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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터뷰] 난민을 변호한 변호사들 "사명감·공익…그런 것 아니었다"

문병선 변호사, 신혜원 변호사, 권영실 변호사
적법한 심사 없이 난민 내쫓은 법무부
난민문제는 의견 달라도 법 절차는 달라선 안 돼
공익활동, 사명감 같은 거창한 마음 아니야
떳떳한 일·의미 있는 일·열심히 하고픈 일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한국은 변호사들에게 공익활동 의무를 지운다. 약자에 대한 변호사의 공익의무, ‘프로 보노 푸블리코(Pro bono publico)’는 1993년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법으로 요구한 것은 2000년 한국이 최초다. 약자 보호는 항상 많은 어려움을 요구한다. 열심히 했다고 상을 주는 것도 아니다. 조세금융신문이 만난 난민 변호사들도 의무감으로 공익을 말하지 않았다.

 

한국 사법사 최초로 국가를 상대로 한 난민의 손해배상 사건을 승소로 이끈 법무법인 태평양 공익위원회 문병선·신혜선 변호사, 재단법인 동천 권영실 변호사를 만났다.

 

2015년 9월 한국 법무부는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대해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 중동 난민들을 사실상 강제로 내보내기 위해서였다.

 

한국 법무부는 신속심사 제도라는 절차를 편법적으로 동원했다. 심사 면접관은 유도질문, 반박을 막기 위한 이지선다형 질문 외에도 난민 신청자들이 하지도 않은 말을 꾸며내 억지 탈락을 만들었다. 사건은 아직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이집트인 M씨의 국가배상 1심 소송을 승소로 이끈 태평양·동천 변호사들 역시 승소의 기쁨보다 다음 소송을 준비해야 하는 부담감을 토로했다.

 

문병선_태평양 변호사

“1심 선고가 있었을 때 기뻐하기보다는 판결문을 빨리 보고 우리한테 불리한 게 뭔지 확인해봐야지 이 생각이 앞섰던 거 같습니다. 변호사들의 직업병 같은 것인데요, 결과를 단정할 수 있는 소송이 아니었습니다.”

 

권영실_동천 변호사

“사실관계가 너무도 명백해 승소를 예상하기는 했지만, 국가배상은 워낙 인용률이 낮고 결과를 장담할 수 없기에 일단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집트인 M씨는 법무부의 면접조서 조작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난민이다. 짧았던 아랍의 봄 이후 불어닥친 아랍의 겨울은 가혹했다.

 

오래된 역사적 갈등, 갈등 뒤로 이권을 챙기는 지배층, 이를 이용한 주변 정세가 복잡하게 얽혔다. M 씨는 이집트의 인권탄압을 비판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반정부 시위에 나섰다. 탄압은 잔인했고, M씨도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 M씨는 2016년 5월 아내와 함께 한국에 입국해 난민인정신청을 냈다.

 

신혜원_태평양 변호사

“M씨의 아버지나 삼촌, 일가족 중에는 탄압으로 돌아가시거나 고문을 받으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M씨는 정말 살기 위해서 탈출했습니다. 허위 통역이라는 믿기지 않을 일이 벌어졌습니다.”

 

문제는 신속심사 제도였다. 난민법 제8조 제5항에 서는 가짜 난민이 거짓 서류 제출 등 부정한 방법으로 난민신청을 할 경우 난민인정 심사절차의 일부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법무부는 2015년 예멘 등 중동 난민이 대거 늘어나자 신속심사 비율을 의도적으로 10%에서 40%로 상향할 것을 지시했다. 2016년 서울출입국 난민심사의 68.6%가 신속심사였고, M씨처럼 중동 난민 심사의 94.4% 신속심사였다. 담당 공무원에게 월 40~44건을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할당을 달성하지 못하면 경위서를 내도록 하고 문책했다.

 

권영실_동천 변호사

“(2016년) 이집트 난민들이 많이 들어 올 때였습니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쌓여가는 난민심사를 감당하기가 어려우니까 난민법 내 신속심사를 동원했습니다. 신청자가 거짓 서류를 제출하는 등의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는 제도였는데 이집트 국적자는 전부 신속심사 대상으로 처리했습니다.

법무부는 아주 간략하고 신속하게 심사를 하라고 공무원들을 압박했었고, 특히 M씨 건을 담당한 난민전담 공무원 J가 아주 짧게 잘한다는 식으로 소문이 났었습니다. 법무부는 다른 공무원들에게도 그 사람처럼 해라 이런 식의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난민을 대하는 법

 

변호사들은 난민 소송에서 온정주의를 말하지 않았다. 그들이 말한 건 ‘법’이었다.

 

문병선_태평양 변호사

“난민을 어느 정도로 보호할 것이냐, 여기에는 우리 사회 내 다양한 고려와 입장이 있습니다. 단, 하나 확실한 것은 난민 신청자들의 말을 한 번, 끝까지, 왜곡없이 객관적으로 들어주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 입장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두 시간 동안 한 사람의 인생, 박해 사유 등을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M씨는 한 시간 면접을 받았습니다. 신문과정에서 드러난 바로는 적어도 두세 시간 씩 두 번, 세 번 했었어야 했습니다. 신속심사 제도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 사건이 신속심사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우리 사회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신혜원_태평양 변호사

“허위나 부실 통역을 검증할 수 있는 제도도 당연히 보완이 되어야 할 텐데요. 많은 경우에 많이 통용되지 않는 외국어 전문가들 섭외하는 것 자체도 어렵다는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현실적 어려움도 있겠지만, 정확한 통역을 하고, 조서에 반영이 되고 이를 검증을 하는 단계가 있어야 하지 않나. 제도적 보완이 분명 필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의무'가 아니라 '값진 일'

 

‘어렵고 힘든 데도 잘 해냈다, 이렇게 자발적으로 하기가 힘든데 의무감이나 사명감 때문이었나’라고 묻자 답하는 변호사들 사이에서 갑자기 너털웃음이 터져 나왔다.

 

문병선_태평양 변호사

“처음에는 그런 생각도 못 했습니다. 사명감이나 의무, 그런 거창한 뜻을 생각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이게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다 보니…(다 같이 크게 웃음) 최근에는 많이 못 하지만 하고 나니 의미가 있었다, 조금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힘들죠.”

 

신혜원_태평양 변호사

“변호사는 공익의 수호자라는 말도 있죠. 그런 거창한 마음은 아니고요. 그런데 이게 체력적인 문제가 가장 커요.”

 

우리 법은 변호사 공익활동을 ‘의무’로 하고 있다. 하지만 공익활동에 대한 변호사들의 답은 저마다 달랐다.

 

문병선_태평양 변호사

“저는 연수원을 수료하고, 군 법무관으로 3년간 지냈습니다. 진로를 택할 시간이 남들보다 더 많았죠. 제가 친한 사람이 많거나 출퇴근이 편한 곳도 있었지만, 태평양이 공익위원회를 두고 있었다는 것을 보고 지원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변호사들이 가지는 안 좋은 이미지, 그런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에 함몰되지 않고, 내가 학생 때 말하고 배웠던 변호사상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자고 선택했습니다. 공익활동은 저를 떳떳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느끼는 감정들도 크지만, 업무와 관련해서 배우는 것도 많았습니다. 저연차 변호사가 주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도 굉장히 많거든요. 태평양은 충분히 고려할 법인이다, 후배들한테도 공익활동을 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신혜원_태평양 변호사

“공익활동은 저 개인적으로 많이 배우기도 하고, 어떤 의미도 있는 거 같아요. 저희가 소송을 수행한다고 해서 제도개선에 바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죠. 하지만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계시면 이런 부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재판과정을 통해 알릴 수도 있고, 때로는 제도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태평양에는 공익위에 소속된 변호사님들이 정말 많은데요. 가능하면 공익사건을 해보면서 개인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면 그런 과정 자체를 즐겁게 배우며, 수행해 나갔으면 합니다.”

 

권영실_동천 변호사

“저는 원래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했고, 관련된 일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일하면서 공익 변호사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멋진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저도 도전해보고자 로스쿨에 들어갔습니다. 공익변호사 자리가 그리 많지 않은데 운좋게도 동천에 들어 올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 공익활동을 하지 못하는 때가 온다. 그때가 온다면 후배들에게 어떤 말을 남기고 싶은지 물었다.

 

문병선_태평양 변호사

“공익활동을 했기에 변호사로서 떳떳하다, 당당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변호사는 돈만 좇는 게 아닌 책이나 강의실에서 나온 가치들과 전혀 무관한 사람이 아니었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더 이상 못하는 게 아쉽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신혜원_태평양 변호사

“그에 대해서는 딱히 생각해본 적은 없고, 제가 누구에게 당부라든가 그럴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후배들 중에 태평양 공익위 들어갈지 고민하는 친구들이 있으면, 같이 해보면 좋을 거 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너와 나, 우리를 위해서 생각해볼 기회도 되고, 우리가 힘들게 공부한 것을 의미있는 데 활용할 수도 있고,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요.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권영실_동천 변호사

“저는 늘 동천에 있는 게 뭔가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 있습니다. 저보다 더 뛰어난 다른 분이 계셔야 하는데 제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더 훌륭한 분이 오셔서 더 멋진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끝이라고 생각하 니까 그 동안 더 열심히 못 해서 미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난민대리 변호사 프로필

 

 

 

[문병선 변호사]

•서울대 법학과(2005)

•제48회 사법시험 합격(2006)

•제38기 사법연수원(2009)

•육군법무관(2009-2012)

•서울대 법학대학원 석사(2012)

•서울대 환경·에너지 법정책 센터 방문연구원(2016)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2012-현재)

전문분야_헌법 및 행정소송 대리, 법제컨설팅 및 에너지

 

 

 

[신혜원 변호사]

•서울대 영문과(2008)

•서울대 법학대학원 석사(2010)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2014)

•변호사시험 3회(2014)

•Cho & Partners 변호사(2014-2017)

•서울대 법학대학원 박사(2017)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2017-현재)

전문분야_지적재산권 분쟁 부정경쟁방지법, 다국적 기업 및 해외 사업 자문

 

 

 

[권영실 변호사]

•연세대 졸업(2010)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2017)

•변호사시험 제6회(2017)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2017-현재)

전문분야_공익소송, 이주민·난민,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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