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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계좌이동제 은행권 470조원 둘러싼 ‘총성없는 전쟁’ 시작

수수료 면제와 우대금리 적용 등 관련 상품 출시 고객 유인

(조세금융신문=김사선 기자) 은행간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오늘(10월 30일) 부터 계좌이동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이다.

계좌이동제란 고객이 주거래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길 경우 해당 계좌에 연결돼 있던 신용카드 대금, 통신료, 각종공과금 등의 자동이체를 간편하게 새 계좌로 이전할 수 있는 제도이다.

고객이 전화나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해당 은행에 접속한 후 주거래 계좌를 신청하면 각종 이체 항목이 새 은행으로 바뀐다. 은행을 직접 방문하거나 해당 기관에 일일이 연락해 기존의 자동이체를 해지하고 다시 신청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지는 것이다.

자동이체 통합관리 시스템으로 비대면 실명확인이 가능해지면서 여러 은행에 흩어져 있던 자동납부 내역을 일괄적으로 조회하고 처리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계좌이동제는 금융위원회가 2013년 11월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계좌변경으로 인한 소비자 불편과 이에 따른 비용을 줄이고 은행 간 경쟁을 유도해 금융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이 근본 취지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의 소매고객들은 프라이빗뱅킹 고객조차도 ‘주거래’ 개념이 약할 정도로 은행과의 관계금융을 제대로 형성하지 않고 있다”며 “계좌이동 서비스가 국내에 도입될 경우 강한 영향력을 은행권에 발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계좌이동제는 금융소비자의 편익제고를 위한 제도로 은행권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계좌이동제의 본격 시행으로 은행들은 집토끼(기존 고객)는 붙잡고 산토끼(새로운 고객)는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하는 등 움직임이 빨라졌다.

은행마다 주거래 고객의 선정기준을 낮추고 혜택을 확대하는 등 출혈경쟁도 불사하고 있다. 이에 계좌이동제가 시행되면 수시입출금 계좌에 들어 있는 226조원 규모의 자금이 큰 폭으로 움직이는 계좌 간 대이동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6월말 현재 은행권의 수시입출식예금 잔액은 469조원인데, 일각에서는 계좌 자동이전 서비스가 시행되면 이중 50% 가량인 234조원이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수시입출금 시장점유율은 KB국민은행이 23%로 1위이고 그 뒤를 신한은행(13.6%), 우리은행(12.9%), NH농협(12.2%) 등이 쫓고 있다.

하지만 계좌이동제 시행으로 계좌이동에 따른 불편함이 사라지고 편의성이 제고되면서 고객들이 손쉽게 거래은행을 바꿀 가능성도 높다는 점에서 은행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실제로 경제연구소의 설문 조사 결과 최근 3년간 주거래 은행을 변경했거나 향후 교체할 뜻이 있다는 응답이 51.2%에 달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수수료 면제와 우대금리 적용, 만기시 자동 재예치 등의 혜택이 담긴 계좌이동제 특화 상품을 쏟아내며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 가장 먼저 계좌이동제 관련 상품 ‘주거래고객 상품 패키지’을 출시했다. 가입 후 급여 및 연금 이체, 관리비·공과금 자동이체, 우리카드 결제계좌 지정 등 세가지 조건 중 두 가지 이상을 충족시키면 대출이자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신한은행은 ‘주거래 우대통장’과 ‘주거래 우대적금’으로 맞서고 있다. 가입 후 신한카드 결제실적이 월 30만원 이상이면 전자금융 수수료를 30회 면제해 주고, 적금에 대해서는 최고 1.3%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IBK기업은행은 입출금 통장과 예·적금으로 구성된 ‘IBK 평생 한가족 통장’을 출시했다. 입출금 통장의 경우는 전자금융수수료와 자동화기기 이용 시 수수료가 면제된다. 또 적금에 는 연 0.3% 포인트, 예금에는 연 0.15% 포인트의 우대금리가 적용되며, 학자금·결혼·출산·주택구입 등의 사유로 해지할 때는 특별중도해지 금리를 적용해 우대한다.

KB국민은행은 다른 은행보다 늦게 통장, 카드, 적금, 대출로 구성된 ‘ONE 라이프 컬렉션’을 내놓았다. 이 상품은 공과금 이체나 카드결제 실적이 단 한 건만 발생해도 수수료 면제, 대출금리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뷰티, 여행, 육아 등 고객이 선호하는 업종에서 소비할 경우에는 더욱 큰 폭의 카드할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KEB하나은행은 외환-하나은행과의 통합문제로 계좌이동제 특화상품 출시 시점이 다른 은행보다 다소 늦었다. KEB하나은행은 9월 1일 통합은행 출범과 동시에 ‘행복Together정기예금과 행복Together적금’을 출시했다.

농협은행은 9월 15일 계좌이동제를 겨냥한 ‘NH주거래우대통장’과 ‘NH주거래우대적금’을 출시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계좌이동제 관련 금융상품들은 대부분 비슷한 혜택을 담고 있어 차별화가 어려운 데다 우대금리 제공, 수수료 면제, 대출금리 할인, 카드 포인트 제공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면서 ‘출혈경쟁’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리 우대, 수수료 면제는 은행 입장에서 볼 때 먼저 높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라 자칫하다가는 은행의 수익성이 더 악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은행들이 과다출혈 경쟁으로 각종 비용부담을 떠안게 된다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며 “과다한 비용 지출보다는 감성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들이 예금고객 유치과정에서 금리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직면하고 수시입출식예금 규모의 변동성 증가에 따른 유동성 리스크 및 관련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며 “수수료 무제한 면제 등의 단편적인 혜택으로는 신규고객 유치는 고사하고 기존고객 이탈을 막기 쉽지 않을 것이므로 묶음상품(bundling product) 제공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계좌이동제 이후의 은행 간 승패는 결국 가격경쟁보다는 서비스 품질이 우수한 은행에 유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보다 앞서 계좌이동제를 도입한 영국의 선례를 참고할 만하다고 조언한다. 거래 편의성 향상, 금융정보 제공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금융 욕구를 충족시켜준 은행으로 계좌가 대거 옮겨가고 수익도 그런 은행에서 늘어났다는 사실에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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