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생명보험업계 역시 올해 계속된 코로나19 확산 및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인해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판매자회사 설립, 전속채널의 소멸 등 제판분리에 동참하는 생명보험사들이 급증한 시기기도 했다.
아울러 해외금리 연계 파생상품(DLF‧DLS) 사태의 불똥이 튀면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이 제정, 높은 과징금과 과태료 내용을 두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이와 동시에 악화된 시장상황을 반영하듯 푸르덴셜생명, KDB생명 등의 매물이 나오면서 M&A시장의 움직임도 활발했다.
코로나19 선방 불구 저금리 장기화 ‘직격탄’
생보업계는 올해 초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매출 감소 현상은 보장성 보험 판매량 증가 및 증시활활에 따른 변액보험 판매량 호조로 이겨냈으나 저금리 장기화로 인한 수익성 악화 문제는 피하지 못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과 5월 각각 0.5%포인트, 0.25%포인트 기준금리를 내렸으며 현재까지 연 0.50%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다.사실상 제로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생보업계는 당장 장기적으로 회사를 운용할 원동력인 운용자산이익률 하락 문제에 직면했다.
과거에 판매한 고금리 저축성 보험상품의 이차역마진 리스크는 덤으로 준비해야 하는 돈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줄어드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보험사는 통상 소비자로부터 지급받은 보험료를 안전자산인 국·공채 등에 투자해 수익을 얻지만 금리가 하락하면 자연스레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도 악화될 수 밖에 없기 때문.
실제로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국내 생보업계 운용자산이익률은 ▲2015년 4.02% ▲2016년 3.90% ▲2017년 3.55% ▲2018년 3.61% ▲2019년 3.46% 등으로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는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생보사들은 시중금리와 연동해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금리인 ‘공시이율’을 수년간 단 한차례도 예외 없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이달 연금과 저축성보험의 공시이율을 2.27%로 하향 조정했다. 보장성보험의 경우 전달과 같은 2.00%를 유지했다.한화생명은 연금과 저축성보험의 공시이율을 2.27%와 2.22%로 전달 대비 0.03%포인트, 0.04%포인트 내렸다.
특히 지난 7월부터 2.25%로 상향했던 보장성보험의 공시이율을 이달에는 다시 연초 수준인 2.20%로 내리기로 했다.
교보생명은 또한 보장성과 연금, 저축성보험의 이달 공시이율을 2.25%, 2.27%, 2.25%로 결정했다. 이는 연금과 저축성보험의 공시이율이 한 달 전보다 0.03포인트씩 낮아진 수준이다.
더욱 큰 문제는 저금리 기조에 운용자산이익률이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금융사의 손실 폭인 이차역마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는 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 중에서 이자율을 반영한 일정 부분을 장래 보험금이나 환급금 등을 지급하기 위해 회사의 부채로 적립하는데, 이때 반영되는 이자율이 자산을 운용해 얻은 수익률보다 높으면 이차역마진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결과적으로 생보사들의 공시이율이 날개없는 추락을 계속하게된 배경에는 저금리라는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가 존재한다. 이에 대응해 어떻게든 수익률을 끌어올릴 ‘묘수’를 찾아야 하는 것이 모든 생보사들의 지상 과제가 된 셈이다.
새주인 찾기 ‘희비’…M&A시장 ‘양극화'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보험 시장 현황은 생보사 M&A시장에서의 흥행 ‘양극화’로도 드러났다.
대형사에 비해 시장점유율과 보유 자본이 미미한데다 손해율 악화에 따른 타격이 더욱 컸던 중소사들이 결국 ‘매각’이라는 선택을 하고 있지만,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의 새주인 찾기는 역설적으로 규모대비 수익성에 따라 요동치고 있는 것.
특히 이 과정에서 매물로 나왔던 푸른덴셜생과 KDB생명의 상반된 새 주인 찾기는 보험사들의 M&A가 철저한 투자대비 수익성을 기준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보험업계 ‘대어’로 M&A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푸르덴셜생명은 KB금융지주가 손에 쥐었다. 올해 4월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 지분 100%를 2조3,400억원에 인수했다.
KB금융 측은 당분간 푸르덴셜생명을 KB생명과 통합하지 않고 독자 경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향후 통합이 이뤄지면 총자산 기준 업계 10위권 안에 안착할 전망이다.
외국계 보험사로 축적해둔 자산이 상당했던 데다가 업계 중위권의 시장점유율과 안정적인 수익률을 거둬들일 수 있다는 점이 금융지주사를 비롯한 시장의 ‘큰 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셈.
반면 저조한 수익성에 시장 장악력도 적은 KDB생명은 ‘4전5기’에도 불구, 새주인 찾기에 잇달아 실패하며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주름살을 깊게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KDB생명의 네 번째 매각 도전을 공식화한 산업은행은 지난 6월 말 우선협상대상자로 JC파트너스를 선정했다.
JC파트너스가 중장기적으로 KDB생명을 공동재보험사로 전환하는 계획 등의 구체적 청사진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년간 교착 상태에 있던 매각 작업의 물꼬가 드디어 트이는 것이란 기대가 컸다.
그러나 이후 인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사이 지난달 초 JC파트너스의 우협 지위까지 잃게 되면서 매각 관련 상황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생보업계 M&A시장의 기준은 결국 ‘수익성’ 또는 ‘규모’ 둘 중 하나는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사실이 재확인된 셈이다.
판매자회사 설립 '봇물' 대세가 된 '제판분리'
올해 생보사들은 어려운 금융환경 속 수익성을 지키기 위한 방안으로 ‘판매자회사(자회사형GA)’ 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판매자회사 설립하는 이유는 보험상품의 제조와 판매를 분리하는 ‘제판분리’ 체계에서 다른 GA업체에 전속 설계사와 판매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GA는 한 보험사에 종속되지 않고 여러 금융회사와의 제휴를 통해 다양한 금융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전속 설계사는 소속회사의 보험상품만 팔아야 하지만 GA에서는 다양한 회사의 상품 판매가 가능해 실적을 올리기 상대적으로 유리한 데다 수수료와 수당도 더 많아 인력 이탈이 잦았다.
판매자회사가 이 같은 시장 환경 변화에서 보험사가 전속조직을 통해 유지하고 있던 영향력을 지키면서도 GA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묘수’가 된 것이다.실제로 신한생명은 자회사형 GA ‘신한금융플러스’의 출범을 알린 데 이어 GA업계 5위 리더금융판매의 영업조직 일부를 인수하고 영업력 강화에 나섰다.
앞서 미래에셋생명도 전속설계사 3300여명을 자회사형 GA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이동해 제조와 판매를 분리한다는 계획을 밝혔다.한화생명은 지난 15일 자사형 GA 2곳을 전격 통합하면서 영업조직 분사를 가속화하고 있다. 존속법인은 한화라이프에셋이며, 합병 후 한화금융에셋은 소멸된다.
이어 18일에는 임시 이사회를 통해 판매 전문회사인 ‘한화생명 금융서비스(주)(가칭)’을 설립, 2만명에 달하는 전속조직을 일거에 판매자회사로 이전시키겠다는 복안을 밝힌 상태다.
생보업계 ‘빅3’에 속하는 한화생명의 제판분리 선언이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향후 대형사와 중소사를 가리지 않고 전속조직의 몰락과 초대형 판매자회사의 대두가 뒤따를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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