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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계좌이동제, 맞춤형 서비스 개발 등 고객유지전략 실행돼야

우선적으로 기존고객을 유지하려는 노력 필요

  • 등록 2015.10.30 14:32:25

(조세금융신문) 그동안 은행권의 최대 관심사였던 계좌이동제가 예정대로 도입된다.

계좌이동제(accounts switching)는 주거래계좌의 변경 시 고객의 편의 제고를 위하여 신규은행이 계좌변경에 필요한 사항을 일괄 처리해 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올해 10월부터 금융결제원의 페이인포 사이트(www.payinfo.or.kr)를 통해 온라인상에서 계좌이동이 가능해지며, 2016년 1월부터 동 제도가 본격화되면 은행창구를 통한 계좌이동 신청도 가능해진다.


2015년 6월말 현재 은행권의 수시입출식예금 잔액은 469조원인데, 일각에서는 계좌의 자동이전 서비스가 시행되면 이중 50% 가량인 234조원이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경제연구소의 설문 조사 결과 최근 3년간 주거래 은행을 변경했거나 향후 교체할 뜻이 있다는 응답이 51.2%에 달하였고, Ernst&Young의 『Global Consumer Banking Survey 2012』에서도 2개 이상의 은행을 꾸준히 사용하는 Multi-Banking 고객이 89%에 이른다고 하니 대규모의 자금이동(money move) 현상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고에서는 계좌의 자동이체 서비스 도입과 관련하여 주요 이슈를 살펴보고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도입배경
2013년 11월 27일 금융위에서는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3대 미션으로 경쟁촉진(competition), 실물과의 융합(convergence), 소비자보호(consumer protection)를 제시한 바 있는데, 이 중 경쟁촉진의 일환으로 2016년부터 계좌이동제 도입계획을 밝힌 바 있다. 2014년 말 현재 EU와 호주 등에서 동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EU는 2009년 11월 계좌이동제 도입을 결정한 후 현재 EU 회원국별로 법·제도적 보완조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호주도 2012년 7월부터 은행 개혁방안(banking reform)의 일환으로 계좌이동제를 도입한 바 있다.

한편 영국에서는 2011년 은행개혁위원회(Independent Commission on Banking)의 권고에 의해 계좌이동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 영국의 계좌이동제는 금융시장의 새로운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소비자의 권익을 증대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즉, 대형금융회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금융시장 내에서 중소형 금융회사들도 혁신적 서비스를 개발하여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금융회사와 거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더 나은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이다.

특히 영국에서는 금융기관들의 불투명한 수수료 구조에 대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이 제기되어 왔는데, 계좌이동제를 도입하여 경쟁을 강화시키고 이를 통해 수수료를 인하시키겠다는 감독당국의 의도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도입 초기 계좌이동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자 2013년 9월부터 S witch Guarantee 프로그램을 통한 계좌이동 활성화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동 대책에는 한 달 가량 소요되던 계좌이동 완료기간을 7일로 단축시키고 계좌이동 과정에서 발생된결제불이행 문제는 전적으로 금융기관이 책임지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영국사례를 통해 살펴본 기대효과 분석
계좌이동 서비스가 전면 시행될 경우 실제 어느 정도의 자금이 이동할 것인지, 은행산업에 미치는 효과는 어느 정도일지에 대한 분석은 쉽지 않다. 영국의 Payment Council은 2014년 7월 계좌이동제의 성과를 평가한 보고서를 발표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계좌이동제를 통해 기대하였던 긍정적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주거래은행제도 하에서 계좌이동서비스 이용이 활발하지 않은 것은 계좌이동에 따르는 비용(최소잔고 유지의무, 거래수수료 추가 부담)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고객에게 펀드나 방카 상품을 판매하는 교차판매(cross selling) 전략이나 유사한 상품을 더 많이 가입하게 만드는 확대판매(up selling) 전략 등을 통해 소매고객과의 관계금융이 강하게 형성되어 있는 환경
도 계좌이동제 활성화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은행의 당좌계좌(checking account)를 사용하고 그 은행에서 모기지론을 받은 고객의 경우 주거래 금융기관을 변경하는 결정은 쉽게 내릴 수 없게 될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 은행의 소매고객들은 프라이빗뱅킹 고객조차도 ‘주거래’ 개념이 약할 정도로 은행과의 관계금융을 제대로 형성하지 않고 있다. 이는 사전예약에 의한 상담서비스가 관행으로 정착되지 못함에 따라 고객에 대한 차별적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데 일부 기인한다.

따라서 계좌이동 서비스가 국내에 도입될 경우 영국보다는 강한 영향력을 은행권에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계좌 관련 수수료 항목이 거의 없는 국내 금융환경을 고려할 때 소비자들은 수수료 조정에 따른 이익보다는 예금금리 인상 등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산업의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두 가지 가설이 가능하다. 하나는 경쟁이 심화되면서 비용이 상승하고 이에 따라 은행의 비용효율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제도도입에 따른 추가비용은 크지 않고 고객을 새롭게 유치한 은행이 교차판매 등을 통해 수익을 높여 산업 전체의 이익효율성을 제고시킬 수 있다는 가설이다. 두 번째 가설은 계좌이동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일치한다. 현 시점에서 어떤 가설이 맞는지 알기 어렵고, 계좌이동 서비스가 일정기간 시행된 시점에 검증해 보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은행의 대응전략
각 은행은 계좌이동 서비스 도입 이후 고객의 반응과 금융시장 동향 등을 면밀히 관찰한 후 사전에 준비해 둔 시나리오별 대응전략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시나리오는 계좌이동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신규고객을 흡수하는 은행과 기존고객이 이탈하는 은행이 나타나는 등 은행 간 차별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그 결과 은행산업의 재편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현실적으로 발생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은행들 스스로 대량의 고객이탈을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고객이동은 크게 이루어지지 않지만 기존고객을 유지하려는 은행의 노력이 제고되면서 고객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이 경우 은행의 비용 상승 요인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을 위협하는 수준은 아닐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계좌이동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은행에게는 신규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후발 시중은행이나 지점 등 네트워크가 부족한 은행의 경우 적극적인 전략마련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

그러나 두 가지 시나리오 모두 은행의 수익성에는 단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즉, 계좌이동제 도입과 관련하여 IT 인프라를 보완하는데 지출이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은행 간 신규계좌 유치 경쟁으로 말미암아 예금 조달비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은행들은 계좌이동제 도입으로 인한 비용증가를 새로운 수익원 확보를 통해 상쇄시키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리테일시장의 지배력이 높았던 기존의 강자 입장에서는 기회보다 위협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수수료 무제한 면제 등의 단편적인 혜택으로는 신규고객 유치는 고사하고 기존고객 이탈을 막기 쉽지 않을 것이므로 묶음상품(bundling product) 제공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캐나다의 TD bank는 한도대출(line of credit)형태의 모기지론을 제공하고 있는데, 동 상품은 담보여력이 있는 일부 우량고객을 대상으로 고객이 요청했던 주택구입 자금 이상의 신용을 공여한다. 이에 따라 고객은 다양한 재무계획 수립에 남은 잔고를 활용하기도 하고 여유자금이 생기면 페널티 없이 상환하는 등 은행과 지속적인 거래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 밖에도 글로벌주요은행들은 결제계좌와 저축성계좌가 연결되어 편의성과 적정 수익률을 보장하는 sweep account를 고객에게 권유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 증권사의 CMA계좌와 유사한 MMF, MMT 계좌가 있고 요구불계좌와 연결할 경우 적정이자율을 보장하는 상품이 존재하지만 활성화되어 있지 못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계좌이동제 시행에 앞서 은행들의 상품개발, 자산관리 및 자산운용 역량이 제고될 필요가 있다.

◆정책적 시사점
계좌이동 서비스의 시행은 인터넷전문은행 출범과 맞물려 향후 금융소비자들의 금융회사 선택권을 강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계좌이동제로 인해 고객의 이동이 용이해지므로 기존고객을 지속적으로 유지(retention)하려는 은행의 노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계좌이동제하에서 은행이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객별 맞춤형 특화·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고 이에 대해 적정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는 관행이 정착되어야 한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은행 서비스의 다양성과 적정 수수료 체계가 인정되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은행들은 계좌이동제 도입 전보다 우량고객을 더 많이 확보하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으나, 비슷한 방식의 연금상품·펀드상품의 운용기관 교체서비스나 이동통신사의 번호이동서비스 등은 기대효과가 예상만큼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계좌이동제 도입을 통해 은행이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맞춤형 서비스 개발 등 고객유지전략의 실행이 요구된다 하겠다.

한편, 은행들은 예금고객 유치과정에서 금리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직면하고 수시입출식예금 규모의 변동성 증가에 따른 유동성 리스크 및 관련 비용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감독당국은 이에 대한 모니터링에 힘써야 할 것이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국민은행 경영자문역/ 현대카드 자문위원/ 하나대투증권 사외이사/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미국 뉴욕대학교 경영대학원 석·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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