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영기 기자) 전세금 반환을 둘러싼 분쟁에서 임차인이 계약기간 중 중도해지를 주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실제 소송에서 중도해지가 인정받기까지는 상당한 법적 장벽이 존재한다. 중도해지의 입증책임이 이를 주장하는 임차인 측에 있기 때문이다.
임대차계약은 쌍무계약으로서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약정된 계약기간에 구속된다. 대법원은 임대차계약이 성립하면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를 부담하고, 상대방은 이에 대한 차임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법리를 일관되게 유지해 오고 있다. (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다44778 판결 등 참조).
이에 따라 첫 번째 계약기간 중에는 중도해지에 관한 별도의 특약이 없는 한, 임차인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엄정숙 변호사는 "첫 전세 계약기간에는 임차인도 계약에 구속된다"며 "중도해지권에 대한 특약이 없다면 임차인은 중도해지를 주장할 수 없고, 임대인이 임차인의 중도해지 주장만으로 보증금을 반환해야 할 의무도 없다"고 밝혔다.
임차인이 직장 이동이나 개인 사정 등을 이유로 중도에 계약을 해소하고 싶더라도, 임대인의 동의 없이는 합의해지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도해지가 전혀 불가능한 것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민법 제627조는 '임차물의 일부가 임차인의 과실 없이 멸실 기타 사유로 인하여 사용·수익할 수 없는 때'에는 차임 감액을 청구할 수 있고, 잔존 부분으로 임차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때에는 임차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또한 대법원은 임대인이 목적물의 소유권을 제3자에게 양도하여 임차인에 대한 사용·수익 의무가 이행불능이 된 경우, 임대차는 해지 의사표시를 기다릴 필요 없이 당연히 종료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96. 3. 8. 선고 95다15087 판결 참조).
다만 이러한 해지권을 행사하려면 임차인이 임차 목적물의 사용·수익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해진 사정을 충분히 입증해야 한다.
단순히 생활이 불편하다거나 개인 사정이 변경됐다는 정도로는 부족하며, 건물의 하자로 인한 거주 불가, 임대인의 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사용·수익의 본질적 침해 등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가 뒷받침돼야 한다.
엄 변호사는 "중도해지를 주장하려면 결국 '사용·수익이 불가능한 사정'을 임차인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데, 이것이 실무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를 들어 건물의 중대한 하자로 거주가 불가능한 경우, 임대인의 소유권 상실로 사용·수익 의무가 이행불능이 된 경우, 또는 제3자의 권리 주장으로 임차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등이 해당할 수 있다"며 "이러한 사유를 사진, 감정서, 내용증명 등 객관적 자료로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계약이 갱신된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갱신된 임대차에서 임차인은 언제든지 해지를 통고할 수 있으며, 통고일로부터 3개월이 경과하면 임대차가 종료된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참조). 이 경우 후속 임차인을 구하는 것은 임대인의 의무가 된다.
엄 변호사는 "임차인이 계약기간 중 예상치 못한 사정으로 이사가 불가피해질 수 있는 만큼, 계약 체결 단계에서 중도해지 조건이나 위약금 등을 특약으로 명확히 정해두는 것이 분쟁 예방의 출발점"이라면서 "특약 없이 중도해지를 시도할 경우 임차인에게 입증책임이 전가되므로, 사전에 전문가의 법률 검토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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