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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기재부 예규 논란 ③ ‘제 3의 길을 찾아라’...'제도’개선 시급

처분청 자기시정 멀어지고, 이의신청권 없어

기재부 예규가 조세불복 행정절차에 부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최근 감사원에서도 기재부 측이 조세심판 청구 사건의 조사와 심리결과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당한 행위를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해당사건의 진상과 기재부 예규를 둘러싼 이해관계를 총 3편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싣는 순서]

1. 신라젠·기재부 예규 의혹

2. 기재부 예규의 독점적 위치

3. 제 3의 길을 찾아라. 대안은?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세금은 항상 다툼의 여지가 있다. 행정심판에서는 납세자·국세청은 대등한 관계이며, 그 누구도 우위에 서지 않는다. 만일 누구 하나 우위에 서려 한다면, 공정성과 심판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전문가들이 거듭 행정심판과 소송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이유이다.

 

행정심판 장악한 행정관료

 

“기재부 유권해석(예규)은 추상적인 법해석이다. 사실판단을 다루지 않는다. 그래서 사건에 적용하면 다양한 결론이 나오게 된다. 기재부 유권해석과 반대되는 대법원 판결이나 조세심판원 행정심판결정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직 기재부 고위공무원의 지적처럼 기재부 예규의 법적지위는 참고사항이다. 법도, 규정도 아니다. 그러나 교수, 법률전문가, 세무대리인까지 기재부 예규의 힘을 약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 연도별 조세 행정심판 기능과 소속

기간

~1997

1997~2007

2008

명칭

국세심판소

국세심판원

조세심판원

기능

1심 기능

행정심판(필수)

행정심판(필수)

소속

기재부

기재부

국무총리실

상임심판관

주요 소속

기재부

기재부

기재부, 행안부,

국무총리실

 

행정심판은 원래 기재부 산하에 있었다. 1997년 1심 기능을 행정법원에 넘겨줬지만, 행정심판의 중요성은 여전했다. 납세자가 불복하려면 행정심판을 필수로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8년 행정심판 기능을 국무총리실로 옮겼다. 행정심판에서 기재부 관료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조세심판원으로 이름을 바꾸었지만, 행정심판 독립성에 대한 업계와 학계의 의심은 여전하다. 행정심판은 여전히 필수이고, 상임심판관 다수가 기재부 관료인 탓이다.

 

기재부에 대한 견제 장치는 없는 것은 아니다. 행정심판에서 상임심판관을 견제하는 비상임심판관, 기재부 예규 심사위 다수를 차지하는 외부 전문가들이 있다.

 

하지만 행정심판 독립성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는 줄지 않는다. 대대로 행정심판은 기재부 영향력 내에 있었기 때문이다.

 

“세법 전문가들은 많지만, 비상임심판관이나 예규심사위에 아무나 들여보내 주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인재풀이 적다. 직함은 계속 바뀌는 데 그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다. 위원 위촉에 대해 기재부 영향력이 크다보니 눈치를 안 볼 수 없다. 자기 이름 걸고 비판할 사람이 없다.” 조세법 전문가 A씨의 말이다.

 

변호사 B씨는 “기재부 공식문서로 하달되는 기재부 예규 영향력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며 “행정심판 도중에 나오면 행정심판에 관여한다는 오해가 생기게 된다.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기재부와 국세청의 미묘한 입장차

 

행정부, 세무대리업계, 학계에서는 행정심판을 기재부 등 행정부 관료에게 맡기는 것이 타당한지를 두고 오랫동안 팽팽히 맞서왔다. 특히 행정심판을 주도하는 행정부의 권한이 너무 크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세법 교수 C씨는 현 제도가 논쟁을 넘어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예규를 생산하거나,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국세청에 이의신청권도 자기시정도 주지 않는 것이 문제다. 현 제도는 기재부는 국세청을 규율하고, 국세청은 불복하도록 몰아가고 있다.”

 

<> 국가별 행정심판 이의신청권

행정심판 소속

심판 기능

운영국가

행정심판

이의신청권

예외적 운영

국세청 내부

자기시정

일본, 독일, 미국

납세자만 부여

프랑스

호주, 한국

국세청 외부

행정부 내

약식재판

홍콩, 영국, 독일(일부 주)

납세자, 국세청

둘 다 부여

 

C씨의 말대로 한국의 행정심판은 주요국들과 형태가 크게 다르다. 행정심판이 만들어지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자기시정’이다. 납세자 구제를 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국세청이 스스로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다. 국세청의 자기검토가 행정심판이 됐다는 것이다.

 

일본, 독일, 미국이 이런 방식을 취하며, 국세청은 자신이 내린 시정결과에 불복하지 않는다.

 

그런데 국세청 내부에 행정심판을 두면, ‘팔이 안으로 굽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영국, 홍콩, 독일 일부 주들은 국세청 외부에 행정심판을 둔다.

 

이 경우는 자기시정 기능에서 멀어진다. 대신 이들 국가는 납세자와 국세청이 대등한 자리에서 약식으로 겨뤄볼 기회를 준다. 소송으로 넘어가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대신 싸울 기회도 납세자와 국세청에 동등하게 준다. 국세청 외부에 행정심판을 두는 상당수 주요국은 국세청과 납세자에 모두 이의신청권을 준다.

 

예외적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륙법 체계를 가진 프랑스는 국세청 외부에 행정심판을 두지만, 국세청에 이의신청권을 주고, 미국은 행정심판을 거칠 필요 없이 행정소송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주로 국세청의 자기시정 또는 이의신청권을 양자택일하는 형태는 동일하고 국세청에 이의신청권을 열어주는 형태로 운영된다.

 

그런데 한국은 국세청에 자기시정권도 이의신청권도 주지 않는다. 외부에 행정심판을 두면서 납세자에게만 이의신청권을 주는 형식이다. 한국과 유사한 나라로 호주 정도가 있지만, 학계에서는 흔한 사례는 아니라 말한다. 국세청이 줄기차게 이의신청권을 요구하는 이유다.

 

조세심판원을 두고 있는 국무총리실과 국세청은 엄연히 다르기에 자기시정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건의 복잡성이다.

 

점차 복잡해지는 조세사건을 단심으로 끝나게 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국제조세사건은 수백, 수천억원까지 세금이 걸려 있다. 국내 사건 역시 법제도가 뒤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새로운 쟁점이 터져 나온다.

 

법원조차도 3심제를 두고 있는 마당에 이런 사건을 단심으로 끝낼 수 있느냐는 국세청 관료들의 말은 일견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재부 입장에서 이러한 주장은 ‘역모’에 가깝다. 국세청에 이의신청권을 주면 불복이 빈발해 조속한 납세자 구제란 행정심판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말한다. 뿐아니라 하위집행기관인 국세청이 상급기관인 행정심판의 결정에 불복하는 일은 하극상이라는 말도 나온다. 기재부 예규가 법까지 바꿔가며, 본격적인 관여로 입장전환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의 움직임이란 말도 나온다.

 

다음은 기재부 고위 관료 C씨의 말이다.

 

“최근 국세청이 기재부의 정당한 예규해석을 무시하고 무리한 과세를 하는 일이 많아졌다.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기재부 지시를 잘 따랐다). 세법을 만드는 기관으로서 (국세청을) 규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중략) 기재부 예규 심사위가 얼마나 객관적으로 운영되는지 보게 되면 객관성을 문제삼을 수 없을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가

 

기재부와 국세청이 갈등을 빚는 사이 개혁의 첫걸음을 내디딘 것은 행정심판을 담당하는 조세심판원 장본인들이다.

 

사건접수 180일 이내 사건을 종결하는 표준처리절차를 도입한 결과 2015년 4.1%, 2016년 4.9%, 2017년 4.3%에 머무르던 장기사건 비중이 2018년 1.7%로 줄어들었다. 내부검토기간을 30일로 못 박고, 100억 초과 사건의 검토 기간을 2017년 91일에서 2018년 19일로 뚝 떨구었다.

 

장기간 조세전문 경력이나 변호사 자격증을 갖춘 국무총리실 자원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기재부 출신 인사가 절반을 차지하는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 인적 구조도 바뀔 가능성이 커진다.

 

그럼에도 개혁 요구는 끊이지 않는다. 상임심판관 인적구조가 바뀌어도 기재부에서 국무총리실로 소속만 바뀔 뿐 근본은 같다는 이유에서다.

 

세법 교수 D씨의 말이다. “정부 기관간 관계가 지나치게 과열됐다. 관료가 행정심판을 통해 대법원 확정판결과 동등한 사법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 문제다. 국세청에 이의신청권을 주되 외부위원회를 통해 매우 엄격히 권한을 제한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조세심판원 대신 미국처럼 조세법원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

 

기재부 예규를 행정심판에 개입시켜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세법 교수 E씨는 “행정심판은 납세자와 국세청에 공정한 링이 돼야 하는데, 기재부 예규처럼 관여하면 행정심판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

 

김경협 의원(더불어민주당)실 관계자는 “기재부 예규가 행정심판에 부적절한 개입을 할 수 있는 통로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문제되는 시행령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며 “홍남기 부총리를 통해 제도개선을 요청하고 있으며, 해당 조문 폐지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전직 기재부 고위 관료 F씨는 이럴 때일수록 행정심판의 본질을 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세불복 행정절차는 납세자에게 빠른 구제를 받을 길을 열어주기 위해 만들었으며, 그래서 국세청 한정 단심제로 운영하게 됐다는 것이다. 문제가 있더라도 이의신청권을 국세청에 주면 신속한 구제라는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행정심판 결정에 과세관청이 재심의를 요청하게 되면, 아마 큰 사건은 모두 재심의에 걸리게 될 것이다. 행정심판에서 저렴하고 신속하게 권리 구제받을 길은 막히고, 납세자는 최소 2~3년이 걸리는 소송을 부담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왜 다른 나라에서 국세청의 재심의권을 제한하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변호사 H씨도 “현 행정심판에 국세청의 재심의 기능이 들어왔을 때 국세청의 영향력이 커진다는 오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며 “토론의 여지는 있지만, 조세불복 행정절차의 독립성이 강화되는 현 추세를 고려할 때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강도 높은 개혁을 시사하고 나섰다.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행정심판제도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으며, 지난 7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제3차 반부패협의회 안건으로 ‘행정심판 과정의 투명성 강화(조세심판원)’가 꼽히기도 했다.

 

국세청의 이의신청권 도입, 조세법원이나 조세심판청 설치까지 다양한 안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아직 어떤 안을 정부가 선택할지는 모르지만, 전문가들은 제도는 시대와 경제환경에 맞춘 결과물이란 점을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과거의 제도를 고쳐 쓰거나,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문제가 무엇인지 진단하고, 그에 맞는 제도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빠른 처방이란 것이다. 문제가 드러났을 때 변화를 주저하지 않는 것, 그 결단력이 더 나은 길로 간다고 말하고 있다.

 

다음은 김석환 강원대 교수가 지난해 국세행정포럼에서 밝힌 내용이다.

 

“(국세청 한정 단심제로) 20년간 운영해보니 조세심판원의 권한이 너무 비대화됐다. 접수된 사건 중 4분의 1이 납세자 승리로 결정되면서 대법원(확정판결)과 동등한 직위와 기능이 있다고 볼 상황이 됐다. 개별 쟁점 하나하나에 정부기관 간 이해관계와 납세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납세자의 권리구제가 지연되고 있고, 기관별 인용률 경쟁 등 공평과세 원칙이 훼손될 우려가 있는 지 생각해봐야 한다. 현행 체계가 불합리한지에 대한 검토가 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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