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송기현 기자) 국내 5대 시중 은행장들이 올해 말로 일제히 임기를 마치게 되면서 후임을 정하기 위한 절차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부터 경영 승계 절차를 시작하도록 한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올해부터 적용됨에 따라 예년보다 한 달 이른 시점에 인사 레이스 막이 오른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행장들은 올해 12월 31일에 일제히 임기가 만료된다.
은행들은 저마다 차기 행장 후보 추천을 위한 절차를 물밑 준비 중으로, 기존 은행장의 연임이나 교체 여부는 이르면 11월부터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먼저 지난 2022년 1월 취임한 이재근(58) KB국민은행장은 첫 2년 임기에 이어 1년을 추가, 5대 은행장 가운데 유일하게 올해 3년 차 임기를 지냈다.
2017~2021년 재임한 허인 전 행장의 사례를 들어 두 번째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지만,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 등이 변수로 거론된다.
KB금융지주는 이번주 중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 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으로, 향후 이 위원회에서 낙점하는 최종 후보는 KB국민은행의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 심사와 추천을 거쳐 공식 선임된다.
지난해 2월 취임한 정상혁(60) 신한은행장은 올해 상반기 리딩뱅크 타이틀을 확보하는 등 '영업통'으로서 경영실적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10일 자회사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를 소집해 신한은행장을 비롯한 12개 계열사의 대표 승계 준비를 개시했다.
여기서 도출한 내외부 승계 후보군(롱리스트)을 바탕으로 압축 후보군을 선정한 뒤 심층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를 발표하고 이사회로 넘길 예정이다.
이승열(61) 하나은행장은 취임 첫해인 지난해 당기순이익 1위 자리를 수성했고, 올해 들어서도 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양호한 실적을 이어왔다.
하나은행은 이달 중 은행 임원 후보 추천 위원회를 열고 은행장 선임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함영주(68)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기가 내년 3월 31일 만료되는 만큼 그의 연임 여부를 심사하기 위한 절차도 올해 말 개시된다.
조병규(59) 우리은행장은 사의를 표명한 이원덕 전 행장의 잔여 임기를 이어받아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1년여 동안 은행을 이끌어왔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사건이 불거진 후 책임론에 휩싸인 상황이지만, 본인은 연임 의지가 뚜렷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27일로 예정된 지주·은행 이사회에서 조 행장 거취 문제 등이 논의될지 주목된다.
우리은행은 지주의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 위원회에서 압축한 은행장 후보군을 대상으로 적합성을 심사한 뒤 그중 한 명을 최종 선정한다.
이석용(59) NH농협은행장도 첫 2년 임기를 마친다. 농협은행은 다른 시중은행과 달리 은행장의 연임이 일반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네 차례 발생한 금융사고가 부담으로 꼽히기도 한다.
이석준(65)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임기도 올해 12월 31일로 끝나기 때문에 5대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지주 회장과 은행장 연임 여부가 나란히 매듭지어질 예정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부분 현직 행장이 연임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차기 행장을 선임하기 위한 절차가 일찌감치 시작됐지만, 최종 후보는 예년과 비슷한 시기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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