중에 입장을 바꾸었지만 처음 감사원 감사에서 압박감을 느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판조사서가 심판부로 넘어가지 즉각 심판원 내외부에서 K실장이 문 대표와 신라젠 뒤를 봐준 것 아니냐며 논란이 들끓었다.

 

기재부 실장이란 직위를 이용해 기재부 예규 생산이란 공적 권한을 남용했다는 말과 더불어 정부 곳곳에 막강한 권한을 가진 K실장이 심판원 공무원들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상 압력이나 다름이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결국 조세심판원은 기재부 예규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의혹은 끝나지 않았다.

 

2018년 12월과 1월 수차례의 제보가 국무총리실 감사실에 전달됐고, 국무총리실은 해당 사안을 감사원에 넘겼다.

 

감사원은 고교 선후배,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생산된 맞춤형 예규, K실장의 압박성 주문 등을 검토한 결과 고위직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결론 내렸다.

 

K실장의 전화 연락 등이 부당한 압력이라고 충분히 오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 감사과정에서 K실장의 아내가 신라젠 주식을 사고팔며 2200만원의 순이익을 본 사실도 확인했다.

 

감사원은 K실장을 경징계할 것을 기재부에 건의했다. 기재부는 K실장이 직접 돈 받은 것도 아니고, 국가 바이오 경쟁력 차원에서 좋은 회사를 돕기 위해 법이 정하는 한도 내에서 사명감이 강했던 탓이라고 두둔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징계건의를 철회하지 않았다. K실장은 억울하다며 재심을 요청했고, 심판원 L씨도 진술을 바꾸어 K실장의 전화가 압박까지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조만간 재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증인신청부터 막힌 신라젠 국정감사

 

최근 국회나 조세업계에서는 K실장의 행위와 기재부 예규에 대한 온도 차가 크다.

 

일각에서는 금품향응을 받았다는 명확한 근거가 없는 한 섣불리 예규를 악용한 로비라고 몰아가기 어렵다고 말한다.

 

다급한 처지에 놓인 사람이 직무관련성 있는 공직자인 지인에게 궁금한 점을 질의하고 조언을 구하는 것이 부적절해 보일 수도 있으나 책임을 물을 만한 사항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청탁이라는 것이 은밀히 암묵적 의사를 통해 장기간 유지되는 유착형 비리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크다. 권력형 청탁비리는 절대 계약서를 쓰거나 세금계산서로 증빙을 끊어가는 식으로 이뤄지지 않고, 그 대가도 대부분 즉시 이뤄지는 일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실 B씨는 “공무원 청탁비리가 보통 암묵적으로 이뤄지고, 대가는 일이 끝난 후 수년, 수십년 후에 한 자리를 마련해 주는 식으로 이뤄진다”며 “수사당국은 늘 직접적 금전거래가 없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주고 있지만, K실장의 부적절한 행동을 용인한다면 사실상 청탁형 비리에 눈감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제약업계에서는 신라젠이 정부에서 두둔할만한 역량을 지닌 기업은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모험을 한 셈"이라며 “2016년 말 아무런 실질적 성과도 없는 회사를 특례 상장했을 때부터 문제”라고 애둘러 비판했다. 그는 이어 “당시 정부에서 특례상장 요건을 줄이면서 실력 없는 업체들이 뛰어드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조세불복 행정절차에서 기재부 예규의 독점적 지위를 볼 때 이번 사안을 반드시 짚고넘어가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이같은 주장의 근거에는 기재부가 맞춤형 예규로 민간을 지원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문제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으로 회자되는 예가 2011년 신세계 이마트 분할 건, 2015년 현대자동차 한전부지 10조원 매입건이다.

 

두 건 모두 국세청이 과세결정을 내렸지만, 기재부가 정반대의 예규를 통해 민간기업의 손을 들어줬다는 의혹이다.

 

국회 일각에서는 이 기회에 기재부 예규를 국정감사하겠다는 움직임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증인신청부터 가로막히는 등 무산될 위기에 놓여 있다.

 

국회의원 C는 오는 4일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문 신라젠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해 부정한 탈세행위, 이와 관련된 K실장과 기재부 예규생산에 대해 질의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3개 여야교섭단체 간사단은 C의원의 증인신청을 묵살했다. 취재 결과, 이유는 전혀 설명해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C의원은 원래 계획했던 보도자료도 취소했다.

 

국회의원실 관계자 B씨는 “대형 교섭단체들이 비교섭단체 의원의 증인신청을 일방적으로 묵살한 것 자체가 보기 드문 일”이라며 “감사원 감사결과보고서까지 나온 사안을 가로막은 것은 무언가 다른 사정이 있다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 D씨는 “국회 기재위는 다른 어떤 상임위보다 관가와 민간과의 관계를 깊게 고려하는 측면이 있다”며 “기재부가 수백조 나랏돈을 다루는 강력한 부처라서 그런지 유독 의사결정이 불투명하고 재량이 개입되는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K실장 교체설…물갈이 또는 기수 서열

 

K실장에 대한 조치를 두고 기재부 내부서도 말이 많다. 조만간 스스로 퇴진한다. 아니면 올 연말까지 업무를 마치고 떠난다 등이다.

 

유력한 설은 교체설이다. 비록 K실장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고 해도 이번 의혹으로 인해 직을 수행하기에 제한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국정감사 직전 자신사퇴로 물러간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이미 지난달 초에는 K실장 후임으로 기재부 세제실 34회 L국장, 35회 K국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기도했다.

 

기재부의 경우 약간의 예외는 있지만, 대체로 행시 기수에 맞춰 승진전보 인사를 단행한다. 그런 점에서 기재부 행시 고참인 34회와 35회의 대결구도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아예 물갈이설도 나온다. 기재부 실장급이 신라젠 건으로 예규 논란 의혹을 받은 만큼 내부 개혁을 위해 젊은 국장을 내세워 세대교체를 시도한다는 설이다. 실제 기재부는 지난해 K실장을 발탁하면서 행시 31, 32회 선배들을 내보내고, 행시 34회, 35회 인사로 교체한 바 있다. 행시 36회 K국장이 후보로 꼽힌다.

 

물갈이설은 시기상조란 말도 많다. 이미 지난해 한 차례 물갈이했는데 또 물갈이하면 조직이 불안을 크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행시 34회와 35회 후보가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면, 기회를 빼앗으면 안 된다는 말도 나온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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