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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기자수첩]보험 광고에도 품격(?)이 있다?

(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보험사들이 스크린 너머에서 벌이는 ‘광고 전쟁’이 치열하다. 웅장한 배경음악 앞에서 유명 연예인들이 앞 다퉈 보험 상품의 편리함과 가성비를 선전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보험사의 광고 전략도 불꽃을 뿜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광고 모델 섭외는 이미 타사와 차별화를 지니기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는데 있다.

 

실적 개선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보험사들은 자사만의 특색 있는 광고를 만들기 위한 고민까지 추가로 안게 됐다. 소비자의 마음을 훔치기 위한 보험사들의 다툼도 시퍼런 날이 서 있기는 영업 현장과 비교해 부족함이 없다.

 

코믹한 상황을 연출하거나 자체 연구소 데이터를 근거로 ‘팩트’로 승부하는 광고까지 수많은 시도가 있었다. 참신한 광고들도 쏟아졌지만 과열 경쟁의 그림자도 존재했다.

 

소비자의 마음을 사려던 광고가 도리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역효과를 내는 것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6년 나온 A사의 일명 ‘10억을 받았습니다’ 광고가 대표적이다. 보험사 광고로는 이례적으로 인터넷의 ‘밈’으로 승화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광고다.

 

광고를 제작하기 얼마전 A사는 보험에 가입한 직후 사망한 소비자에게 10억이라는 거금을 보험금으로 지급했다. 지급부서에서도 상당한 격론이 있었지만 원칙에 입각해 지급하기로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A사는 자사가 소비자들에게 거액의 보험금도 성실히 지급한다는 이미지를 원했다. ‘10억을 받았습니다’ 뒤에 ‘아무것도 묻지 않았습니다’가 바로 따라 붙는 이유다.

 

A사의 광고는 이목을 집중시킨다는 의도는 200% 충족했지만 문제는 그것이 긍정적인 방향이 아닌 부정적인 방향으로 분출됐다는 것이었다.

 

해당 광고를 시청한 사람들은 A사의 성실함을 느끼기보다는 아버지의 죽음이 10억이란 ‘현금’으로 치환된다는 불쾌감이 컸다. 소비자단체의 최악의 광고상은 물론 광고 송출 중단 청원까지 일어날 정도였다.

 

회사가 원했던 ‘아무것도 묻지 않았습니다’는 사라지고 남은 것은 ‘10억을 받았습니다’ 뿐이었던 셈이다. 광고를 만든 보험사는 머리를 싸맬 일이다.

 

반면 사고가 발생해야 보험금이 지급되는 보험 상품의 태생적인 ‘꺼림직함’을 자연스럽게 소비자에게 전달한 광고도 눈에 띈다. B사가 최근 시작한 ‘다녀올게’ 광고가 대표적이다.

 

해당 광고는 일상속 평범한 사람들의 분주한 아침을 정겹게 제시한다. “다녀올게”라는 말과 함께 대문을 나서는 광고 속 모델들의 모습은 그리 낯설지 않다.

 

저녁이 되고 모델들은 다시 가정으로 돌아온다. 화면에서는 “다녀올게”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B보험사는 소비자들을 돕겠다는 멘트가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하지만 광고가 이야기하는 ‘현실’은 사실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는 모두 언제 불의의 사고를 당할지 모르며 이 때문에 보험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말한 “다녀올게”라는 말이 저녁에 지키지 못할 약속이 될지는 누구도 모른다. 크게 다칠 수도,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이런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의 존재 의의는 숭고하나 그만큼 무겁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 없음에도 보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극히 부정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B사의 ‘다녀올게’ 광고는 이 같은 무거운 주제를 거부감 없이 소비자들에게 전달했다고 보인다. ‘대놓고’ 묘사하지 않아도 ‘알아서’ 보험사가 원하는 메시지를 깨닫게 하는 셈이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광고의 꿈은 보험사의 이미지와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인식 제고에 있을 것이다.

 

광고 전략을 고민하는 보험사가 한번쯤 생각해 볼만한 속담이지 않을까? 품격(?)있는 광고가 천 냥 빚을 갚는 말 한마디가 될 수 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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