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3 (수)

  • 구름많음동두천 18.6℃
기상청 제공

정인교 통상본부장, 美관세유예에 "영향 줄일 여지 확보해 긍정적"

美의 125% 對中관세엔 "풍선효과로 우리 제3국 수출에 간접피해"
고위관계자 "방위비 등은 논의 안해…경제안보는 앞으로 포함될 수도"

 

(조세금융신문=김종태 기자) 정인교 산업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하고 10% 기본관세만 부과하기로 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 본부장은 9일(현지시간) 주미대사관에서 가진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금번 유예 조치는 미국 측과의 관세 협상을 지속해 우리 업계에 미칠 영향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여지가 확보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미국이 중국에 125% 관세를 부과한 것을 두고 "우리 기업의 대중(對中) 수출 및 풍선효과로 우리의 제3국 수출에 미치는 간접적인 영향 등을 감안하면 여전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신속한 대미 협의 등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풍선효과는 미국의 관세 장벽으로 인해 대미 수출길이 막힌 중국산 제품이 한국과 주변국으로 덤핑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정 본부장은 방미 기간 미국 측과 협의한 결과, 미국 측은 앞으로 미국무역대표부(USTR), 재무부, 상무부가 상호 연계해서 한국과 협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전날 이뤄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를 통해 미국과 관세 관련 논의를 이어가기 위한 "우호적 모멘텀(동력)이 형성되고 협상을 위한 큰 틀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미국과의 협상은 단판 승부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지속적인 대화와 끈질긴 설득, 민관의 노력 등이 어우러져야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본부장은 전날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를 만나 미국이 한국에 부과한 25% 상호관세, 철강과 자동차에 부과한 25% 관세에 대해 관세 인하 등 "특별한 대우"를 요청했다.

 

이날에는 상무부의 윌리엄 키밋 국제무역 차관 내정자와 제프리 케슬러 산업안보국(BIS) 차관을 만나 미국의 품목별 관세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에 대해 안정적인 지원을 당부하는 한편 공급망 및 경제안보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이들 협의에서 미국이 이날 상호관세를 유예할 수 있다는 징후는 포착하지는 못했다.

 

정부는 상호관세가 모든 국가에 똑같이 적용되는 품목별 관세와 달리 국가별로 상이하고, 한국이 상대적으로 높은 세율을 받았다는 점에서 상호관세를 가장 우선으로 처리해야 할 사안으로 판단해왔다.

 

정 본부장은 미측과 무역수지 문제, 조선 협력,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을 비롯한 에너지 협력을 논의했지만, 구체적으로 진전된 내용은 없다고 고위관계자는 설명했다.

 

고위관계자는 무역수지와 관련해 "우리로서는 그걸(대미 무역흑자) 줄이는 게 쉽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정책에 우리가 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고, 그렇다고 해서 기업에 수출을 줄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 정부가 역량을 발휘해서 수입을 늘릴 수 있는 쪽으로 최대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위관계자는 미측과 방위비 문제도 논의했냐는 질문에 "통상 이슈 외의 분야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다만 그리어 USTR 대표는 전날 의회 청문회에서 밝힌 대로 앞으로 무역 협상에서 순수한 통상 현안 외에 경제안보 문제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고위관계자는 "USTR이 미국의 경제안보를 동맹국과 굳건히 하는 데 정책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언급이 있었다"면서 "앞으로 수출통제나 투자심사 강화 이런 부분도 한미 간에 논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위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서 한국과 일본을 우선하라고 지시한 것에 대해 "아무리 트럼프 대통령이 우선으로 협상하라고 했다지만 우리로서는 다른 나라의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가 봐가면서 국익을 극대화할 협상을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대미 보복을 검토하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한미 간에 형성된 동맹관계뿐만 아니라 우리가 절대적으로 미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다는 점, 현실적으로 보복했을 때 그에 따른 결과 등을 종합해보면 내부적으로 보복을 위한 조치를 마련할 상황이나 단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네티즌 의견 0

스팸방지
0/300자







전문가 코너

더보기



[이경근 칼럼] 미국 보호무역주의 파고, 현명한 통상 전략 구사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야
(조세금융신문=이경근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2025년, 세계 경제는 다시 한번 보호무역주의라는 거센 파고를 마주한다. 특히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우선주의' 기조를 강화하며 무역 불균형 해소를 명분으로 관세 장벽을 높이 쌓으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면서, 한국 경제에도 긴장감이 감돈다.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등 자국법을 근거로 주요 교역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최근 미국은 당초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국가에 25%의 상호 관세율을 제안했으나, 우선 10%의 기본 관세를 유지하되 상호관세 부과는 90일간 유예(2025년 4월 10일 결정)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이 90일이라는 유예 기간 동안 미국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 영국, 호주, 인도 등 우선협상 대상국들과 개별적으로 관세를 포함한 포괄적인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 재무장관은 각국의 방위비 분담금 수준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맞춤형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미 중국 제품에 대해서는 145%라는 초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125%의 보복관세로 맞서는 등 미-중 무역 갈등은 격화되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