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고 정부가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비격리 여행 권역)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트래블 버블이란 방역 우수국 간에 일종의 안전 막을 형성해 자가격리를 면제하고 자유로운 여행을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트래블 버블과 관련한 적정 방역 수준을 놓고 항공 당국과 방역 당국의 미묘한 입장차가 감지되고, 백신 물량과 접종 속도를 고려할 때 트래블 버블의 연내 시행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 국토부 '트래블 버블' 실무 협의 진행…실제 시행까진 변수 많아
7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트래블 버블과 관련 몇몇 대상국과 실무 차원에서 협의를 진행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방역 우수국가를 정해 올해 상반기 안으로 일단 협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라면서도 "다만 실제 트래블 버블이 언제 개시가 될지는 협정안에 방역 수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방역 상황이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면 트래블 버블을 개시하되 방역 상황이 악화하면 언제든 이를 중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양국의 코로나19 환자 발생이 어느 정도 수준이 돼야 안전하다고 판단할 수 있을지, 트래블 버블로 국내 유입되는 인원이 어느 정도여야 감당할 수 있을지 방역 당국과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트래블 버블 협정을 맺는다고 해도 시행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매일 300∼400명대에 달하는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발생 규모를 대폭 줄여야 한다.
또 항공 여행은 국가 간에 이뤄지는 특성이 있는 만큼 협정 대상국의 코로나19 확산 상황도 언제든 변수가 될 수 있다.
실제 싱가포르와 홍콩은 트래블 버블 협정에 따라 당초 지난해 12월 22일부터 양 도시 사이에 지정된 항공기로 일일 1편(승객 200명 이내)의 양방향 무격리 여행을 실시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상황 변화로 시행 시기를 늦췄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여전한데도 국토부가 트래블 버블 협정을 서두르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고사 위기에 처한 항공·관광업계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항공 정책 주무 부처인 국토부로서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도 항공 수요 회복과 인적 교류 재개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
다만 코로나19가 꾸준히 재확산하는 상황에서 국토부가 항공 정책의 주도권을 갖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사실상 국제선 운항 재개를 위한 이니셔티브를 국토부가 아닌 방역 당국이 쥐고 있다"며 "다만 국토부 입장에서는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는 대로 언제든 트래블 버블을 바로 시행할 수 있도록 사전 작업을 진행할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부가 현재 실무 협상을 진행 중인 트래블 버블 대상 국가로는 싱가포르와 대만, 태국 등이 거론된다.
다만 대상국들이 협정 체결 때까지는 보완을 요구해 대상국이 어떤 나라인지 확인은 어렵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 트래블 패스 두고 부처 간 미묘한 입장차…"방역·경제 사이 외줄타기"
트래블 버블과 함께 '트래블 패스'(Travel Pass)에 대해서도 부처 간 미묘한 입장차가 감지된다.
국토부는 이달 3일 '항공산업 코로나 위기 극복 및 재도약 방안'을 발표하면서 트래블 버블과 연계한 트래블 패스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래블 패스는 일종의 면역·백신 여권으로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와 백신 접종 여부 등 코로나19와 관련한 정보를 담게 된다.
코로나19 음성 여부와 항체 형성 여부를 확인·입증할 수 있어 세계 각국과 여러 민간기구에서 프로그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방역 당국은 트래블 패스 도입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달 3일 브리핑에서 백신 여권 도입 필요성과 관련 규범부터 만들 필요가 있다면서도 "국제적으로 통용할 수 있는 백신 여권을 우리나라에서 만들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 코로나19 백신은 이제 막 도입돼 효능이 불확실하다는 이유 등으로 다른 여러 국가에서도 도입 필요성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또 개인정보 유출이나 비접종자에 대한 차별 우려도 트래블 패스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물론 트래블 패스 발급만으로 당장 특정 국가를 격리 없이 여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트래블 패스를 통해 입국 전 음성 확인서 제출 의무화 등 국가별 방역 조치에 따른 불편을 해소할 수 있어 트래블 버블과 연계해 항공 수요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트래블 버블의 실제 운영은 방역과 항공·관광업 활성화 사이의 외줄타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김형종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해외의 트래블 버블 추진 현황과 고려사항'이란 보고서에서 "트래블 버블은 일정 수준의 위험을 부담하면서 어려운 업계 상황을 호전시키겠다는 것이지 위험을 무작정 감수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방역 준수와 함께 노선의 수요 역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만약 트래블 버블 한도가 매우 작아 업계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위험은 부담하면서 실질적인 이득은 취하지 못하는 역설적 상황에 놓이게 된다"며 "성공적인 트래블 버블을 위해서는 세밀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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