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 20년 전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갑근세 횡령사건. 자칫 묻힐 뻔 했던 이 사건은 윤석범 당시 국세청 원천세계장의 착안과 집념으로 바로 잡혀 원천세 정상화의 발판이 됐다. 사건의 내용은 극히 단순하다. 처음에는 몇몇 지자체에서 지급한 일부 수당을 세금징수에서 제외하다가 점점 다른 지자체로 확대돼 정상적으로 징수하는 기관의 소속 근로자와 세부담 불균형이 점차 커지게 된 것이다.
당시 윤 계장은 기관별로 1인당 연간 세부담액을 비교분석해 세금징수 누락 혐의가 있는 기관에 대해 세금을 스스로 시정해 납부토록 했다. 이 일로 그동안 소홀히 취급되던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원천징수업무관리가 정상화 돼 과소징수가 근절되는 계기가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조태복 세무사는 1976년 이천세무서에서 첫 근무를 시작해 2014년 6월 성동세무서장을 끝으로 38년의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마지막 근무지는 서울시 성동구와 광진구를 관할하고 있는 성동세무서. 이 곳에서 근무하는 직원만 200여명이 족히 넘는다. 직원 하나하나 누군지 알아야겠다고 생각한 당시 조태복 성동세무서장은 고심 끝에 한 가지 실험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매번 올라오는 결재서류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해 결재파일 왼쪽 면에 결재기안자의 사진과 자기소개를 넣도록 했다.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부속실에 쌓여있는 결재서류를 들여다 보기만해도 직원들의 대소사를 알 수 있었던 것. 원활한 소통은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몇 달 전 퇴임식에서도 후배들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고 싶어 밤새워 직접 퇴임사를 썼다던 그는 ‘소통’에 있어 그 누구보다 일가견이 있는 듯 했다.
2014년 7월 16일 그들은 세무법인 광장리앤고에서 뭉쳤다. 세무법인 광장리앤고는 독립채산제 형태의 세무법인과 달리 공동채산제 방식을 택했다. 말 그대로 진짜 동업이다. 윤 세무사는 “주중에는 문의전화 때문에 업무를 못 볼 지경이다. 밀린 일을 처리하기 위해 주말에 나오면 꼭 조태복 세무사가 있었다”고 말했다.
윤 세무사는 올해 6월 성동세무서장을 끝으로 공직을 공직을 마무리한 조태복 세무사에게 먼저 함께하자고 손을 내밀었다면서 “지금이야 워드로 치지만 당시엔 일일이 손으로 써가면서 예규를 만들었다. 성실하지 못하고 끈기가 없으면 그 일을 할 수 없다. 조태복 세무사는 그 방면에서 단연 1등이었다”고 치켜세웠다. 이에 조 세무사는 “현직에 있을 때부터 윤 세무사와 함께 하고 싶었다. 퇴직하자마자 국내 최고의 세법 전문가와 함께하게 돼 영광이다”고 응수했다.
인터뷰가 있었던 11월 6일. 전날에도 심판대리를 위해 세종시 조세심판원을 다녀 왔다는 윤 세무사는 “어떤 문제든 납세자 입장에서 조금만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며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귀뜸했다. 불복 애기가 나오자 조 세무사는 “납세자에게 세금이 왜 이렇게 부과가 됐는지 그들 입장에 서서 하나부터 열까지 쉽고 자세히 설명한다. 이러한 것들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불복업무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면서 최근 의뢰인에게 “마치 20년 된 세무사 같다”라는 말도 들었다며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이들이 언급한 ‘역지사지’ 정신은 법무법인 광장리앤고와 업무 제휴에도 그대로 녹아있다. 법무법인 변호사들과 세무법인 세무사들이 일주일에 적어도 한번은 모여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면서 이 자리에서는 의뢰인(납세자)에게 어떤 억울한 부분이 있는지 법률적인 검토 뿐만 아니라 세무실무상 오류는 없는지도 검토한다고 했다.
윤 세무사는 “변호사들은 세무실무 경험이 없기 때문에 회의시간을 통해 실무적인 부분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며 “최고의 변호사들과 세무사들이 만났으니 최상의 작품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그는 “항상 남의 입장에 한번 서서 생각해보면 반드시 성과가 난다. 세무공무원 시절에도 지금 세무사 업무를 보면서도 늘 이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말한 이같은 ‘역지사지’는 분명 세무법인과 법무법인의 업무제휴를 더욱 의미있게 만든 비결인 듯하다.
Q. 법무법인 광장리앤고와의 업무제휴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배경은 무엇인가.
또한 현대사회에서 대부부분의 법률행위는 세금문제가 필수적으로 연관된다. 각종 법률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는 법무법인의 입장에서는 조세관련 현업부서에서 오랜 실무경험을 갖춘 조세전문가가 필요하고 세무법인의 입장에서는 조세법적용의 기초가 되는 각종 법률행위의 정확한 실체파악이 전제조건이다.
따라서 법무법인과 세무법인이 공조하여 각종 법률서비스를 무결점 원스톱 제공하는 것이 고객이 필요로 하는 진정한 법률서비스라고 생각해 업무제휴를 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공조서비스 체제구축은 법률시장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Q. 법무법인과 무법인의 업무제휴방식은 어떻게 하는지.
A. (조) 사건을 공동으로 수임하여 처리하기도 하고 개별적으로 수임한 업무를 공동으로 처리하기도 한다. 같은 건물에 사무실을 두고 있기 때문에 업무수행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Q. 다른 세무법인들과 달리 공동채산제 형태로 꾸린 이유는 무엇인가
A. (윤)장단점이 있다. 독립체산제형태 운영은 각자의 책임경영으로 이해관계의 문제점이 생기지 않는 점에서 좋은 점이 있지만 자칫 개인사무소처럼 운영 돼 대법인 등에서 대형사건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어 대형 업무수주에 어려움이 있는 반면, 우리 법인은 로펌과 제휴형태로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조태복 세무사와 함께 대표세무사 책임제의 순수법인체제로 법인을 운영하기로 하였고 구성원 모두가 일체감을 가지고 업무를 처리함으로써 어떠한 어려운 일이라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Q. 서로 호흡은 잘 맞는지
A. (윤) 국세청 재직시절 법인세과에서 같이 근무하면서 서로 뜻이 잘 맞았고 내가 퇴직하고 세무사업무를 하면서 적극적이고 깔끔하게 업무처리를 하는 조태복세무사의 처리능력을 매우 높게 평가해 오래전부터 같이 일하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얼마 전 조대표가 퇴직을 하고 법무법인 광장과 업무제휴형태의 법인설립에 서로 뜻이 맞았고 법무법인 측에서도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 업무제휴에 적극 동의함에 따라 순조롭게 성사됐다. 앞으로 두 사람이 힘을 합쳐 함께 일을 하면 처리하지 못할 일이 없다는 자신감이 있다.
Q. ‘법인세법’ 법령해석의 달인으로 정평이 나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게 해석을 할 수 있나.
A. (윤) 세법 뿐만 아니라 모든 법은 먼저, ‘왜 이렇게 법을 만들었을까’에서 출발해서 그 뜻을 알아내야 비로소 그 법을 이해했다고 할 수 있다. 법인세법의 예를 들어 소득귀속 주체와 세법적용은 실질과세 원칙, 손익의 귀속시기는 권리의무 확정주의 원칙, 자산부채 평가는 원가주의 원칙을 기초로 관련법령이 만들어지고 특별한 경우에 일부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그 원칙에 입각하여 세법을 해석한다면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법문의 문리만 가지고 세법을 적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
Q. 내년부터 기업소득환류세제가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A. (윤) 과거 지상배당(紙上配當)소득세라고 있었다. 이는 주주에 대한 세금으로 실제로 배당을 받아가는 경우의 주주와 배당을 하지 않고 이익을 회사에 유보하여 주식가치 상승으로 사실상 재산이 증가되는 주주간의 과세 형평차원에서 과세되다가 미실현이익 과세 문제로 폐지되었고, 그 후 기업에 유보된 소득이 적정수준을 초과는 경우에 적정유보소득에 대하여 법인에게 법인세를 과세한 적도 있었다. 조세정책은 당시의 경제상황을 고려하여 결정되는 것으로 기업 유보소득의 재투자로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유인책으로 도입되는 것으로 본다.
윤 세무사가 언급한 지상배당소득세는 1968년 비상장법인이 주주의 종합소득세에 대한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배당가능 소득이 많이 있음에도 의도적으로 배당을 하지 않는 경우 그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정상적인 배당을 하는 상장법인의 주주 등과 과세의 불공정을 시정하기 위해 과세하는 제도였다.
1968년에는 이를 지상배당소득으로 보아 종합소득세에 과세했지만 미실현 소득에 대한 과세 등 문제점이 있어 1986년 이후에는 유보이익 증가분에 대한 과세제도로 전환했다. 다시 1991년 이후에는 유보이익 증가분 과세제도를 폐지하고 적정유보 초과소득으로 과세했다. 윤 세무사는 ‘지상배당소득세’를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배당소득세제가 1968년에 생겼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이토록 오랜 국세행정 경험이 그들을 법령해석의 ‘달인’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하지만 윤 세무사는 “처음 국세청에 들어가서 2년 정도 지나니 세법에 대해 많이 아는 것처럼 느꼈다. 5년이 지나니 세법이 어렵더라. 이젠 세법이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며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조 세무사 역시 “세법은 수학처럼 답이 딱 떨어지는 게 아니다”면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해야하며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태복 세무사는 “납세자 정당한 권리와 이익 증진을 위해 오랜 시간 국세청에서 얻은 세법지식과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조세법률 시장과 납세현장의 중심에서 정도(正道)를 선도(先導)해 공정한 납세풍토를 이끄는 세무법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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