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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코로나 그리고 이후

(조세금융신문=양현근 시인) 코로나19로 일상이 엉망진창이 된 느낌이다. 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상들이 꼬이고 엉켜서 쉽사리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소소한 것들이 주는 작은 행복이 문득 그립다. 알고 보면 바이러스는 우리 인류 역사와 함께 공존해왔고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진화해온 것이 사실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우리가 그동안 간과해왔을 따름이다.

 

중세 말 유럽의 경제적 침체를 더욱 가공스럽게 만든 것은 흑사병이었다. 흑사병의 원인인 페스트균은 쥐 등의 설치류에 기생하던 쥐벼룩을 중간 숙주로 하는 박테리아로, 몽골 제국의 킵차크 칸국 유목민들이 쥐와 접촉하면서 그 감염이 시작되었다.

 

1347년 말 마르세유에 도착하고, 1348년경에는 프랑스 전체를 휩쓸었다. 흑사병이 할퀴고 간 도시는 인구가 절반으로 줄고, 폐허가 되다시피 했다. 당시 유럽 인구 7000만명중 2500만명이 흑사병으로 사망하였으니 얼마나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는지 짐작할 만하다.

 

100%에 가까운 치사율에 대한 공포는 흑사병 자체에 대한 무지로 인해 더욱 확산되었다. 당시 의사들이 권고한 최선의 처방은 “빨리 떠나라. 최대한 멀리 가라. 그리고 될 수 있는 한 늦게 돌아와라”였다고 한다.

 

흑사병 이후에도 바이러스는 다양한 형태로 인류를 괴롭혀 왔으며, 최근 코로나19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해하면 될 듯하다. 전염병은 과거나 지금이나 전쟁 또는 무역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전파되고 있다.

 

그리고 이 전염병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지만,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이 더욱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돈을 벌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00년대 초 페스트 백신이 나왔을 때 반란이 일어난 모습은, 최근 코로나 백신에 대한 반발과 비슷하다. 백신의 부작용을 말하기 바쁘고, 시위를 하는 모습은 100여년 전 모습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렇다면, 코로나19가 끝나면 세상은 지금보다 더 살기 좋아질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경제환경 측면에서는 결코 아니다’라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마스크가 일상화되어 있는 코로나19 시대보다 훨씬 더 험난할 것이라는 점에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를 극복하는 경제원리는 단순했다. 국가채무에 불구하고 무한정 돈을 찍어 경기를 부양하기만 하면 됐다. 이처럼 풀린 유동성은 부동산과 주식, 코인시장에 흘러들어 차례로 폭등시켰다.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이처럼 풀린 유동성을 회수하는 험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또한 과잉 유동성에 따른 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이 글로벌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금리인상과 유동성 축소에 대한 우려는 새해부터 글로벌 금융시장을 크게 요동치게 하고 있다. ‘파티의 술잔’을 언제 치울 것인지는 연준의 생각과 의지에 달려있다. 파티가 끝날 때쯤이면 늘 어수선한 법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외 환경이 어지럽고 혼란스러울 때에는 과잉 부채와 같은 우리 내부의 약한 고리가 위험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작년 말 현재 은행권 신규 가계대출의 82%가 변동금리로 이뤄져 있다. 금리가 오를수록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과도한 가계부채와 변동금리 위주의 가계부채 구조, 지나치게 오른 부동산 가격은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에 해당한다. 1200원에 육박하는 원달러 환율과 달러 강세에 대응하기 위하여 앞으로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금리인상과 대출억제가 집값 하락의 트리거가 되지 않을지, 이로 인한 경제충격파는 없을지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

 

이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가 과연 무엇인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정밀한 진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프로필] 양현근

• 시인

• 전) 한국증권금융 부사장

•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은행감독국장·기획조정국장

• 전) 금융감독원 외환업무실장

• 조선대 경영학과, 연세대 석사, 세종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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