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항암치료를 위해 고가의 약제를 사용할 때 제약회사가 환자에게 돌려주는 위험분담 환급금은 실손보험의 보상 대상이 아니다'라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달 이모씨가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확정하면서 이같이 설시했다.
위험분담제는 효과가 불확실한 항암신약, 희귀의약품 등 고가 약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험급여를 해주되 제약사도 일부 약값을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다. 난치병을 앓는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씨의 배우자는 암이 발병해 2022년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주를 전액 본인 부담으로 처방받았다. 그는 병원에 약값을 지급한 뒤 제약회사로부터 약값의 일부인 약 1천500만원을 환급받았다.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상받을 수 없는 '본인부담금' 중 일부를 보상하는 상품이다. 보험사는 이씨의 보험 약관에 '의료급여 중 본인부담금의 90%와 비급여의 80%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상하며 이때 본인부담금이란 '본인이 실제로 부담한 금액'을 의미한다고 명시했다.
재판의 쟁점은 이씨의 배우자가 제약회사로부터 받은 환급금을 '본인부담금'에 포함할지였다. 환급금이 포함되면 본인부담금의 규모가 커지므로 이씨가 받을 수 있는 보험금도 늘어난다.
1심은 환급금이 본인부담금에 포함된다고 본 반면 2심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의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대법원은 "손해보험은 보험사고로 인해 생길 피보험자의 재산상 손해를 보상하기 위한 것"이라며 "손해의 전보를 넘어서 오히려 이득을 주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손해보험제도의 원칙에 반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고가항암제의 약값을 환자가 제약회사와 보험회사로부터 중복으로 지급받으면 실제 발생한 손해보다 더 큰 이익을 얻게 되므로 손해배상제도의 '이득 금지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이에 "(이 사건의 경우) 결국 약제비용 중의 일부를 제약회사가 부담한 것"이라며 "위험분담제에 따라 제약회사로부터 환급받는 금액은 피보험자가 실제로 부담한 요양 급여비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와 함께 보험사가 별도로 설명하지 않았더라도 가입자로서는 약관 내용을 통해 충분히 파악할 수 있으므로 보험사의 명시·설명의무 위반도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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