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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오 강서세무서장 38년 공직 마무리…30일 명예퇴임식

전병오 “누구나 되돌아볼 수는 있지만 되감기는 없습니다”

 

(조세금융신문=김영기 기자) 전병오 제50대 강서세무서장이 지난 30일 강서세무서 강당에서 명예퇴임식을 갖고 약 38년간 이어온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현장에는 국세청 및 세정기관 관계자와 지역 경제계 인사, 세무·회계 전문가, 그리고 가족 등 다수가 참석했다.

 

퇴임식은 내빈 소개, 공직 연혁 영상 상영, 송사, 퇴임사 순으로 진행됐다. 행사 초반 사회자는 “서장님이 오늘 이 자리에 있기까지 헌신해주신 분”이라며 배우자 조미숙 여사를 가장 먼저 소개했고, 자녀 전지수 씨와 전진영 씨도 조용히 자리를 함께했다.

 

국세청 측에서는 반재훈 서울지방국세청 징세관이 서울청장을 대신해 참석했으며, 박재성 영등포세무서장, 김수섭 양천세무서장, 김승현 동작세무서장 등이 나란히 자리했다. 명예서장단에서는 송진수 회장이 참석했다.

 

기업계에서는 황인환 코위버㈜ 회장, 김병희 오신산업㈜ 회장, 조좌진 ㈜디와이피앤에프 회장, 김명회 ㈜대명이십일 회장, 공경식 ㈜Y&K투게더 대표이사가 참석했다. 이정희 강서구 세무사회 회장, 김수홍 간사, 최광원 김앤장 회계사도 자리를 함께했다.

 

전 서장은 1967년 전북 고창 출생으로 1988년 남원세무서를 초임으로 국세청에 입직했다. 서대문·마포·삼성 등 일선 경험을 거쳐 본청 소비세과에서 행정사무관으로 승진한 뒤, 본청 정보보호팀 근무 중 서기관으로 연이어 승진했다. 이후 대구청 성실납세지원국장, 기흥·포천·은평세무서장을 거쳐 강서세무서에 부임했다. 총 봉직 기간은 37년 10개월이다.

 

공적조서에 따르면 전 서장은 민생 중심 세정 행정과 조직문화 혁신, 국세정보 시스템 개선 등 여러 분야에서 실적을 남겼다. 강서와 은평 등 재임 중에는 지역 상공회 및 세무사회와 납세자단체 간담회를 정례화해 영세 사업자 고충을 현장에서 청취하고 민생 중심의 세정 지원을 펼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내방 민원인을 위한 한국신고센터 운영 등 성실납세 기반 조성에도 기여했다.

 

한편 조직 내부에서는 악성 민원 대응을 위한 경찰 협력 체계 구축, 직원 휴게 공간 ‘Book(稅)통’ 마련, 안마기·도서 공간 조성 등 직원 중심 환경 개선을 추진한 것으로 기록됐다. 국세청 전산정보보호관리관 근무 시기에는 정보보호 체계 개편, 보안감사 시스템 개선, 우편물 자동화센터 이전 사업 단축(4년) 등 업무 혁신을 이끈 공로가 조서에 명시돼 있다. 고지서 납부에 필요한 전자납부번호 체계 기반 마련을 통해 ‘국세계좌 서비스’ 구축 환경을 제공한 점도 공적에 포함됐다.

 

“당신이 있었기에 버텼습니다”… 직원들의 마지막 인사


퇴임식이 끝난 뒤 찍힌 단체 사진 속 직원들의 표정은 많은 말을 대신했다. 한 팀장은 “서장님은 업무보다 사람을 먼저 보는 분이었다”며 “민원이 터질 때마다 ‘괜찮다, 내가 책임진다’고 말해주신 목소리를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서장님 부임 이후 처음으로 휴게공간이 생겼다. ‘공직자도 숨 쉴 곳이 필요하다’는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그의 휴일은 늘 국민을 위한 날이었다”


퇴임식 끝자락, 배우자 조미숙 여사는 전 서장에게 꽃다발을 건넨 뒤 기자에게 담담히 말했다. “사람들은 그가 퇴근했다고 말하지만, 저는 그가 집에 온 날이 거의 없었다고 기억합니다. 이젠 남은 시간이 조금이라도 가족 몫이었으면 합니다.” 이 말에 전 서장의 표정이 잠시 흐트러졌고, 현장 공기는 조용히 울림을 남겼다.

 

퇴임사에서 전 서장은 “누구나 되돌아볼 수는 있지만 되감기는 없습니다. 남은 세월은 감사만으로 살고자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를 지켜준 여러분의 시간이 앞으로는 여러분 자신을 위해 쓰이기를 바랍니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전 서장은 퇴임식 후 직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꽃다발을 든 채 강당을 천천히 걸어 나갔다. 그의 모습 뒤로 38년 공직의 무게가 길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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