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은 소수 고액 자산가나 기업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최근에는 노년층, 장애인 등 투자운용보다 재산관리가 필요한 계층을 위한 서비스로써 신탁이 주목받으면서 제도 개편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3일 한국재무관리학회, 한국재무학회, 한국파생상품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정책심포지엄을 통해 학계와 현장의 전문가들이 신탁제도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생각을 나누었다. /편집자 주
(조세금융신문=고승주, 홍채린 기자) 노년층의 자산관리를 위해 재신탁 허용을 통한 종합재산신탁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전문가 주장이 제기됐다.
신탁 재산별 성격과 운용방식이 서로 다르고, 개별적 전문성 영역이 존재하는 만큼 재신탁을 통한 합동운용을 통해 전문성과 기대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일 오후 2시 은행회관에서 열린 ‘종합자산관리 수단으로서의 신탁제도 개선 방안 정책심포지엄 – 고령화 시대에 적합한 개인신탁제도 정착 방안’ 주제 발표에서 “부동산 신탁은 부동산신탁업자가 제일 잘한다. 재산별 전문영역에 대한 재신탁을 통해 고객 관점에서 최선의 이익을 제공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종합재산신탁이라는 것은 예를 들어 경영신탁업자가 있는데 해당 업자가 모든 종류의 자산을 잘 관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신탁회사가 모든 신탁재산에 대한 운용관리 전문성을 갖춘 경우는 드물기에 재산별 전문성이 있는 신탁업자에게 재신탁을 맡겨 고객 최선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나머지는 금융자산인데, 일대일 계약으로 관리하는 것은 어렵다”며 “현재 종합자산관리신탁 규정을 보면 금융자산이 40% 밑이면 위탁자와 수탁자가 일 대 일로 안 해도 된다는 규정이 있다. 그 규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합재산신탁 활용방안으로 주택연금 및 농지연금 등 공적연금 통합관리 방안과 유언대용신탁 등 재산권 이전 서비스가 제시됐다.
그는 “주택연금은 신탁업자가 가입 못 하는데 신탁 고객이 요구하면 가입할 수 있도록 주택연금 관련된 업에 가입자 자격을 개정하도록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며 “사회적으로 합의되면 크게 어렵지 않다. 그렇게 되면 이런 서비스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산권 이전 서비스 관련 유언대용신탁, 증여신탁, 인지장애 대응 신탁서비스 등을 제시했다.
유언대용신탁은 위탁자가 생존에는 운용수익으로 자신의 노후를 보장하고, 사후 남은 재산을 자녀에게 상속하는 제도다.
증여신탁은 일본에서 세대 간 자금순환을 위해 활성화를 추진하는 제도로 교육목적, 결혼 양육자금 증여신탁이 대표적이다.
인지장애 대응 신탁서비스는 일종의 후견인 서비스로 고령자 재산 중 일상적 생활자금은 예·적금으로 후견인이 관리하고, 사용하지 않는 금전에 대해서는 신탁하는 동시에 후견인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중위험·중수익 대체투자상품의 경우 일반 투자자들은 관련 정보가 적고 상품다양성도 부족하다”며 “수익증권발행신탁을 정보비대칭성이 큰 대체투자에 한해 허용하고, 자기신탁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재열 경희대 교수는 “내가 수탁자를 믿고 맡긴 건데 재신탁을 하면, 재신탁에 대한 신뢰가 있는 것에 대해 문제가 된다”며 재신탁의 신뢰성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이어 “신탁은 재신탁이 가능하지만, 신탁업 법에서는 규정이 없다”며 “신탁법 경우에도 전형적 신탁으로 돌릴 수도 있고, 일본법으로 개선된 신탁법을 사용할 수도 있는데 뒤죽박죽이다”고 짚었다.
임형준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선량한 관리자라는 것은 주장하기 나름이다. 선량하지 않았다는 것도 증명하기 어렵다”며 외국처럼 법제도상 고객 최대 이익을 추구하도록 해 관리자에게 신탁자산 운용에 있어 높은 수준의 주의를 요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석환 금융투자협회 이사는 “주택이나 농지연금과 관련해서는 종합자산신탁제도로 해야 하는 것에 동의한다”며 “고령자의 노후 부동산을 어떻게 금융자산화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종합자산신탁제도로의 방향이 유효하다”고 제시했다.
오영표 신영증권 이사는 “수탁자는 재산을 관리하고 수익분배를 하는 관리자이기에 수익분을 바라봐야 한다. 신탁은 수익자가 핵심”이라며 “신탁 관련된 여러 오해는 신탁 고유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치매 신탁이든 어떤 신탁이든 재산의 비율이 높고, 종합투자신탁은 복지형 신탁으로 분류할 필요가 있다”며 “제일 어려운 부분이 민법상 유류분인데 우리나라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유류분 문제를 해결해 안정적인 가업 승계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이사는 자경농지 상속신탁 관련 절차의 불합리성도 지적했다.
그는 “위탁자가 생전 100% 수익권을 보유하는 자익신탁이고, 땅 주인은 위탁자인 농민인데, 상속신탁을 설정하면 수탁자 명의로 땅이 이전등기됐다는 이유만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요구하고 있다”며 “제도개선이 필요하지만, 금융위, 법무부, 기재부 등 특정 부처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관련된 협의체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희경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 사무관은 “신탁이라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은 신탁은 특정 금융상품이라고 보기 어려움에도 하나의 금융 상품처럼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오영표 이사님의 말씀대로 금융위 혼자 고민하고 방향 설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 조언과 신탁 관련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부분에 굉장히 동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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