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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과소비 막는다는 ‘재정준칙’ 재정펑크 숨기고 있다”

재정준칙 도입국가들은 발생주의 회계…현금과 재산 모두 집계
한국은 통합‧관리재정수지 모두 현금주의 방식
5천억 건물, 4천억 손해보고 팔아도 현금주의에선 1천억 이득
재정손실, 국민 몰래 자산으로 전가 가능…재정준칙 의미 없어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개인처럼 나라 곳간도 재산과 현금이 있다. 빚이 많아도 잘 나가는 주식이나 부동산을 많이 샀다면 문제가 없다. 거꾸로 빚은 없지만, 주식‧부동산 등 재산을 팔아치워 겨우 1년치 수입을 맞추고 있다면 이는 가난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재정 과소비를 막기 위해 재정준칙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재정준칙이 시행되도 나라 곳간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준칙을 도입한 다른 나라에서는 재산과 현금을 동시 집계(발생주의 회계)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현금만 집계한 것을 수지라고 공개하고 있다(현금주의 회계).

 

이는 우리 정부가 손실을 자산으로 전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정부는 교육재정 효율화를 명목으로 중앙정부가 교육청에 나눠주는 교육교부세 일부를 다시 중앙정부가 가져다가 반도체 등 일부 특상화 대학학과 및 특성화고에 나눠주겠다고 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 재정 움직임이 정말 나라에 도움될 지 나라살림연구소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의 분석을 담았다.

 

정부가 재정준칙을 통해 씀씀이를 관리한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재정건전성을 지킬 수 있다고 보는가.

 

-믿기 어렵다. 현금주의 재정준칙은 예산 기술자(기재부 관료)들이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 현금주의 회계에서 재정준칙을 만들면 관리재정수지 숫자 맞추는 것은 일도 아니다. 현금주의 재정준칙은 전체 경제적 실질을 반영하지 않기에 해봤자 의미가 없다.

 

다른 나라들은 현금주의 재정준칙을 채택하지 않는가.

 

-재정준칙을 도입한 주요국들은 다 발생주의 재정준칙을 쓴다. 우리 연구소에서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한국에서만 현금주의 방식으로 도입한다는 건데, 이건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재정준칙을 도입을 안 한 거다.

 

현금주의 재정준칙과 발생주의 재정준칙 간 차이는 무엇인가.

 

-현금이 줄어도 자산이 그 이상 늘어나면 재정이 좋아진 거다. 현금이 좋아져도 보유 자산이 그 이상 줄면 재정이 나빠진 거다.

 

현금주의는 현금만 보고 가계부 수준에서 수입‧지출을 쓴 거다(단식부기). 발생주의는 거기에 더해 자산 변동까지 본 거다(복식부기). 발생주의는 전체 경제적 실질을 보는 거지만, 현금주의는 수입과 지출만 보는 가계부 수준에 불과하다. 현금주의는 전체 경제적 실질을 반영하지 못 한다.

 

현금주의 재정준칙을 채택했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부작용이 있는가.

 

-실제 2차 추경에서 어떤 식의 일이 있었냐면 캠코에 5000억원 현물출자한 것을 1000억원 현금출자로 바꾸었다. 현금주의 재정으로 보니까 관리재정수지가 1000억원 나아졌지만, 국가 자산에서 5000억원이 사라졌다. 그래놓고 관리재정수지가 개선됐다고 평가한다. 이것은 매우 우스운 일이다.

 

말씀을 비유적으로 바꿔보자면, 정부가 5000억짜리 건물을 1000억원에 팔아서 4000억원 손해를 봐놓고도 현금이 1000억 늘었으니 재정이 건전해졌다, 그렇게 선전했다는 뜻인가.

 

-맞는 비유다. 예산 기술자들이 그런 식으로 현금주의 재정수지 줄이는 것은 일도 아니다.

올해 2차 추경 때 올해 지출할 것을 내년으로 미루고, 융자사업 지출은 2차 보전으로 전환했다. 현금주의 하에서는 이런 식으로 얼마든지 숫자 맞추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발생주의를 하면 자산계정이 들통난다. 그래서 발생주의 재정준칙을 하지 않는 한 우리 정부가 하겠다고 하는 현금주의 재정준칙은 아무런 의미도 없고, 정확하지도 않다고 보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재정준칙은 관리재정수지 –3%에서 관리한다고 했다. 통합재정수지도 현금주의란 점에서 좀 넌센스한 질문이긴 하지만, 지난 정부에서 홍남기 부총리가 통합재정수지 –3%에서 재정준칙을 관리해보자고 제안한 것은 어떻게 보는가.

 

-현금주의 개념의 재정준칙은 통합재정이든 관리재정이든 다 의미없다고 본다.

다른 나라들은 자산까지 보는 발생주의 재정준칙을 쓰는 데 우리처럼 현금만 보는 재정준칙은 예산 기술자들의 놀이터에 불과하다.

 

수천년 전 메소포타미아에서도 현금주의 회계로는 자산을 못 보니 원시적인 수준이라도 발생주의 회계장부를 썼는데 21세기 한국에서 가계부 수준의 현금주의 회계로 정부재정수지를 집계한다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이다.

 

현금만 보는 게 아니라 자산까지 함께 봐야 한다,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박근혜 정부 초기에 현오석 부총리도 재정건전성을 좋게 한다면서 정부 건물 팔고, 공기업 사옥이나 자산 팔라고 했었다. 윤석열 정부도 지금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

 

-모든 정부는 이런 건물들을 팔기를 바란다. 제 개인적 입장은 저수익자산은 빨리 빨리 팔아야 한다고 보는 시장주의자다. 재정효율화 측면(저수익자산 처분)에서 하는 것은 찬성, 단순히 내 정권 때 재정건전성을 좋게 보이기 위한 치장으로써 하기 위한 거라면 반대다.

 

정부가 과거에 비해 추가적으로 나라 자산에 손을 대지 않아도 관리재정수지 –3%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보는가.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 현재 관리재정수지가 국민총생산 대비 2020년 –5.8%, 2021년은 –4.4%, 2022년 2차추경 기준 –5.3%다. 여기서 코로나 1회성 지출을 빼고 관리재정수지를 산하니까 2020년은 –3% 조금 넘고, 2021년에는 이미 –3%도 안 되고, 올해도 –3% 이하다.

 

김영삼 정부 이후 쭉 살펴보면 통합재정수지에서 적자가 난 게 딱 세 번, 외환위기, 금융위기, 코로나 시기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우리 재정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던 것 아닌가.

 

-지금 대한민국 국채가 1000조라고 하면서 걱정이 많다. 그런데 국민연금에 쌓여 있는 돈이 1000조다. 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매년 통합재정수지는 흑자라는데 어떻게 국채가 1000조씩이나 쌓여 있느냐. 도대체 국채 발행해서 뭐 한거냐고 물을 수 있다. 국채 발행한 돈을 어디다 써서 없앤 게 아니라 저축을 한 거다.

 

정부는 어디다 저축했나.

 

-우리가 국채 현실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대한민국 국채를 발행해서 써서 없앴는가. 아니다. 저축을 했다. 국민연금기금에 이미 1000조원 있고, 외환보유고가 다 국채로 발행한 외평채,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이다.

 

대한민국 대차대조표 대변에는 국채 1000조가 있지만, 차변에는 외환자산, 그리고 온갖 기금에 현금이 1000조원 이상 있다. 왜 그간 통합재정수지가 항상 흑자였기 때문에 그렇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8월말 기준 우리 외환보유고는 4364억3000만달러, 우리 돈으로 608조원 규모다.)

 

재정수지가 진짜 재정건전성, 현금도 보고, 자산까지 모두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재정준칙을 도입해도 아무 쓸모 없다는 말인데 정치권에서는 이걸 왜 도입하려 하는 것인가.

 

-정치인들에게는 습관이 하나 있다. 모든 정책을 올 오어 낫씽으로 본다. 건너편 당은 안 했고, 우리 당은 했다. 그런데 했다와 안 했다 사이에 무수히 많은 단계가 있다. 그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우리가 하려는 재정준칙이 현금주의 재정준칙이냐, 발생주의 재정준칙이냐는 것이다.

 

그런 말은 쏙 빼놓고, 문재인 정부는 재정준칙을 도입하지 않았고, 윤석열 정부는 도입했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보다 더욱 재정건전성 정부다. 이렇게 포장하는 건 국민들을 의도적으로 호도하는 거다.

 

재정을 말하니까 최근 정부 재정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가 교육교부세 문제다. 정부는 의무적으로 내국세 20.79% 떼어다가 각 지방교육청에 나눠주고 있다. 당연히 그 씀씀이를 결정하는 것도 지방교육청 재량이고, 지방교육청에서는 초중고 교육을 담당한다.

 

그런데 교육재정이 많기는 한데 이게 제대로 쓰이지 않는다. 단적으로 지난해 세금이 정부예상보다 더 많이 걷히면서 올해 초에 갑자기 11조원 넘는 돈을 정산해서 교육재정교부세 등으로 보내면 돈이 또 남고 있다. 이렇게 교육청에 돈을 줘도 다 쓰지 못하고 계속 남으니까 중앙정부가 다시 이 돈을 가져다가 대학의 반도체 등 일부 특성화 학과를 육성해서 교육재정 효율화를 높이겠다고 한다. 재정전문가로서 이러한 정부 해법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단기 효율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교육재정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는 근본적 문제는 더 나빠질 거다. 약간의 개혁만 흉내만 내고 구조적 모순을 개혁하지 않겠다는 것은 언발의 오줌누기라고 밖에 할 수 없다.

 

구조적 개혁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에게 어떤 법이 있느냐면 지방분권법이 있다(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이 법 12조 2항을 보면 ‘국가는 교육자치와 지방자치의 통합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다.

 

 

교육재정과 지방재정을 통합하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불법인 거다. 법에 이런 의무조항을 넣어놓고도 현 정부, 전 정부, 그 이전 정부, 과거 정부까지 노력하지 않았다. 정부 스스로가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 거다. 지방재정과 교육재정을 통합하는 것이 유일한 개혁이라고 생각한다.

 

왜 지방재정과 교육재정을 통합해야 한다고 보는가.

 

-올해 중앙정부의 각 분야별 예산 증감률을 보면 교육 분야 예산증감률이 1등이다. 교육청 재정이 남아도는 데도 왜 돈을 많이 주나. 국민이 원해서도 아니고, 정치인이 결단해서도 아니고, 그냥 법이 내국세의 20.79%를 교육청 예산으로 주게 되어 있다. 때문에 교육청 예산은 구조적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교육청 씀씀이는 경직적일 수밖에 없다. 왜냐면 지출 대부분이 인건비다.

 

돈 많이 들어온다고 월급 두 배 주고, 돈 조금 들어왔다고 월급을 줄일 수 없다. 반면 수입은 내국세의 20.79%로 대단히 넓게 책정돼 있다. 이 많은 돈을 쓰라고 일선 학교에 보내면 일선 교사들은 ‘이 돈 절대 다 못 쓰니 우리들에게 주지 말아라. 꼭 써야 하나’하며 어마어마하게 고민을 하고 있다.

 

나는 이것을 책임의 외주화라고 부른다. 왜 교사들이 고민을 해야 하는가. 예산 책정은 정치적 행위다. 책임은 정치인들이 져야 한다. 해법은 이미 정치인들이 지방분권법에 만들어뒀다. 법에 지방재정과 교육재정을 통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해놓았다.

 

21세기에 정부가 대놓고 불법을 저지르는 일은 거의 없다. 어떻게 백주대낮에 그냥 법을 대놓고 안 지키는 것이 룰이 되어간다는 거는 재정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도저히 용납이 안 된다. 전 정부도 그렇고, 이번 정부도 그렇다.

 

교육재정을 지방재정에 통합시키면 어떤 이익이 발생하나.

 

-교육청은 지출이 경직적이라서 예산이 다다익선이 아니다. 지방정부 예산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다다익선이다. 지방정부는 교육청처럼 지출이 경직적이지 않다. 수입이 줄면 재량사업을 줄여야 하지만, 수입이 늘면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요즘 방과 후 학교를 학교 바깥에서 해야 하느냐 학교 안에서 해야 하느냐를 두고 다툼이 심하다. 학생들 입장에서 방과 후 학교는 학교에서 하는 게 월등히 낫다. 그런데 방과 후 학교가 지방정부 담당이다. 어쩔 수 없이 방과 후 학교를 학교 바깥에서 해야 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아이들 입장에서 얼마나 불편하나. 교육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교육재정과 지방재정의 통합을 해야 된다.

 

이거에 대해 제 입장은 강경하다. 교육청 재정을 개혁하면 안 된다. 사람들이 알아서 점진적으로 해결하게 해야지 재정법을 어렇게 예쁘게 바꿔서 개편을 하겠다는 시도는 오히려 하면 안 된다고 본다.

 

교육사업이 학교에만 있는 건 아니다. 지역과 연계해 종합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보시는 거 같다. 외국에서도 보면 교육예산을 교육청에 묶어두는 일이 없다.

 

-그렇다. 글로벌 스탠다드로 보면 교육재정은 지방정부 관할이다. 한국처럼 교육재정이 없는 지방정부는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지방분권법에서도 교육재정과 지방재정을 합치도록 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법치주의 정부라고 하지 않는가. 이제 법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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