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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JP모건, 내부경고에도 '성범죄' 엡스타인과 거래관계 지속"

"위험신호·법무부서 우려 무시…'2인자' 옹호속 중요고객으로 유지"
2019년 체포 후에야 의심거래 사후보고…JP모건 "범죄행각 몰랐다"

 

(조세금융신문=최주현 기자) 옥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이 미성년 성 착취 범행을 지속하는 동안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가 위험 신호와 내부 임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그를 중요 고객으로 유지하며 지원해왔다고 미국 유력 매체가 보도했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 따르면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엡스타인은 수십명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된 후인 2019년 뉴욕의 구치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 생을 마감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석연찮은 그의 죽음 이후 그에게 음모론이 끊임없이 제기됐는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과 한때 친밀한 관계였다는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엡스타인 사건 수사자료 공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엡스타인 사건은 워싱턴 정가를 지속해서 뒤흔드는 진원이 되고 있다.

 

NYT는 이날 공개한 탐사보도 기사에서 "엡스타인은 오랜 기간 JP모건의 소중한 고객이었다"며 은행 내부 자료와 비공개 증언록, 소송 문서, 금융자료, 관련자 인터뷰 등을 토대로 미성년 성착취 범죄 행각이 벌어지는 동안 여러 차례의 위험 경고등에도 불구하고 이어진 엡스타인과 JP모건 간 관계를 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JP모건 임직원들은 10년 이상 10억 달러가 넘는 엡스타인의 막대한 송금 내역과 현금 인출 등 의심스러운 활동에 대해 고위 경영진에게 알리고,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는 내부 경고가 있었음에도 경영진은 이를 무시했고 은행은 엡스타인에게 계속 서비스를 제공해왔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JP모건과 엡스타인 간의 거래 관계는 199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엡스타인은 거액 자산가들을 상대로 자산관리를 해오며 월가에서 명성을 쌓아왔고, JP모건 경영진도 그의 영향력을 주시했다.

 

당시 JP모건 최고경영자(CEO)였던 샌디 워너는 JP모건 본사 집무실에서 엡스타인을 초청해 면담했고, 당시 JP모건 프라이빗뱅킹 부문 임원이었던 제스 스테일리에게 엡스타인을 만나보라고 얘기한다.

 

이후 엡스타인을 만난 스테일리는 그와 오랜 기간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고, 그는 엡스타인과 거래 관계를 끊어야 한다는 은행 내부 지적이 나올 때마다 엡스타인을 옹호하는 강력한 지지자가 됐다.

 

2003년 은행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엡스타인의 순자산은 약 3억 달러에 달했고, 2003년 한 해에만 엡스타인과의 거래로부터 800만 달러의 수수료 수익을 얻었다. 엡스타인은 JP모건 프라이빗뱅킹 부문의 중요한 고객 중 하나였다.

 

엡스타인은 2003년 한 해에만 17만5천000달러 이상을 현금으로 인출했는데, JP모건은 자금세탁 방지 의무상 이 같은 규모의 현금 인출을 당국에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

 

오히려 JP모건은 엡스타인 본인은 물론 버진아일랜드의 엡스타인 소유 섬 관리 회사를 비롯해 그의 회사와 직원들을 대상으로 총 134개의 계좌를 개설하는 등 엡스타인과의 거래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NYT는 지적했다.

 

NYT는 "의도적이든 아니든 JP모건은 엡스타인의 성매매 조직이 돌아가게 한 중요한 톱니바퀴들을 지원하고 있었다"며 "버진아일랜드의 섬에서 엡스타인은 10대 소녀들과 젊은 여성들에게 성관계를 강요했다"라고 지적했다.

 

엡스타인은 성범죄로 유죄가 인정된 이후에도 JP모건은 스테일리의 지원 등에 힘입어 엡스타인과 거래관계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엡스타인은 2006년 플로리다주에서 14세 소녀를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돼 검찰과의 협상을 통해 유죄를 인정하고 13개월간 복역한 바 있다.

 

당시 미국 언론이 엡스타인 사건을 자세히 보도하는 등 억만장자의 성범죄 사실이 적지 않은 물의를 일으킨 상황이었다.

 

당시 유죄 결정과 수감으로 엡스타인은 월가에서 따돌림을 당할 위험에 처했고, 일부 인사들은 그와 관계를 끊은 상태였다. 엡스타인은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JP모건과의 거래 유지가 필수적이었다.

 

2011년 당시 은행 준법감시 부서와 은행의 총괄 법률 고문이었던 스티븐 커틀러는 엡스타인과의 거래 지속이 은행 명성에 해가 될 것이라며 그와의 거래 관계 단절을 압박했다.

 

하지만 당시 유력한 차기 CEO 후보로서 은행 내 이인자였던 스테일리가 나서 엡스타인을 강력히 변론했고, 엡스타인이 은행 계좌를 범죄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지 못한 커틀러는 결국 엡스타인과의 거래 단절을 권고하지 않았다.

 

NYT는 스테일리가 엡스타인과 친교를 이어가고 있었으며 엡스타인이 소개한 여성과의 성적인 관계가 있었음을 암시하는 메시지도 공개했다.

 

스테일리는 2010년 엡스타인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재미있었다. 백설공주에게 안부 전해달라"라고 썼고, 엡스타인이 다음에는 어떤 캐릭터를 원하냐고 묻자 "미녀와 야수"라고 답장했다.

 

JP모건의 엡스타인 퇴출은 스테일리가 JP모건을 떠나 영국 은행 바클레이스의 CEO로 간 2013년에야 이뤄졌다.

 

한편, JP모건은 2019년 엡스타인이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체포된 후에야 내부 감사에 착수해 총 11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의심 거래 4천700건을 당국에 뒷북 보고했다.

 

NYT는 "은행들은 자금세탁, 성매매, 마약 관련 의심 거래를 당국에 실시간 보고해야 한다"며 "사후 보고는 은행에 법적 보호막을 제공했갰지만 범죄가 일어나는 걸 파악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다만 엡스타인 사건이 JP모건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이 신문은 평가했다.

 

JP모건은 지난 2023년 엡스타인의 성범죄 행각을 방조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당국과 7천500만 달러 지급에 합의했고, 그에 앞서 엡스타인의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2억9천만 달러 지급을 합의한 바 있다.

 

이 같은 민사 보상 합의에도 불구하고 JP모건 측은 2013년 엡스타인과의 거래를 종료하기 전까지 그의 불법 행위를 인지하지 못했다며 불법 행위 연루 의혹을 부인해왔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도 엡스타인을 유지하기로 한 결정이 궁극적으로 커틀러 책임이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하지만 2019년까지 엡스타인을 알지 못했다는 다이먼의 증언과 달리 스테일리는 다이먼에게 엡스타인의 성범죄 유죄 인정 사실을 알린 적이 있다고 증언했으며, 또한 엡스타인 계좌 폐쇄 여부 논의가 진행될 때 문건 2개에 '다이먼 검토 대기' 등 CEO 보고용임을 암시하는 문구가 있었다고 NYT는 소개했다.

 

조셉 에반젤리스티 JP모건 대변인은 NYT에 보낸 성명에서 엡스타인과 은행과의 관계에 대해 "이는 실수였고 돌이켜보면 후회하지만 우리가 그의 끔찍한 범죄를 도운 것은 아니다"라며 "만약 그가 성매매 조직에 연루됐다고 믿었다면 결코 그와 사업을 지속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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