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방민주 변호사) 흔히 주식이라고 하면 투자수단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주식의 가장 기본적인 정의는 ‘회사의 주인으로서의 권리’이다.
회사 중요 결정사항에 대한 의결권, 이사를 포함한 임원진들의 선임·해임권한, 배당을 받을 권리 등이 결집된 권리이고, 그렇기 때문에 주식에 가치가 부여된다. 거꾸로 말하면, 아무리 주식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런 권한들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없다면 그 가치는 크게 반감될 수밖에 없다.
대다수 회사의 경영진들은 대주주의 영향력 하에 있고, 회사를 운영함에 있어 소액주주 보다는 대주주의 이익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우리나라에서 두드러지는데, 외국의 논의에서는 회사의 주된 갈등구조를 경영진과 주주간의 갈등이라고 소개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대주주와 소액주주 사이의 갈등에 대한 논의가 많다.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상장회사 대주주들의 지분은 보통 20~30% 수준에 그치므로, 이론적으로는 여러 소액주주들이 합심한다면 대주주와의 지분 경쟁에서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우선, 소액주주들 대부분은 자신이 의결권의 행사주체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
마치 선거에서 ‘내가 투표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나’하는 심리와도 유사하다. 따라서 소액주주들이 합심하여 적극적으로 의결권 행사에 나서는 일은 매우 드물다. 또한, 누군가는 수많은 소액주주들을 이끌어가는 구심점이 되어야 하는데 여기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 투자가 필요하다. 이런 투자 자체도 부담스럽지만, 자신만 고생하고 다른 주주들은 그 결과에 무임승차(Free-Ride)하게 되는 상황도 매우 거북하다.
이런 요인들로 인해 대주주들은 비교적 적은 지분만을 가지고도 회사의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소액주주들의 무관심과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에 적은 자본으로 커다란 회사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단순히 소극적인 투자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소위 ‘슈퍼개미’들이 회사 측에 배당 확대 등 적극적인 정책의 변화를 요구하기도 하고, 엘리엇 같은 사모펀드들이 회사의 합병을 반대하기도 한다. 이런 방식의 주주권 행사를 소액주주운동이라고도 하고, Shareholder Activism이라고 도 한다.
소액주주운동은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견제를 통해 회사를 공정하게 운영하도록 장려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이나, 현실적인 어려움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들이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는 하나 대주주를 능가할 정도는 아닐 것이고, 나머지 소액주주들의 위임장을 받아 부족한 지분을 보충하기에는 많은 노력과 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Shareholder Activism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까? 개인적으로는, 감사 선임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보인다.
우선, 감사 선임 결의시 3% 지분 제한 Rule이 존재한다. 감사를 선임하는 안건의 찬반 지분을 집계할 시 3%가 넘는 지분을 가진 주주들의 지분은 전부 3%로 제한하는 방식인데, 50% 지분이 넘는 대주주라도 3% 주주 두 사람을 이길 수 없게 된다.
어찌보면 ‘1주 1표’라는 주식회사의 기본 이념을 ‘1인 1표’로 변경하는 Rule 일 수도 있다(3%가 넘는 주주들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특히 상장회사의 경우 대주주 1인 뿐만이 아니라 대주주의 특수관계인(가족 등)을 모두 포괄하여 3% 지분으로 제한하기 때문에 더욱 효과적이다.
Activism을 펼치는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대주주와 동등 혹은 그보다 유리한 입장에서 감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감사의 권한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막강하다. 비록 감사는 이사회 표결에 참여할 수는 없지만, 경영진을 감독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닌다. 이사회에 참석하여 이들이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결의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고, 이사는 영업 관련 사항을 감사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또한 감사는 재무제표, 영업보고서의 열람을 요구할 수가 있고 필요할 경우 주주총회소집청구 또한 가능하다. 더욱 매력적 인 것은, 이사는 여러 명이 있어야 의미가 있지만 감사는 단 1명 만 있어도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필자에게 1명의 이사와 1명의 감사 중에서 어느 쪽을 선택할지를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실제로도 대부분의 대주주들은 소액주주들이 감사 선임 요청을 가장 경계하는 것 같다. 때문에 감사 선임을 철회하는 것을 조건으로 자사주 매입 등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시행할 을 약속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것만으로도 상당히 바람직한 Activism의 성공 사례라 할 수 있다. 대주주 측에서도 이런 Activism의 발현을 나쁘게만 치부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인물이 감사가 되어 회사 경영을 감독하는 상황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회사의 성장이 궁극적인 목적인 이상, 자신의 독단적인 경영을 감독할 수 있는 외부 인사의 영입은 오히려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다.
대주주의 회사 경영권 보유를 합리화하는 근거가 주식의 다수 보유에 있다면, 마찬가지로 주식을 보유한 소액주주들이 경영의 일부 참여와 감독을 요구하는 것 또한 부당하지 않다.
[방민주 프로필}
• 법률사무소 한성 변호사
• 변리사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