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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조세 전문가들이 바라본 '2017년 세법개정안'(부가세)

매년 증발하는 숨은 세원 9조원을 찾아라
부가가치세 매입자납부제도 닻 올렸다

정부가 발표한 2017년 세법개정안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을 담아서 ‘일자리 창출, 소득재분배, 세입기반 확충’에 역점을 두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기업에 실질적인 지원이 되도록 현행 조세지원제도를 일자리 중심으로 전면개편 ▲소득 재분배 개선을 위해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 강화, 서민·중 산층의 세부담은 축소 ▲저성장·양극화 극복을 위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세입기반을 확충 한다는 것이다.


문 정부, 핀셋증세로 82.6조원 재원 마련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공약 추진을 위해 필요한 재원 178조원 중 95.4조원은 세출절감, 나머지 82.6조원은 세입확충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5대 국정목표’와 ‘100대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위해선 국민이 앞으로 5년간 지금보다 약 82.6조 원의 세금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정부는 소득세 최고세율을 조정하고, 법인세 최고 과표구간을 신설하는등 소위 ‘핀셋증세’를 통해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세부담을 늘리지 않고 필요한 재원을 조달할 계획을 세웠다.


예년처럼 이번 세법개정안은 세목별로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세목은 소득세의 경우 ‘소득세 최고세율 조정’, 법인세의 경우 ‘법인세 최고 과표구간 신설’이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내용은 부가가치세 체납이 많은 유흥업종을 대상으로 2018 년부터 신용카드 결제분에 대해 신용카드사가 부가가치세를 납부하는 매입자 납부제도(Reverse Charge)를 먼저 도입한다는 것이다.

 

부가가치세 속 검은 그림자
부가가치세는 1954년 프랑스에서 최초로 도입한 후, 현재는 전 세계 약 166개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7년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최초로 도입해 현재 가장 중요하고 세수기여도가 높은 세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부가가치세를 도입한 모든 국가는 예외 없이 다음과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첫째, 부가가치세는 간접세로서 납세하는 자와 국가에 납부하는 자가 다르다. 물건을 구입하는 자가 물건가격과 더불어 부가가치세를 결제하면, 판매자가 이를 보관하고 있다가 정해진 기간에 국세청에 납부한다.

 

따라서 결제시점에서 매입자는 부가가치세를 부담하지만, 실제로 공급자가 국가에 납부하는 시점과는 시차가 발생하는데, 이 과정에서 사업이 어려워져 폐업 또는 도산하게 되면 보관하고 있던 부가가치세를 국가에 납부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내가 낸 세금이 소위 ‘배달사고’로 국가에 귀속되지 않고 증발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부가가치세는 소위 폭탄업체를 이용해 계획적으로 매출세액을 취득한 후 사라지는 전문 탈세꾼의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이는 국제간 거래에서도 악용되어 소위 회전목마 사기를 통해 부가가치세를 계획적으로 탈세하는 경우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EU가 2016년 8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폐업, 도산, 폭탄업체, 회전목마 사기 등으로 인한 27개 회원국의 평균 부가가치세 탈세 규모 비율이 14.03%라고 한다. 담세자가 부담했음에도 매년 약 208조원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가 탈세 또는 체납으로 중간에 사라진다는 의미이다.


부가가치세를 세계 최초로 도입한 프랑스의 탈세 규모가 14.18%, 이탈리아 27.55%, 그리스 27.99%, 영국 10.14%, 독일 10.37%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5년 발생한 부가세 체납발생건수가 200만건이 넘고, 체납액도 8조9500억원에 달한다.

정말 심각한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간접세라는 특징 으로 인해 납세자는 자기가 낸 세금이 중간에 도둑맞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정치권과 언론도 관심이 없다.


‘배달사고’ 차단하는 매입자납부제도 도입
부가가치세의 체납과 탈세문제가 점차 심각해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2000년대 이후 EU 회원국을 중심으로 우선 취약업종에 대해 매출자 대신 담세자인 매입자가 직접 국가에 부가가치세를 납부하게 해 소위 ‘배달사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매입자납부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08년 이후 금지금, 고금, 구리 및 철 스크랩등 부가가치세 탈세 가능성이 높은 업종의 B2B 거래에 대해 매입자납부제도를 도입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신용카드 결제분에 대한 부가가치세 매입자납부제도는 B2C 거래에 대해서도 부가가치세 체납, 탈세 등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는 우선 신용카드 사용비율은 높으면서 체납비율도 타 업종에 비해 월등히 높은 유흥업종에 동 제도를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해 추후 업종과 관계없이 모든 신용카드 거래에 매입자납부제도를 적용할 경우, B2C 거래에서 일어나는 부가가치세 체납을 대부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 연간 약 9조원의 부가가치세 배달사고만 차단해도 공약 이행에 필요한 상당 부분의 재원을 손쉽게 조달할 수 있을 것이다.


숨은 9조원, 성실납세자에게 거둬선 안 돼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5년간 ‘소득세 최고 세율 조정’ 등을 통해 소득세에서 약 2조1938억원, ‘법인세 최고 과표구간 신설’ 등을 통해 2조5599억원을 더 거두어 들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부가가치세에서 내가 낸 세금이 중간에 배달사고로 국가에 귀속되지 않는 금액이 매년 약 9조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동제도를 완벽하게 전 업종에 적용할 경우 매년 9조원, 5년간 최소 45조원의 세수를 성실납세자의 추가부담 없이 더 거두어들일 수 있다. 과연 어느 정책이 더 중요하고 시급을 요하는 것인지 자명하다.


세수증대 효과나 문제의 심각성, 정책의 시급성 등 모든 면에서 현재 언론에서 야단법석하는 ‘소득세 최고세율 조정’이나 ‘법인세 최고 과표구간 신설’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부가가치세 매입자납부제도를 통해 체납을 원천적으로 방지해 내가 부담한 세금이 중간에 배달사고로 증발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프로필] 김 재 진
• 한국조세법학회 조세정책분과위원장
• 사회보장제도 신설 변경 협의회 위원장
• 전 한국지방세학회 부회장
• 전 한국조세연구포럼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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