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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국고보조금 구멍 막겠다는데 왜?…회계사 vs 세무사 5년 전쟁

검증보고서·회계감사 서로 격 달라…증명력도 차이
보조금 검증 자격…‘稅’는 능력. ‘會’는 책임
‘稅’ 책임은 행위에 부여…특정 자격사 전유물 아니야
‘會’ 과거 거듭 된 논란, 관련 추이 보고 있어
능력은 지출검증 자격이 될 수 있나? 국회서 결판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정부가 민간단체들이 국고보조금을 빼돌리지 못하도록 회계감사를 강화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5년째 지속된 국고보조금 지출검증에 대한 회계사와 세무사 간 다툼이 마무리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국가보조금 단체는 보조금 규모에 따라 보조금을 제대로 썼는지 검증보고서를 내야 하는데, 현행법에서는 검증보고서 작성 업무는 회계사만 할 수 있다. 세무사들은 지출검증은 세무처리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업무이며, 회계사 고유업무도 아닌데 회계사들에게만 업무를 부여해 납세자 불편을 가하고 있다며 세무사들도 검증보고서 작성을 할 수 있게 해달라며 제도변경을 추진해왔다.

 

보조금 검증이 국회의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주요 쟁점을 진단해봤다.

 

◇ 회계감사-검증보고서, 서로 격이 다르다

 

검증보고서를 둘러싼 회계사와 세무사 간 다툼을 이해하려면 법 체계에서 업무와 두 자격사간 영역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 필요가 있다.

 

민간단체가 보조금을 받으려면 자신이 회계적으로 믿을 만한 단체인지 보조금을 용도에 맞춰 썼는지 증명해야 한다.

 

보조금이 좀 적게 받는 단체는 지출증빙에 대한 검증보고서 정도면 받아주지만, 보조금을 많이 받는 곳은 회계감사를 통해 자신이 믿을 만한 단체인지까지 증명을 해야 한다.

 

기준점은 국고보조금 10억으로 이를 넘으면 회계감사, 10억 미만이면 지출증빙에 대한 검증보고서만으로 충분하다.

 

그렇지만, 회계감사와 검증보고서 사이는 코끼리와 쥐 정도의 격차가 있다.

 

회계감사는 고객이 작성한 회계장부 전 영역에 대해 회계규칙에 따라 정확히 작성되었는지를 살펴본다. 네 가지 척도에 따라 ‘회계장부의 정확성’을 판단하며, 그 판단에 공공 인증(Certification)를 부여한다.

 

반면, 국고보조금 검증보고서는 회계감사가 담당하는 회계영역 가운데 국고보조금 영역만 검증한다.

 

회계감사가 회계기준에 따른 장부 작성의 정확성을 판별하는 것과 달리 검증보고서는 보조금을 얼마나 썼는지, 영수증이나 계산서가 가짜인지 진짜인지를 정도를 따지는 데 그친다(기획재정부공고 제2021-86호).

 

둘 간은 증명력에도 차이가 있다. 회계감사의 증명력인 ‘인증’은 누구나 믿고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검증보고서의 증명력은 개별 사안에 대한 보증(Assurance)으로 한정된다.

 

요약하자면 회계감사나 검증보고서나 장부상 돈이 제대로 들어오고 나갔는지를 증명하는 것은 동일하나, 회계감사가 더 광범위하고 엄격한 책임을 부여하는 정밀진단이며, 검증보고서는 회계감사 영역 하위에 속하는 지출증빙에 좀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 검증의 능력과 책임

 

현재 우리나라는 검증업무 전문은 회계사란 이유로 회계감사와 검증보고서 작성은 회계사들에게만 맡기고 있다.

 

그런데 최근 5년간 세무사들은 세무사도 검증보고서 작성을 맡게 해달라며 제도 개편을 요구해오고 있다.

 

이유는 ‘능력’이다.

 

세무사는 세법 심화, 회계사는 세법에 더해 경영·재무·감사까지 할 뿐 회계라는 공통영역을 업으로 삼는 것은 같다.

 

회계감사는 정해진 곳만 받지만, 세금은 폐업하지 않는 이상 무조건 신고해야 하는데 세금 신고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업무가 지출증빙이다.

 

검증보고서는 따지고 보면 지출증빙을 검증하는 것이고, 세무상 지출증빙과 같은 일인데 왜 세무사는 할 수 없느냐는 이유에서다.

 

‘능력’에 대한 세무사 측의 요구에 대해 회계사 측은 ‘책임’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검증보고서는 정부 고시상 객관적인 제3자가 지출증빙을 검증하도록 하는 것인데 고객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세무사가 객관성을 가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실제 기재부 보조사업 정산보고서 검증지침에 따르면, 정산보고서 검증업무를 맡는 곳은 이해상충 소지가 있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되어 있다(기획재정부공고 제2021-86호).

 

 

책임성에 있어서도 회계사와 세무사간 차이가 크다는 주장도 나온다.

 

회계사는 자신이 회계감사 과정에서 부여한 공공 인증(감사보고서)이 부실했거나 거짓됐다면, 고의나 중과실 여부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세무사는 고의로 사기 행각을 벌이지 않는 이상 형사처벌은 받지 않고, 잘해봐야 행정징계나 민사 정도에서 책임을 지는 정도다.

 

세무사 측은 회계사 측의 주장에 대해 절반의 긍정과 절반의 반박을 하고 있다.

 

세무사가 고객의 이익을 위해 세무대리 등 돈을 벌지만, 회계사 역시 항상 공정성이 높은 회계감사를 하는 것은 아니며, 세무·회계 컨설팅을 통해 돈을 번다.

 

세무사 측은 회계사는 보조금 정산보고서 검증하는 곳에 대해서는 컨설팅 등 고객 서비스를 하지 않는 것 뿐인데 세무사 역시 정산보고서 검증을 하는 곳에 대해서는 세무대리 등 다른 세무서비스를 하지 않도록 제한을 두면 된다는 것이다.

 

세무사가 제3자 검증 자격이 없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일정 규모 사업자는 전문가로부터 자신의 세금신고에 대해 성실신고확인을 받아서 정부에 제출하고 있다. 정부는 세무사에게도 회계사와 대등한 성실신고확인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세무사는 회계사와 달리 형사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주장은 오류라고 반박했다.

 

법률상 형벌 규정은 행위에 부여하는 것이지 특정 자격사의 자격에 부여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예를 들어 회계사가 회계감사로 인해 처벌받는 것은 회계감사를 하기에 처벌받는 것이지, 회계사라서 처벌받는 게 아니다.

 

정산보고서 부정 검증에 대해 처벌을 한다고 한다면, 회계사라서 처벌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 검증이란 행위를 해서 처벌을 하는 것이기에 부정검증을 한 사람을 처벌하면 되는 것이지 회계사여야만 처벌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세무사 측은 어떤 특정 자격을 취득하였다고 하여 그 자체로 공정성이나 객관성을 확보한다 할 수 없고, 직무영역은 그 능력에 따라 나누는 것인데 보조금 검증 능력이 없다고 할 수 없는 세무사를 직무에서 배척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회계사 측은 위 반대 논리에 대해 과거 논의돼 온 상황이며, 관련 사항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 국가는 왜 외부에 검증을 맡겼나

 

정부가 국가보조금 증빙 검증업무를 외부(회계사)에게 맡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원래 국가보조금을 증빙을 확인해야 하는 의무는 보조금을 주는 정부에게 있지만, 공무원들이 일일이 보조금 단체 지출증빙을 확인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도 마냥 외부에 검증을 맡기기 보다는 몇 가지 안전장치를 뒀다.

 

과거에는 보조금 단체에 보조금을 일단 주고, 검증하는 곳에서 쓴 내역과 안 쓴 내역을 정부에 주면 이를 가지고 정부가 보조금통합관리망을 통해 기록, 관리해왔다.

 

현재는 보조금 부정 사용에 대해 경각심이 높아져서 일단 보조금 단체가 가지고 있는 돈으로 정부보조사업을 한 후 정부에 사용 내역과 영수증 등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그제서야 보조금을 내주는 식으로 업무 방식이 바뀌었다.

 

 

◇ ‘능력과 책임’ 5년의 다툼, 얼마나 더?

 

검증보고서를 둘러싸고 회계사와 세무사간 밀고 당기는 다툼은 국회 입법 영역에까지 올라왔다.

 

세무사들은 과거 수 차례 지자체 조례로 검증보고서 위탁사무를 뚫어보려고 했다.

 

서울시의회와 경기도의회는 세무사도 보조금 검증에 대한 능력이 있다고 보아 관련 사무를 위탁하겠다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의 반대로 소송이 진행 중이다. 회계사법상 회계사에게만 검증업무를 맡기는 데 하위 규정인 지자체 조례로 상위법을 뒤엎는 건 법체계 위반이란 이유에서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1년 12월 21일 검증보고서 위탁사무 대상에 세무사를 포함하는 보조금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위탁 자격은 능력에 따라 부여하되 책임은 행위에 따라 부여하는 것이라는 세무사 측의 의견을 수용한 결과다.

 

다만, 김주영 의원 안에는 한 가지 문턱이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2020년 6월 18일 발의한 보조금법 개정안이다. 이 법은 10억 이상 보조금을 받는 단체에 대해 부여하는 회계감사 의무를 보조금 3억 이상으로 확대하자고 하고 있다. 대신 검증보고서는 1억 이상 보조금 단체로 정했다.

 

다만, 송언석 안 대로 갈지는 의문이다.

 

현 정부는 국가보조금 단체에 대한 회계감사를 강화하겠다는 기조를 내세우긴 했지만, 10억 미만 보조금 단체에 회계감사를 부여하는 것이 자칫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들이미는 경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주영, 송언석 두 법안들은 병합처리 안건으로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원회 내 배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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