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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가계 순저축률은 8.1%를 기록했다.

 

가계 순저축률은 가계의 순저축액을 처분가능소 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가계의 순저축률은 2013년 4.9%, 2014년 6.3%에 이어 2015년 8.1%로 뛰는 등 계속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 10년간 가계의 소비성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OECD 회원국(2015년 기준) 중 우리보다 저축률이 높은 나라는 스위스(19.96%), 룩셈부르크 (17.48%), 스웨덴(16.78%), 독일(9.93%) 뿐이다. 또한 금년 1분기 우리나라의 가계와 기업, 정부부문을 합한 총저축률은 36.9%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3분기(37.2%)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저축률 상승은 미래에 대한 불안심리가 근본 원인
저축률이 상승한다는 것은 국민들이 먹을 것 안 먹고 쓸 것안 쓰고 허리띠를 질끈 졸라맨다는 의미다.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의 총저축률은 한 때 40.6%까지 올라간 적이 있다.

 

국민들이 위기 극복을 위하여 소비를 과도하게 줄였기 때문이 다. 물론 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는 당시 최고 18%에 육박하여 은행이자가 쏠쏠했던 때이다.

 

여기서 우리가 유념해서 살펴봐야 할 것은 1.25%라는 사상 최저 금리에도 최근 가계 저축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저축률이 올라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이나, 노인빈곤 문제 등에 대한 우려로 소비보다 저축을 늘린 결과다.

 

물론 전·월세 가격의 급격한 상승이나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 문 제, 고용불안도 근저에 자리 잡고 있다. 기업들도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클 경우 투자를 꺼리게 된다. 결국 최근 저축률 상승에는 각 경제 주체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심 리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저축률이 올라가는 것을 마냥 기쁘게만 생각할 수는 없다. 소비부진과 투자위축에 따른 경제 전체의 활력이 떨어지는 소위 ‘저축의 역설’(The Paradox of Savings)이나 소비 위축으로 인한 ‘소비 절벽’ 현상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는 우리나라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다. 가장 활발한 소비층인 30~40대 인구의 감소세가 너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주 소비층인 30대는 2011년 800만명을 정점 으로 이미 감소추세에 있다. 일본보다 더 빠른 속도다.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스가 주장한 저축의 역설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예로 일본을 많이 든다. 일본은행이 1990년연 6.0%인 금리를 1995년 연 0.5%로 낮췄지만, 가계 저축률은 10%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소비촉진을 위해 세금을 깎아 통장에 입금해 줬는데 이 돈도 쓰지 않고, 은행에 저축했다. 경기 회복을 위해 푼돈이 다시 저축되면서 일본은 결국 장기 불황에 빠져들게 된다.


경제는 연못과 같다고 한다. 연못의 물은 채워졌다가 흘러 내린다. 저축과 투자도 이와 같다. 연못에 물이 마냥 고이기만 해서는 큰 문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이 흐를 수 있는 마땅한 통로를 열어줘야 한다.

 

새 정부의 경제 정책인 ‘소득 주도 성장’은 일자리를 늘려 소득을 높여주면 소비가 증가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최근 가계저축률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소비 촉진을 위한 적절한 당근책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저축이 무조건 미덕인 시대는 지났다.

 

오히려 적절한 소비가 미덕으로 인식되 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소비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인 시각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부동산 자산 위주의 가계자산 포트폴리오를 감안할 때, 노후에 대비한 연금상품 위주의 현행 저축모델이 적절한 것인지 개인별로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프로필] 양 현 근
• 한국증권금융 부사장, 시인

•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은행감독국장·기획조정국장

• 전) 금융감독원 외환업무실장

• 조선대 경영학과, 연세대 석사, 세종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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