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미국으로 향한 경제사절단 명단이 공개된 가운데 금융권 인사가 단 한 명만 포함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주요 금융사 회장들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4대 그룹 총수를 포함해 19개 대기업 등 총 122개 기업이 참여하며 사상 최대 규모의 방미 경제 사절단이 꾸려진 가운데 주요 금융사가 모두 패싱당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멋쩍은 분위기가 전개되고 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 방미 경제사절단에도 금융권 인사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미국 방문길에 오를 당시에는 한동우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 홍기택 전 KDB금융그룹 회장 등 주요 금융사 수장을 사절단에 포함시킨 것과 대비된다.
◇ 금융권 인사는 토스만…금융-디지털화 영향?
윤 대통령의 방미 경제사절단에서 금융권 인사로 유일하게 포함된 인물은 토스(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 대표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선발 배경에 대해 “토스를 통해 토스뿐 아니라 국내 핀테크 업권 전반에 대한 미국의 관심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투자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토스는 지난해 사상 첫 매출 1조원 돌파를 달성했다. 그중 금융업 매출의 경우 2021년 대비 1600% 이상 급성장했다. 또 지난해 10월 미국 시애틀에 미국 현지법인 토스USA를 설립하는 등 글로벌 전문 인력 확보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본지 취재진에 토스가 금융권에서 유일한 참가사로 선정된 것에 대해 “최근 금융사들이 금융의 디지털화에 대한 관심이 크고 이런 관점에서 토스가 선정된 것 역시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토스가 금융권은 물론 핀테크 업계 중 유일무이한 참가사로 선정되자, 카카오가 제외된 배경에 대한 궁금증도 커진 상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지난해 발생한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 최근 SM엔터에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 조종 의혹 등이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안 당시에도 네이버는 초청받아 참여한 데 반해, 카카오는 제외된 바 있다.
다만 카카오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하며 방미 경제사절단에서 제외됐다는 추측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태다. 내부 사업에 더 집중하기 위해 본사 차원에서 참가기업 신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 금융산업 바라보는 시각 반영됐나
토스를 제외하면 금융사 관계자가 단 한 명도 경제사절단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다양한 추측이 분분한 가운데 문재인 전 대통령 당시에도 방미 사절단에 금융권 인사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던 것과 맥락이 비슷하지 않겠냐는 해석이 힘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금융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산업‧경제적 측면보단 소비자 보호가 더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기조가 강했다. 당시 대선 때 나온 더불어민주당 공약집 ‘나라를 나라답게’에서도 가장 처음 금융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문장이 ‘금융 소비자의 부담을 완화하고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금융산업이 지원하고 육성할 주요 산업으로 꼽혔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미국 방문 시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강정원 전 KB국민은행장,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 등 주요 금융사 수장들과 동행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는 금융산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윤 대통령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은행을 ‘공공재’라고 정의하며 수익 창출보단 취약계층 등을 위한 사회적 역할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맞춰 금융당국 역시 은행이 예대마진 중심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는 구조에 대해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상태다. 금융권의 성과급, 퇴직금을 두고도 과도하다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토스의 경우 금융의 공공적 역할을 주문하는 것과는 다른 개념으로 금융의 디지털화라는 시대적 요구를 인식시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사절단에 포함됐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그런데도 이번 경제사절단 구성을 두고 금융인 홀대라는 시선은 여전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취재진에 “경제사절단 참여 여부가 미국 내 사업 성공 여부를 판가름 짓는 조건은 아니라도, 미국 현지 정‧재계 인사들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분명 유리한 점이 있을 것”이라며 “주요 금융사 수장 중 어느 누구만 뺀 것은 아니나, 뒤숭숭한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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