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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상속공제 개정안, 법 취지 왜곡하는 입법

정규직 근로자 수 유지→1년 이상 비정규직도 포함
근로자 수 대신 임금 총액 기준 선택가능
물가상승률만큼 감원 효과 발생할 수 있어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여야가 합의한 가업상속공제 개정안이 정규직 고용유지란 법 취지를 왜곡하는 입법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고용유지 의무를 완화해 비정규직 전환이나 감원을 허용했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전체회의에서 가업상속공제 고용유지 의무 근로자에 1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도 포함하고, 근로자 수 외 임금총액도 인정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합의했다.

 

가업상속공제는 정규직 고용유지를 조건으로 기업주들에게 최대 500억원의 상속세를 깎아주는 제도로 개인에 대한 단일 공제로는 최대 규모의 세금특례다.

 

상속시점에서 100명의 정규직 근로자를 채용하고 있었을 경우 중소기업은 10년간 연평균 100%(100명), 중견기업은 120%(120명)의 정규직 근로자 수를 유지해야 한다.

 

재계에서는 사후관리 부담이 크다며 거듭 문제를 제기해왔다.

 

정부는 정규직 외에도 1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상시직 근로자)도 근로자 수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국회 제출했다.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임금이 낮아 기업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이마저도 기업 부담을 늘리는 규제란 비판이 제기돼왔다.

 

특정업종에서는 비정규직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 경우 기존의 정규직에 ‘덤’으로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행법에서는 중견기업 A가 상속시점에서 정규직 100명, 1년 이상 비정규직 100명을 채용한 경우 10년간 연평균 정규직 120%(120명)만 준수하면, 사후관리기간 동안 비정규직을 전원 해고해도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가업상속공제 고용유지 요건에 비정규직이 포함되면서 A사의 부담은 200명으로 늘어난다.

 

여야는 근로자 수 유지 외에 임금 총액 기준을 준수할 경우 고용유지 의무를 지켰다고 보기로 합의했다.

 

만일 A사가 상속시점에 인건비로 10억원을 썼다면, 7년간 연평균 인건비를 10억원만 유지하면 사후관리 의무를 준수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업상속공제가 고용유지란 목적에서 벗어나 기업 상속세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가업상속공제는 상속시점의 정규직 고용유지를 목적으로 탄생한 제도인데 여기에 비정규직을 허용하면 정규직을 최소화하고 비정규직 고용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임금 총액 기준을 인정하는 것 역시 감원을 눈감아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건비는 직원 숙련도·물가상승률에 따라 매년 늘어나는데 이러한 고려 없이 상속시점의 인건비만을 기준으로 하면, 매년 임금·물가인상분만큼 직원 수를 줄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기재부 임금 총액을 받아들였을 경우 역시 감원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관계자 역시 여야 합의안에 통과될 경우 근로자 수 대신 임금 총액 기준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기재부에서는 독일도 근로자 수와 임금 총액을 상속인이 선택할 수 있다고 해명했지만, 독일과 한국의 가업상속공제 여건은 크게 다르다.

 

독일은 창업주 일가가 음식 레시피 등 사업 영위에 필수적인 기술을 가진 소규모 기업에만 허용하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 그러한 고려 없이 매출 3000억원 미만을 기준으로 허용하고 있다.

 

김유한 조세재정연구원장은 “독일에서는 가족이 승계하지 않으면 유지가 안 되는 가족기업이 많다”며 “한국은 다른 경영인이 해도 그대로 운영이 되고, 가족 내부에서만 공유되는 노하우가 있는 게 아니라서 가업상속공제는 한국에는 유효하지 않다”라고 전했다.

 

또한, 독일은 중소기업 근로자라도 자체 노조나 산별 노조에 의해 노동권을 강력하게 보장받지만, 한국에서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 중견기업 노조 조직률은 OECD 최하위권에 속한다.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대량 전환하거나 꾸준히 숙련자를 해고하고 저숙련 노동자로 채우는 식의 사업을 할 경우 제재를 받게 된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가업상속공제는 자녀에게로 회사가 넘어가도 회사와 근로자가 상생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점점 기업 특혜로 변질하고 있다”며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고용창출은커녕 고용유지마저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개정안대로라면 정규직 근로자를 비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임금 총액 기준을 선택해 물가상승률만큼 감원을 허용하게 되는 것”이라며 “기업 사주들에게만 상속세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은 사회적 형평에도 맞지 않고, 경제 발전에도 도움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한편, 국회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0%로 인하하는 대기업 감세법안을 예산부수법안에 올렸다. 예산부수법안이란 상임위나 법사위 심사 없이 본회의에 바로 표결에 붙이는 예산 관련 법안으로 신속한 통과를 위해 국회의장이 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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