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마라톤처럼
“1999년 우연히 춘천마라톤 10km에 출전했다가 악전고투 끝에 골인한 후 달리기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박청우 세무사는 이 날 이후 매일 오전 4시 30분에 기상해 달리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2년 전에 이미 환갑을 넘은 그는 기상 조건을 불문하고 매일 새벽이면 애완견인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와 함께 무조건 문밖을 나선다.
매주 마라톤을 즐기고 있는 그는 지금까지 풀코스 347회를 포함해 마라톤 500여 회를 완주했다. 달린 거리만 총 5만 여 km, 지구 한 바퀴가 넘는 거리다.
“국내는 백령도부터 울릉도까지 안 달려본 곳이 없어요. 해외에서 달린 것도 20여회 정도 되는데, 유명마라톤 대회보다는 오지에서 많이 달렸습니다.”
그의 처음 목표는 마라톤 풀코스 100회 완주였는데, 이미 풀코스 300회 달성자에게만 부여된다는 메가마라토너(Mega Marathoner)가 됐다.
박 세무사는 마라톤뿐만 아니라 백두대간과 9정맥도 종주했다. 그의 사무실에 있는 대한민국 산맥지도에는 지금껏 달려온 길들이 빨간 점으로 찍혀있다.
박 세무사의 딸인 박지이씨도 아버지의 길을 따라 세무사로 활동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모 대기업에 입사한 그녀는 1년만에 그만두고 아버지의 일을 돕다 세무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남들 다 부러워하는 대기업에서 퇴사하고 집에서 마냥 놀 수는 없는 일이기에 제 사무실에 출근하라고 했죠. 근무를 하면서 세무사 자격증에 관심을 가지더니 3년 정도 공부하여 자격증을 획득했습니다. 현재는 포천에 별도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실무 경험이 일천한 관계로 제가 가끔 방문하여 지도하고 있습니다.”
박 세무사가 세무사 시험을 준비하는 딸에게 전수해 준 노하우는 ‘건강한 신체’, ‘건강한 정신’ 그리고 ‘꾸준함’이었다. 누구보다 꾸준히 달리면서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고 있는 그에게 딱 맞는 노하우라고 할 수 있다.
“자격증 시험이라는 게 자칫하면 장기전으로 갈 수 있는데, 장기전에 제일 중요한 것은 체력이라며 꾸준히 운동할 것을 권했습니다. 실제 딸은 저와 함께 마라톤대회에 수십 번 참석하여 10km를 완주한 경험이 있습니다. 스위스 융프라우 마라톤도 딸의 세무사 시험 합격 기원에서 도전한 것이기에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업무 역시 마라톤처럼
국세공무원 25년을 포함해 공무원으로 28년 생활하고 지난 2006년 퇴직한 그는 30년 이상을 세무업에 종사하고 있다. 세무사로서 그가 지닌 업무 노하우 역시 ‘건강한 신체’ ‘건강한 정신’ 그리고 ‘꾸준함’ 이었다.
“마라톤 할 때 초보자 대부분은 초반에 너무 빨리 달리는 소위 ‘오버 페이스’를 하다가 10㎞, 20㎞ 지점에서부터 낙오하기 십상이에요. 출발선을 벗어난 뒤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꾸준히 그리고 성실하게 한 발짝씩 달린다면 결승점에 도달할 수 있거든요.”
“일할 때도 마찬가지에요. 제 몸이 건강하니까 의뢰인이 원하는 것을 위해 못 할 일이 없습니다. 억울한 내용을 끝까지 들어서 잘못된 부분을 끈기를 가지고 함께 풀어가고 있죠.”
박 세무사는 공무원 퇴직 이후에도 매일 사무실에 출근해서 어려운 사람들의 고충을 해소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대단히 만족하고 있다.
이미 환갑을 훌쩍 넘은 그는 마라톤 대회나 등산에 필요한 정도의 수입만 있으면 아무 걱정이 없다고 한다.
“나만 너무 행복하게 사는 것 같아서 힘든 사람들을 보면 가슴이 아파요. 현재 마라톤과 연계해서 기부를 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1m 당 1원씩 1명에게만 하다가 지금은 3명에게 기부하고 있습니다.”
1m 당 1원이면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할 경우 4만2195원이다. 매주 1회는 풀코스를 완주하는 그는 주마다 13만원 가량 기부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날에는 귀찮아서 안 뛰고 싶다가도, 기부 받을 사람들이 생각나서 더 빠지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박청우 세무사. 그는 앞으로도 힘없고 돈 없이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을 위해 더 열심히 달리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그의 목표는 풀코스 포함 마라톤 1000회 완주와 대한민국 산 정상을 모두 오르는 것이다. 그는 다음 만남에는 꼭 1000회가 적혀있는 명함을 주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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