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3 (토)

  • 흐림동두천 2.7℃
  • 흐림강릉 6.5℃
  • 서울 3.9℃
  • 대전 6.5℃
  • 구름많음대구 8.1℃
  • 구름많음울산 10.7℃
  • 광주 8.3℃
  • 흐림부산 11.4℃
  • 흐림고창 6.5℃
  • 흐림제주 14.7℃
  • 흐림강화 2.6℃
  • 흐림보은 5.8℃
  • 흐림금산 6.2℃
  • 흐림강진군 9.9℃
  • 구름많음경주시 7.2℃
  • 구름많음거제 11.0℃
기상청 제공

美, 한국에 ‘10년물 국채 매입’ 강요하나…트럼프式 압박 본격화

트럼프 ‘안보=채권’ 논리로 통화 부담 전가 시도
전문가들 “국채보다 전략”…조선·AI·LNG로 돌파구 모색해야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미국이 한국에 10년물 이상 국채 매입을 강요할 가능성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안보 우산 제공을 근거로 한국에 재정 부담과 통화 리스크까지 떠넘기려는 ‘마러라고 전략(Mar-a-Lago Accord)’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이 전략에 따라 한미 고위급 협상 테이블에서 국채 매입 요구가 핵심 의제로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마러라고 전략’은 안보와 경제를 분리하지 않고 통합적으로 다루는 방식으로, 무역 흑자국에 관세 완화, 안보 협력, 통화 분담까지 연계된 다층 협상을 요구하는 트럼프식 거래 모델이다.

 

 16일(현지시간) 예정된 미·일 관세 협상에서도 일본은 미국산 무기 구매 확대, 비관세 장벽 완화, 브레튼우즈 체제에서 비롯된 무역수지 관리 이행 등 전통적 교환 이슈를 중심으로 협상에 임할 예정이다.

 

반면 한국은 무역 불균형 해소와 함께 ‘10년물 이상 미국 국채 강매’가 포함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브레튼우즈 체제는 1944년 체결된 국제통화 시스템으로, 달러를 국제결제의 기축통화로 삼고 무역흑자국에는 부담을 요구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 틀 안에서 한국은 만성 흑자국으로 분류되며 미국의 구조적 압박 대상이 되고 있는 셈이다.

 

2024년 기준 미국 국채 최대 보유국은 일본(약 1조 1680억 달러), 뒤를 이어 중국, 영국 등이 있지만 한국의 국채 보유 규모는 상대적으로 낮아, 트럼프 행정부의 국채 분담 압박이 더욱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국채로 ‘안보 우산’ 값 매기나…“사실상 기정사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IFES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이 미국의 안보 우산과 무역 흑자를 동시에 누리는 것을 ‘착취’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제는 장기 국채 매입까지 안보의 대가로 요구하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이어 “트럼프식 통상+안보 통합 전략은 단기적 경제 논리만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며, 이제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경제적 종속을 넘어서기 위해 ▲무역·산업 다변화 ▲국방·외교 다자협력 ▲전략기술 자립 등 국가 전략의 전면적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이 보여줘야 할 것은 ‘국채를 사주는 동맹’이 아니라, 공정하게 기여하며 자율을 지키는 파트너임을 강조했다.

 

◇ 산업 협력이 답이다…“조선·AI·에너지로 설득하라”

전문가들은 한국이 국채 대신 조선, AI, 에너지 등 전략 산업 협력을 통해 실질적 기여를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 15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한미 산업협력 컨퍼런스’에서도 이 같은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조선 분야에서는 미 해군의 전투함 MRO(정비·유지·보수) 기지로서 한국의 기술력이 강조됐다. HD현대중공업은 미 해군의 30년간 364척 함정 건조계획에 한국이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 정우만 상무는 “미 해군이 향후 30년간 364척의 신형 함정을 건조할 예정”이라며, 한국과의 건조 협력이 미군의 전투 준비태세를 실질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존스법 등 미국 내 규제의 해소가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미국산 LNG 수입 확대와 원전 기술 협력이 무역균형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해법으로 제시됐다.

 

AI·반도체 분야에서는 한국이 AI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국이자 미국산 반도체에 제한 없는 몇 안 되는 국가로서, 미국의 기술 공급망 재편 전략에 필수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마크 메네즈 미국에너지협회 회장은 “한국은 LNG를 전량 수입하는 국가로, 미국산 LNG 구매 확대는 무역불균형 해소와 탄소중립 전략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카드”라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미국의 과잉 LNG 물량을 한국이 흡수하는 대신, 수입단가를 조정할 여지도 생긴다”며 협상 여지를 강조했다.

 

정부 측 최상목 경제부총리도 오는 22일부터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참석을 계기로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과의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

 

베선트 장관이 미 통상 정책의 키를 쥐고 있는 만큼 면담이 성사되면 관세와 금융정책을 비롯해 한미 현안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의 방한 일정도 조율되고 있는 상황이라 앞으로 한미 관세 협상은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미국 국채 매입 강요가 현실화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문가 코너

더보기



[이명구 관세청장의 행정노트] 낚시와 K-관세행정
(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어린 시절, 여름이면 시골 도랑은 나에게 최고의 놀이터였다. 맨발로 물살을 가르며 미꾸라지와 붕어를 잡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허름한 양동이에 물고기를 담아 집에 가져가면 어머니는 늘 “고생했다”라며 따뜻한 잡탕을 끓여주셨다. 돌과 수초가 얽힌 물속을 들여다보며 ‘물고기가 머무는 자리’를 찾던 그 경험은 훗날 관세행정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물가에서는 마음이 늘 편안했다. 장인어른께서 선물해 주신 낚싯대를 들고 개천을 찾으며 업무의 무게를 내려놓곤 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면서 낚시와는 자연스레 멀어졌고, 다시 낚싯대를 잡기까지 20년이 흘렀다. 놀랍게도 다시 시작하자 시간의 공백은 금세 사라졌다. 물가의 고요함은 여전히 나를 비워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었다. 낚시는 계절을 타지 않는다. 영하의 겨울에도 두툼한 외투를 챙겨 입고 손난로를 넣은 채 저수지로 향한다. 찬바람이 스쳐도 찌가 흔들리는 순간 마음은 고요해진다. 몇 해 전에는 붕어 낚시에서 나아가 워킹 배스 낚시를 시작했다. 장비도 간편하고 운동 효과도 좋아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걸어 다니며 포인트를 찾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