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생명보험업계는 상반기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대형 생명보험사 인수 경쟁과 더불어 역대급 저금리가 닥쳐오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실물경제 위기 대응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잇달아 인하면서 보험사의 공시이율은 매달 급감하고 있다. 이에 따른 투자 영업 이익 악화 문제 역시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생보사들의 고금리 계약 역마진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됬던 공동재보험 제도 역시 저금리 여파로 ‘적정 보험료’에 대한 재보사와 생보사의 입장이 갈리면서 당분간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인다.
KB금융 푸르덴셜생명 인수…오렌지 품은 신한금융과 ‘생보 빅매치’
상반기 생보업계에선 리딩 금융지주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생보사 인수·합병(M&A) 경쟁이 불을 뿜었다.
오렌지라이프생명이라는 대형 매물을 품에 안고 KB생명과 생보시장에서 격차를 벌인 신한금융을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이라는 ‘최대어’를 인수하며 맹추격하고 있다.
KB금융은 손해보험업계에선 시장 4위사였던 KB손보(구 LIG손보) 인수로 타 금융지주사와 큰 격차를 보이며 앞서 나갔지만, 생보업계에서는 계열사인 KB생명이 소형사의 지위에 머물며 상대적으로 경쟁 금융지주사인 신한금융의 신한생명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생명까지 인수하면서 이 같은 격차는 더욱 벌어졌던 상황이다. 생보사 인수 의지를 꾸준히 드러내온 KB금융 입장에선 이번 푸르덴셜생명 인수로 규모의 경쟁을 벌일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KB금융은 계약 당시 기초 매매 대금 2조2650억원과 이자 750억원을 합친 2조3400억원을 미국 푸르덴셜 본사에 지급하기로 했다.
당시 계약 방식은 2019년 말 결정한 기업 가치 평가액을 기준으로 매매 대금을 미리 정하고, 가치 유출이 발생하면 가격을 조정하는 형태다.
현재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 지분 100%를 인수를 골자로 이달 중 금융위에 자회사 편입을 신청한다. 금융위 승인 작업은 2개월 안팎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몇 년간은 금융지주사의 보험업계 M&A시장 진출의 시기였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보험업권을 통한 수익구조 다변화가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면서 양 금융지주사의 ‘생보사 전쟁’이 불을 뿜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시이율 ‘날개 없는 추락’…수익성 악화 가속
반면 생보업계의 업황은 코로나19로 가속화된 저금리 현상으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팍팍해졌다. 제로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생보업계의 수익의 원천인 투자영업 이익이 급격히 악화될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지난 3월 16일 한국은행은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5%p 인하한 연 0.75%로 조정했다.
보험사들은 보험료 대비 보험금 지급 비중, 즉 손해율이 높아 현재 보험영업 분야에서는 모두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 보험료를 재원으로 투자영업을 통해 수익을 불려, 당기순이익을 확대하는 것이 특히 보유 자산이 많은 생보업계의 최대 과제였다.
문제는 금리 인하가 곧 생보사의 이익 감소를 의미한다는 점이다. 고객들이 납입한 보험료를 통해 수익을 얻어야 하는 만큼 안정적인 자산 운용을 위해 국내 채권 투자에 주력하는 경우가 많은데, 금리가 떨어진다면 당연히 채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도 하락하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한국은행은 코로나 확산에 따른 실물경제 침체를 우려, 상반기에면 두차례의 금리 인하를 단행햇다. 0.75%였던 금리가 0.5%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보험상품의 공싱이율 역시 걷잡을 수 없이 곤두박질 치고 있다.
금리차로 인한 역마진을 우려한 보험사의 공시이율이 안그래도 심각했던 저금리 사태의 악화로 버틸 도리가 없었진 셈이다.
은행의 예금금리처럼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공시이율의 특성상 기준금리와 비교해 보험사가 감당할 수 있는 ‘폭’이 있는데 그 범주가 날로 줄어들고 있다.
6월 기준 초장기 고액 상품을 판매해 금리 영향이 상대적으로 큰 생보업계의 공시이율은 전월 대비 최대 0.03%포인트 떨어진 상태다.
대형 생보사 약관대출 가산금리 1%대 진입
저금리의 여파는 생보사들의 또다른 수익원이었던 ‘보험계약대출’의 가산금리 인하로 이어졌다. 약관대출의 금리가 높다는 비판을 받았던 생보사들이 기준금리까지 하락하자 결국 1%대의 가산금리 하향조정에 들어갔다.
업계 대장주인 삼성생명은 대형사 중 가장 먼저 가산금리를 0.5%포인트 낮춘 1.8%로 재조정했으며 뒤이어 한화생명 역시 0.51%포인트 인하한 1.99%의 가산금리를 결정, 처음으로 가산금리가 1%대까지 주저 앉았다.
교보생명 또한 올해 중 삼성생명과 한화생명과 유사한 수준으로 가산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의 대다수를 점유하고 있는 대형 3사의 가산금리가 모두 떨어지게 되면서 보험사의 투자수익 기대치 역시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대모은 공동재보험…저금리에 된서리
저금리의 ‘나비효과’는 생보사들이 고대하던 공동재보험 제도의 실효성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과거 판매했던 확정고금리 상품으로 막대한 역마진이 발생하는 생보사들은 이에 대비하기 위해 악착같이 자산을 긁어 모으고 있음에도 안정권을 장담하지 못하고 있었던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을 재보험 가입을 통해 나눌 수 있는 공동재보험은 자본확충 부담이 컸던 보험사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과 이로 인한 경기 침체로 금리가 잇달아 인하되면서 공동재보험의 실효성 여부는 안갯속에 빠졌다.
역마진 위험 해소 대비 재보험료 수준을 따져 타산성을 조율해야 하는 생보사 입장에선 재보험사들의 적정 보험료 산정에 제도 활용 여부가 결정되게 된 셈이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