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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회계부정 막는 ‘경영의 골든아워’ 신재준 성현회계 상무

회계부정 눈 감으면 국가적 손실 ‘수조원’
어려워도 진단 위한 골든아워 놓치면 안 돼
포렌식은 의심할 여지 없는 증빙
글로벌 비즈니스서 중요성 증가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홍채린 기자) 심장이 멎은 지 10분 후, 심근경색은 1시간 후, 뇌졸중은 3~4시간이 지나면 손을 쓸 수 없게 된다. 생명을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을 골든아워라고 부른다. 국내에서는 얼마 전까지도 기업의 골든아워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 부실회계에 대해 경영진들은 쉬쉬했고, 법제도도 부실했다.

 

그리고 대우조선 회계부정 사태로 뼈아픈 수업료를 지불해야 했다. 포렌식(forensic) 분야가 기업경영의 응급의사 역할로 주목받은 것도 최근의 일이다. 성현회계법인은 기업의 골든아워에 대비해 중견급 법인으로서는 사실상 최초로 전담 포렌식 조직을 갖췄다. “병법에서 싸우지 않고 적을 이기는 것이 최선책이듯이 부실도 발생하기 전에 방지할 수 있다면 그것이 최선이다.” 성현회계법인 포렌식 리더, 신재준 상무를 통해 기업의 골든아워에 대해 들어봤다.

 

포렌식, 외면 받던 기업의 응급수술

 

“나도 수술이라는 말만 들어도 겁이 난다. 기업 입장에서 포렌식 조사는 두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환부에 접근하려면 수술과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 것처럼 포렌식 조사도 기업 내부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할 수밖에 없다.”

 

포렌식은 증거수집을 위한 과학적 조사방법을 말한다. 포렌식 기법을 처음으로 받아들인 곳은 정부 수사기관이었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회계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포렌식 기법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과거 국내 기업들은 경영 부실을 숨기려 했다. 대가는 혹독했다. 항공, 조선, 제조 등 각 분야에서 굴지의 대기업들이 쓰러졌다. 원인은 대형 부실회계였다. 손실을 이익으로, 부채를 순자산으로 둔갑시키면서 기업은 빠르게 곪아갔다.

 

부실회계는 한국의 고질병이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에서 진단한 한국의 회계투명성 지수는 최하위그룹이었다.

 

신재준 상무는 미국 컨설팅 그룹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서 선진 포렌식 기법을 배운, 국내 포렌식 1세대 회계전문가다. 2009년 귀국했을 당시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미국에서 포렌식 조사기법을 접했을 때는 국내에 꼭 필요한 기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국내에 들어와 보니 필요로 하는 곳이 거의 없었다. 변화의 첫 조짐은 2014년에 발생했다. 업계 선도기업이 갑자기 거액의 손실이 나더니 급기야 회사가 외부 감사업체에 포렌식 정밀진단을 의뢰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조사 결과 천억원대 회계조작행위가 드러났다. 어려운 선택이었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를 찾았다.”

 

기업계도 놀랐지만, 회계업계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포렌식이 기업경영의 응급조치에 얼마나 유용한지 입증된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 때뿐이었다.

“포렌식 조사의 강점이 알려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포렌식에 대한 인식은 바뀌지 않았다. 기업들은 응급조치(포렌식 조사)를 받느니 병(부실회계)을 감추고 싶어 했다. 2014~15년 줄줄이 거대 기업 회계부실·부정 사건이 발생했다. 선량한 주주들과 지역경제가 피해를 봤다.”

 

검찰 수사 결과 적발된 회계조작 규모는 수조원이 넘었다. 그 끔찍한 폭탄을 짊어지고도 몇몇 간부들은 회사 공금을 낭비하고, 문제없는 것인 양 위장했다.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했다. 2017년 회계 관련 3법이 개정되면서 기업경영의 응급수술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일정 규모 이상 회사는 일 년에 한 번 회계법인(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를 받아야 한다.

 

2017년 이전에도 외부감사인이 회사 내 위법한 회계조작을 발견하면 회사 내부 감사조직과 당국에 이를 알리고 고치도록 하는 조항이 있었다. 이것은 선택이지 의무가 아니었다. 국회는 2017년 개정법안에서는 이를 의무로 바꾸었다. 회계부실·부정에 대해서는 내부 경영진의 판단보다 외부의 외과적 진단이 필요하다는 결론에서였다.

 

“2017년 회계개혁 3법 개정 이후로도 기업들은 포렌식 조사에 껄끄러워 했다. 아픈 곳을 다 파니까. 2018년 국정감사에서 외부감사인 갑질 지적이 나오면서 부정적인 목소리는 더 높아졌다. 하지만 응급조치를 늦추는 건 대형 폭탄을 안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부가 협의의 물꼬를 텄다. 2019년 말 정부, 기업계, 회계업계 참여 속에 기업 회계부정조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서 갈등이 크게 가라앉았다.”

 

두려워도 수술은 필요하다

 

“지난해 말 후배가 갑자기 도와달라고 연락을 해왔다. 회사에서 회계감독을 맡았는데 아무리 봐도 회계부정 같은 게 포착됐다는 것이다. 겨우 근거 자료를 제출했지만, 정작 회사 외부 회계감독 파트에서 믿어주질 않았다. 회사 주주가 거대 기관투자자들이라 보고서가 잘못 올라가면 큰일이었다. 한참 듣다가 나도 모르게 한 마디 튀어나왔다. 외과의사를 찾아 응급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내과 문만 두드렸네.”

 

회사 내부에서 재무관리를 담당하는 경영지원실(회계팀)이 회계장부를 작성하고, 정기적으로 회사내부 감사조직(감사 또는 감사위원회)과 외부 회계법인(외부감사인)이 제대로 회계장부가 작성됐는지를 점검한다.

 

이러한 체계에도 중대부실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특히 연말연초 시즌이 그렇다. 이 시기 기업은 연말실적발표, 연초 사업계획, 연간 재무제표 작성과 외부감사, 주주총회 시즌이 한꺼번에 겹친다.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외부감사인이 내부 감사(후배)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은 충분한 증거를 수집하기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 자료를 보니 후배는 장부에서 문제점만 찾아냈지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충분한 증거와 설명이 없었다. 필요한 것은 정밀진단을 할 수 있는 조직과 전문가였다.”

 

회계부정의 나쁜 점은 중·장기간 악재가 은폐된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이번에는 문제없겠지’라는 인식이 한번이라도 퍼지면 아무리 유능한 회계부서, 내부감사, 외부감사가 있어도 소용이 없다. 그러고 나면 기업의 시곗바늘은 어느 덧 골든아워를 넘긴 후다. 회계부정이 수조 단위의 손실을 낳는 이유다.

 

내부감사로는 회계부정에 대처하기 어렵다. 의료에서 환자는 증상을 숨기려 하지 않지만, 부정회계 영역에서 기업은 자신의 증상을 숨기려 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기업은 대체로 빡빡하게 운영된다. 그런데 포렌식 조사가 착수되면, 회사 내부 임직원에게 강도 높은 대면·서면 조사가 들어간다. 조사받는 시간, 조사 관련 자료 제출 등 절차만으로 큰 부담이 된다.

 

따라서 포렌식 조사는 ‘누구나 그 조사 결과에 동의할 수 있어야 하는’ 증거를 내놓아야 하고, 조사 강도도 높다. 이 과정에서 회계장부 분석은 기본이다. 담당자 대면조사, 이메일, 문자, 휴대전화 기록조회도 이뤄진다. 거짓말과 은폐하는 사람들 역시 전문가들이다. 부정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거의 예외없이 증거 인멸을 시도하기에 증거 복구 등도 필수 절차다. 수만, 수십만 건의 자료에서 회계부정과 관련된 자료를 정확하게 찾아내야 한다.

 

“회계부정이 있는지, 누구에 의해 어떻게 발생했는지 확인하려면, 판단이나 의견이 아닌 객관적인 증거를 대야 한다. 이러한 증명이 있어야 회사가 장부를 수정할 수 있고,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와 내부통제 복원도 할 수 있다.”

 

의료 영역의 골든아워와 회계 영역의 골든아워 간 차이는 여기서 발생한다.

수술이나 응급의학에서의 골든아워는 치료가 가능한 시점까지를 의미하지만, 기업의 골든아워는 원인·배경·전개·결과만이 아니라 개선조치까지를 포함해야 한다.

 

기업의 골든아워는 수술 후 회복까지 고려해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경험적으로 보면 아무리 작은 조사로도 5~6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개선조치 이행과 이행 후 회계장부·내부통제 절차 회복 등을 통해 감사의견이 나오기까지 적어도 3개월 정도는 걸린다.”

 

신재준 상무를 그렇기에 더욱 기업의 골든아워를 놓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현실적으로 늦어도 1월 초에 조사가 시작되지 않으면, 3월말 감사보고서 제출까지 시간을 맞출 수 없다. 기업 내 부정이 발생하는 경우 이러한 분야의 전문가와 상의하고, 신속한 감사인과의 협의와 조사인의 선임을 시작해야 조사를 시작해야 골든아워를 놓치는 실수를 방지할 수 있다.

 

‘골든아워’ 성현의 도전

 

신재준 상무는 자신이 포렌식 조사기법을 배우게 된 계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회계사는 기업 회계상황을 진단한다. 평상시 정기검진(외부감사) 파트가 있고, 심각한 징후가 있을 때 정밀검진(포렌식 조사)하는 파트가 있다. 둘 다 항상 필요하다. 이중에서 좀 더 응급조치가 필요한 영역을 선택했다.”

 

그는 일에 대한 생각은 회계사 공부를 첫 시작했을 때와 달라진 건 없다고 전했다.

 

“하나의 기업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의 생계가 얽혀 있다. 기업을 살리는 일은 이 사람들의 생계를 지키는 일이다. 하나하나 기업이 나아지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 포렌식에 대해 필요성을 말하는 사람들의 수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2017년 회계개혁법 개정으로 외부감사 시장이 커졌을 뿐더러 요구받는 정밀성과 정확성도 높아졌다.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정부 지정제로 바뀐 덕분에 회계법인(외부감사인)들도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기업의 골든아워를 부를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최근 성현회계법인은 이에 대해 도전적인 결정을 내렸다.

 

회계시장에서 포렌식이 꺼려진 주된 이유는 초기 비용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 추세에 맞춰서 포렌식 기술과 장비, 전문가들을 갖춘 업체가 생기면서 진입장벽은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중견회계법인에서 첫 닻을 내린 것은 성현회계법인이었다. 성현회계법인은 디지털 감사에서 상당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포렌식 전담 조직 구성에 착수하고, 본격적인 출사표를 내걸었다.

 

“과거에는 보유한 포렌식 장비가 어떤 조직의 전문성, 역량을 대표하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전문성의 시대다. 장비가 업계에 보편화된 덕분이다. 앞으로는 조사를 담당하는 인원의 전문성과 신뢰성이 더 중요하다. 특히 중견회계법인은 상황에 맞춰 유연하고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포렌식의 가능성이 더욱 인정받는 영역은 글로벌 비즈니스다.

 

다른 제도, 다른 문화, 다른 법령의 적용을 받기에 법적분쟁에서 기업을 보호할 가장 중요한 수단은 객관적인 자료 확보다. 미국의 디스커리버리 제도(증거개시절차)가 대표적이다. 실제 포렌식 시장에서 가장 활발히 활용되는 분야 역시 이 영역이다.

 

기업의 골든아워에 대한 필요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는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다.

 

“나도 수술이라는 말만 들어도 겁이 난다. 기업 입장에서 포렌식 조사는 두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환부에 접근하려면 수술과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 것처럼 포렌식 조사도 기업 내부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할 수밖에 없다. 기업으로서는 이러한 고통을 최소화하고 싶지만 진단 없이 처방이 있을 수 없다. 국내외 비즈니스 환경에서 포렌식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할 수 있다면, 앞으로 기업경영의 응급수술의들이 더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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