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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왕기현 세무법인 택스키 회장, 협력 네트워크로 세무업계 바꾼다

인성과 신실성 바탕으로 인적 세무사 네트워크 구축
과당경쟁 않고, 조사대행 등 최고의 서비스에만 주력
기재부 · 청와대 · 국세청 다양한 경험을 갖춘 기획통
국세청 엔티스 출범의 주역…좌절 대신 용기냈죠
‘사회 투명성’ 국세정보국으로 잡아야
받은만큼 사회에 환원 기부

 

저는 세무사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후 고객 여러분의 권익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왔습니다.

 

지난 10여년을 뒤돌아보니 세무환경은 NTIS(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의 도입과 잦은 세법 개정 등으로 복잡‧다변화되어 한 사무실에서 소수의 세무대리인이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절감하였습니다.

 

이에 국세청 조사국 근무를 통해 많은 경험과 인성을 겸비한 젊은 후배 세무사들과 함께 지난 2월 세무법인 택스키를 설립하였습니다.

 

Tax key는 분야별 최고의 세무 전문가들과 협업을 통하여 기존 방식이 아닌 아무도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면서 최상의 원스톱 서비스로 고객여러분의 세금 고민을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새롭게 출발하는 택스키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지도와 편달을 부탁드리며 귀하께서도 건승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병을 버리고, 식을 버려도, 최후까지 지켜야 할 것은 신뢰…. 논어(論語) 안연(顔淵)편 무신불립(無信不立)의 일화다. 혼자 하는 일도 나름의 의미가 있으나, 큰일을 하려면 ‘나만을’이 아니라 ‘모두를’이 필요하다. 전문지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무업계에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고의 고객 서비스를 위해 타 소속 세무사들에게 언제든 손을 내밀고, 후배 세무사를 위해 선배 세무사가 후견을 맡은 새로운 모델이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변화는 신생 세무법인 택스키에서 태동했다. 왕기현 택스키 회장(전 중부지방국세청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세무법인 택스키는 세금의 Tax와 열쇠의 Key를 합친 말이다. 열쇠, 세금 고민을 열어주는 열쇠가 되겠다는 뜻이다.

 

왕기현 택스키 회장은 54년생 남원 출신으로 국립 철도고등학교 졸업 후 1973년 철도청 9급에서 시작해 다양한 이력을 거쳐 중부지방국세청장(1급)을 역임한 살아있는 ‘공무원의 신화’로 불리우는 사람 중 한 명이다. 2010년 12월 공직을 떠난 후 세무법인 회장으로 10년 이상의 경력을 쌓아왔다.

 

안정을 택해도 될 법한 때에 그는 또 다시 변화를 선택했다. 택스키는 납세자들에 대한 해답이면서도 고착화된 세무업계에 대한 왕기현 회장의 해답이기도 하다.

 

“국세청이 발족하고 세무사 제도가 시행된 이후로 그간 세무대리 업계에는 변화가 거의 없었습니다. 앞으로는 세무대리 업계에도 엄청난 변화가 올 것 같습니다. 제 감이 그렇습니다.”

 

왕기현 회장은 그 어느 고위 공직자보다도 변화에 익숙한 인물이다. 1978년 철도청을 그만두고 1979년 교육인적자원부(구 문교부) 7급 행정공무원, 그리고 일과 학업을 병행하다 기획재정부(구 재무부) 국고국, 이재국(금융), 증권국을 거치며 1989년에 사무관이 되었다.

 

그리고 1990년 국세청으로 발령받아 또 10년 만인 1999년 서기관에 승진했다. 2000년 청와대 곳간과 운영을 담당하는 총무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한 뒤 국세청에서 지방청 조사국 국·과장 등을 역임하고 2009년 중부지방국세청 1급 공무원이 됐다.

 

2010년말 명예퇴직을 하고 세무사로서 납세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노력해왔다. 2021년 코로나 사태와 메타버스·AI(인공지능) 기능의 고도화 등으로 세무업계에 큰 변화가 예감됐고, 변화가 다가온다면 선두에 서서 가보자라고 결심했다.

 

그리고 고민 끝에 협력-출자 시스템을 구축했다.

 

“보통 세무법인들은 한 사람이 운영을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보면 대표는 업무와 관리 등의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여러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반면, 택스키는 함께 하는 세무사들이 출자해서 만든 회사입니다. 각자가 주인의식을 갖고, 서로 협력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왕기현 회장은 택스키 구성원(세무사)들이 주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아온 전직 정예 베테랑들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소수정예는 모든 일을 처리하는 만능의 해결사가 아니다.

 

“예를 들어 건설회사가 조사받을 때 건설업계에 정통한, 특화 세무사들에게 협업을 제안합니다. 네 일 내 일 따져서 하는 것이 아니라 오픈 마인드를 갖고, 믿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프로젝트를 공동 수행하는 구조입니다.”

 

택스키 명부의 세무사들이 택스키의 전부가 아니냐는 뜻인지 묻자 왕기현 회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택스키의 목적은 최고의 고객서비스입니다. 그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우리는 평소 서칭 작업을 통해 우리와 믿고 협력할 만한 세무사들을 이중삼중으로 검증했습니다. 가장 중점적으로 체크한 부분이 인성이었습니다.”

 

왜 인성이 우선인지 물었다.

 

“국세청 조사국에는 이런 불문율이 있습니다. 장님 3년,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 이 말은 근무할 때 봐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알았어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세무공무원이든 민간 세무사든 납세자의 귀중한 개인정보를 다룹니다. 보안이 생명인 거죠. 이런 식으로 기본을 중요시 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능력 있는 사람입니다. 조사를 객관적으로 보고, 정밀하게 진단할 수 있고, 고객의 일을 자기 일처럼 수행합니다. 그러면서 고객의 신뢰가 쌓이고, 세무법인도 시장에서 인정을 받습니다. 최상의 세무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했고, 이에 대한 해답, 열쇠가 택스키입니다.”

 

세무법인 업계에는 세금신고 대목, 업종별 조사대목 같은 일감 시즌이 존재한다. 왕기현 회장에게 ‘대목’을 신경쓰지 않겠다는 것이냐고 물었다.

 

“택스키는 너무 급하게 가지도 않을 것이고,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사람들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 인력풀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합니다. 한 고객의 니즈를 해결해 주면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자연스레 천천히 소문이 나고 그렇게 가는 것이지요.”

 

사명감으로 일궈낸 과학세정의 산물

 

왕기현 회장의 감은 단순한 감이 아니다. 국세청이 전 세계에 자랑하는 과학세정의 정점, 통칭 엔티스(NTIS)라고 부르는 국세청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의 도입은 왕기현 회장의 판단이 결정적이었다. 2009년, 그가 국세청 전산정보관리관(2급 고위공무원)에 발령받았을 때의 일이었다.

 

“제가 국세청 전산정보관리관으로 발령받기 전까지 전산의 ‘전’자도 잘 몰랐습니다. 1989년 기재부금융실명제 실시 준비단에서 근무할 때 금융실명제를 실시하려면 국세청에서는 통합전산망이 필요한데 소요비용이 어느 정도 되겠느냐고 했더니 천억 정도 필요하다 그래요. 그래서 예산 지원 해줄테니 하자고 해서 시작이 되었지요. 국세행정시스템 즉 TIS 구축이 진행돼 1999년 개통됐습니다. 그 전까지의 전산 관련 근무 이력은 그게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10여년이 지나 제가 2009년 전산정보관리관으로 부임하고 보니 1967년 당시 개발되었던 소프트웨어 등을 모두 그대로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이건 안 되겠다고 판단했죠.”

 

 

 

2009년 한국의 통신환경은 비약적인 변화의 시기를 앞두고 있었다. 2세대 이동통신기술(CDMA)이 3세대(WCDMA)로, 단말기는 폴더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동해 가는 등 거센 변화의 조짐이 일어나던 시점이었다.

 

하지만 국세청 전산시스템은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변동된 과세정보가 연계되어 처리되는 게 아니라 중간에 두 개, 세 개의 단계를 거쳐야 했다. 이사간 납세자에 대해서 세무서간 정보교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놓치는 세금이 종종 발생하기도 했다. 씨줄과 날줄이 따로 놀았다.

 

민원사이트는 필요하면 그때 그때 하나둘 추가하는 모듈 구조였고, 모듈 간 처리는 제각각이었다. 납세자들은 수 개의 민원서비스 사이트를 이용해야 했고, 분리된 전산망으로 인한 비효율은 고스란히 납세자들의 몫이었다.

 

심지어 국세청 콜센터 문의 전화번호도 1588-xxxx로 시작되는 번호가 무려 열두 개나 있었다. 양도소득세, 부가가치세, 법인세, 소득세 등 납세자는 자기가 알고 싶은 세금의 전용번호를 여러 개 외우고 다녀야 했다. 개선 필요성은 높았지만, 국세청 내 누구도 개선을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1999년 구축한 TIS 시스템은 완전한 전산화가 아니었습니다. IT환경도 빠르게 변했고요. 하지만 국세청 내부에서는 직원들도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1967년에 도입한 구닥다리 소프트웨어들을 전부 다 보관하고 있었을 정도였습니다. 안 되겠다. 차세대 TIS를 빨리 도입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바로 A4용지 한 장에 계획서를 만들었습니다. 차세대 TIS 대책반을 구성하고 예산을 확보해서 구축하기까지 한 5년 정도 걸릴 것이다. 그러면 국세청 전산화가 완성될 거다. 그렇게 본 거죠.”

 

왕기현 회장의 판단은 적중했다.

 

2015년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 수십억의 방대한 정보처리가 가능한 통합전산망이 출범하면서 사방에 흩어져 있던 일들이 마치 블록처럼 가지런하게 쌓였다. 납세자가 여러 사이트를 오갈 필요가 없어졌고, 홈택스가 올인원(All-in-One) 납세지원시스템으로 새 단장을 했다. 창고에 쌓여있던 과세정보들이 차례차례 전산망에 입력됐다. 당연히 시스템의 고속처리도 가능해졌고, 세무서간 정보 교류가 실시간으로 이뤄졌다.

 

2021년에는 타 대륙권 국가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는 유럽 세무행정 협의체(IOTA)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그렇게 우리나라는 미국·유럽·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부러워하는 과학세무행정의 모범국가가 됐다. 126 국세청 상담전화번호도 왕기현 회장의 작품이었다.

 

“부가세 신고할 전용번호, 법인세 신고할 전용번호, 탈세 제보할 때 전용번호. 그렇게 여덟 자리 전화번호가 열두 개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화재라도 가정집 전용 신고번호, 상가 전용 신고번호, 산불 전용 신고번호, 공장 전용 신고번호가 다 제각각인 식이었습니다. 이러면 안 된다. 단축번호를 도입해야겠다. 그래서 제가 안을 만들어서 방송통신위원회와 직접 접촉을 했지요. 그리고 2010년 1월에 그 많던 상담 전화번호가 126 하나로 통합된 것입니다.”

 

이러한 기획을 내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당시 국세청 전산정보관리관은 국세청 본부 국장 보직 가운데 한직 중 한직이었다. 각 부처와 기관에서 승승장구하며, 말년에 다다른 왕기현 회장을 인사권자가 그 자리로 보냈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의미가 아니었다.

 

 

“재무부 기획부서, 청와대, 국세청에서 근무했고…. 공무원에게 일은 소명이고, 사명이죠. 그런 생각에서 문제의식을 갖게 됐고 그래서 한 겁니다. 제가 아이디어를 내서 불을 지피고 나왔다는 게 정말 행복합니다. 제가 있을 때 126은 완성됐고, 엔티스는 그때부터 시작이 되어서 2015년에 완성됐죠. 개발 직원들은 엄청 고생을 많이 했고 병원 신세도 졌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나 하고 한때는 후회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일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고, 저는 엔티스로 인한 추가세수 효과가 약 100조원은 되었을 거라고 봅니다. 공무원 생활하면서 국가에 이 정도 기여했으면 국가의 녹을 축내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안 그런가요.”

 

공정을 위한 안전판 ‘국세정보국’

 

혹 지금 국세청 국장이나 청장이라면 내놓을 기획이 있는지 물었다. 가볍게 생각하고 던진 질문이었는데 왕기현 회장의 입에서 ‘국세정보국’하고 답이 바로 튀어나왔다.

 

“전산정보관리관으로 근무할 때 사회가 투명해지고 공평해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고소득자, 고위공무원이면 현직은 물론 퇴직 후에도 몇 년간은 부정한 부를 쌓는지 관리를 해야겠구나 하고. 다른 걸 보겠다는 게 아니라 세금과 관련한 것만 실시간 모니터링 하는 겁니다. 재산변동사항도 확인해야 하죠.”

 

바로 실현 가능한지 물으니 충분히 가능하다고 답했다. “현재 보유한 인력으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과세자료는 전부 전산실에 있지요. 전산정보관리관에 역외정보담당관(국제 거래 및 해외 탈세정보담당)과 세원정보과(각 지방국세청 및 세무서 등에서 수집한 정보 가공)를 붙이면 바로 국세정보국이 되는 겁니다. 거기서는 탈세정보자료를 실시간으로 온라인 모니터링하고, 각 지역의 오프라인 자료까지 함께 다루게 됩니다. 탈세정보를 총괄 수집, 분석하는 것이죠. 업무의 중대성을 감안해 책임자의 직급은 1급까지도 설정할 수 있을 겁니다.”

 

 

그의 말을 듣고 바로 고위공무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와 공직자윤리위원회(이하 공윤위)가 떠올랐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들의 뇌물 등 비리를 잡지만, 행위를 잡지 돈의 흐름을 잡는 것은 아니다.

 

공윤위는 고위공직자 등 주요 공무원들의 재산 변동 상황을 파악하지만, 대상자들이 신고하는 것을 집계할 뿐 어떠한 비리도 적발할 수 있는 인프라가 전혀 없다.

 

왕기현 회장은 국세정보국이 고위공무원과 사회지도층에 대한 부패를 추적하는 조직이고, 정확히는 세금과 관련한 돈의 흐름만 본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행위는 오만가지 이유로 숨길 수 있지만, 돈은 행위의 의도를 숨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세정보국장의 직위를 2급 국장에서 1급 실장까지 올려야 한다는 말에서 새삼 사안의 중요성이 이해됐다.

 

“돈의 흐름을 볼 수 있는 건 국세청이 유일합니다. 감옥을 보낸다는 뜻이 아닙니다. 탈세를 잡겠다는 뜻입니다. 누군가는 해야 합니다. 그리고 국세청만이 할 수 있습니다.”

 

늘 감사한 마음…신실함이 나의 원칙

 

공직사회에서 외부 출신은 배척받기 십상이다. 하지만 왕기현 회장은 문교부 7급 공무원으로서 국가재정과 예산을 다루는 재무부로 발령받고, 재무부 공무원이 세무공무원이 되고, 세무공무원이 청와대 총무비서관실에 파견됐고, 1급 공무원까지 승진했다.

 

“1급 승진할 때 승진 부탁한 적 없고 부탁할 곳도 없었는데 외부에서 오신 백용호 청장님이 저를 발탁한 거죠. 이명박 정부 시절에 호남 출신이 중부청장에 임명됐으니 그때 국세청에서는 대단한 사건이 됐지요.”

 

백용호 국세청장의 신임 외에도 펄쩍 뛸 만큼 기쁜 일도 있었다.

 

“1급 승진 대상자로 지명을 받았을 때 가장 기뻤던 일은 인사자료에 2009년 직원 다면평가에서 부하직원들이 가장 근무하고 싶은 상사 1위에 제가 뽑혔다는 것입니다. 저의 공직생활을 뒤돌아 볼 때 그 때만큼 가슴이 뛰고 뿌듯했던 순간이 없었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운이나 배경이 아니었다. 각 기관별로 그를 필요로 했고, 그는 수요에 부응했다. 택스키, 엔티스, 국세정보국(실)…. 이 모두 그가 다양한 경험을 쌓은 기획통이 아니라면 나올 수 없는 단어들이 아닌가 싶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죠. 철도청, 문교부, 재무부 이재국, 국세청 조사국, 청와대를 가서 정치인들도 만났고, 어공들도 만나고…. 저도 젊었을 때는 단편적으로 이해했습니다. 조그만 점을 보고 전부라고 착각했지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아무것도 아니었구나라는 걸 깨닫게 되더군요. 그 경험들이 모두 체화가 됐고, 축적된 경험들이 제가 늘 변화를 감지하고, 추구해왔던 원동력이 되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일까. 2009년 1월 19일 개각 때 한 날, 한 시에 과거 상관으로 함께 근무했던 네 분이 장관에 임명되는 일도 있었다.

 

“당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진동수 금융위원장, 윤진식 청와대 경제수석 비서관(전 산업자원부 장관), 권태신 국무총리실장(현 국무조정실장 및 국무총리비서실장 역할) 장관 네 분이 한 날 한 시 모두 장관이 되셨습니다. 그 좋은 분들과 함께 근무했던 순간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일이 아니라 평상시에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삶을 사는지 궁금했다.

 

“매 순간이 고맙고 감사하죠. 남원 촌놈이 서울 와서 이만큼 살고 있으면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철도청, 문교부, 재무부, 청와대, 국세청에서 근무했을 때 사람들은 물론 퇴직 후 현재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도 항상 고맙게 생각합니다. 저의 복인 거죠”

 

“요즘 아침마다 40~50분간 양재천을 걷습니다. 오늘은 아파트 13층 집까지 계단으로 올라갔고, 사무실도 지하 주차장부터 4층 사무실까지 걸어서 올라왔습니다. 걸으니 몸도 가벼워지고 좋더군요. 집까지 올라가는 계단은 모두 221개입니다. 올라가면서 내가 걸을 수 있어서 고맙고, 내가 건강한 것에 대해 감사하고, 부모님께도 고맙습니다, 집 사람에게 고맙다. 아이들에게 고맙다, 직원들에게 감사하고, 주변 사람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생각하며 올라가면 피로도 덜 느끼고, 몸도 마음도 가뿐해집니다.”

 

늘 감사하는 마음 때문인지, 왕기현 회장은 잘 알려진 기부왕이다. 억대 기부자가 가입할 수 있는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기도 하다. 지난 해 연말에도 심장이상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 연구하는데 써달라며 강남세브란스병원에 5천만 원을 기부했다. 나중에 가진 재산의 일부는 기부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왕기현 회장은 일반인들의 세금에 대한 인식이 늘 좋지 않지만, 현재나 앞으로도 세금은 우리 생활에서 떼어낼 수 없는 중요한 요소라고 하면서 세금에 대한 저변 인식을 개선해 나가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했다.

 

세무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세금에 대한 저변 인식을 넓히고자 이미 <재미있는 세금여행> 이란 책 세권을 펴냈는데 앞으로 보다 쉽고 재미있게 세금 이야기를 풀어 적고 싶다고 전했다.

 

“고등학교 졸업한 사람이 이 책을 읽어보고 ‘세금이 이런 거구나’라고 느낄 수 있게 끔 글을 썼었죠. 세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는데, 그러려면 기본을 알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웹툰 등의 형식을 빌어 세금을 쉽게 재미있게 이야기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전에 책을 쓸 때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있기에 선뜻 덤벼들지는 못 하고 있습니다.”

 

택스키의 회장으로서 한 마디를 부탁했다.

“택스키는 제가 제 몫을 챙기려고 만든 법인이 아닙니다. 제가 회장으로서 하는 역할은 큰 그림과 방향을 잡는 일입니다. 내 몫은 내려놓고, 구성원들의 뒷바라지를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야 모두들 신실하게 책임감을 가지고 함께 일구어 갈 것입니다. 항상 서두르지 않고,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할 겁니다. 그리고 세무업계에 불어오는 거대한 변화의 바람에 대응하는 시발점의 주체가 택스키가 되었으면 합니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라고….”

 

맹자(孟子) 등문공(滕文公) 하편에서는 왕척직심(枉尺直尋)이란 말이 나온다. 글자의 뜻은 큰 이득을 얻기 위해 조그마한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는 뜻으로 융통성을 강조하는 말이지만, 원전에서 맹자는 다른 이야기를 전달한다.

 

맹자는 이득을 위해 원칙을 어긴다면, 이득만 남을 뿐 원칙은 사라진다고 경고한다. 아무리 포장해도 원칙 없는 이득은 신뢰가 없고, 신뢰를 잃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뜻이다.

 

왕기현 택스키 회장이 인생 격변의 고비마다 선택을 주저하지 않았던 것처럼 택스키가 그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될지를 주목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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