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 밤비 / 곽철재 비가 내린다 삼월의 밤에 봄이 내린다 쇠잔해진 겨울의 등줄기에 아예 빗물 쐐기를 박나 보다 요란하지도 굵지도 않고 나를 지치게 하지도 않는 봄비 번쩍거리는 도시의 불빛을 등진 채 몇 시간째 비를 맞는 벚나무가 하나도 안쓰럽지 않다 저녁답에 시작된 비가 새벽 두 시가 넘어서도 여전히 똑또닥거리는데 겨우내 팍팍해진 마음을 적시는 기쁨으로 쉽사리 잠이 올 것 같지 않다 [시인] 곽철재 대구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대한문인협회 정회원(대구경북지회)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저서: 시집 <삶이 아무리 그런 거라고 해도> [詩 감상] 박영애 시인 봄이 오는 길목에서 언 땅을 녹이기라도 하듯 봄비가 촉촉하게 땅을 적신다. 비를 맞은 땅과 나무에서는 어느 순간 새싹과 새순이 돋아날 것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봉긋봉긋 올라오는 꽃망울과 초록을 보면 기분이 참 좋아지고 설렌다. 이 기쁨을 맛보기 위해서는 꼭 거쳐야 할 꽃샘추위가 있다. 지금이 딱 그럴 시기이다. 이 추위가 지나가면 더 따뜻하고 좋은 봄날이 환하게 맞아 줄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도 마찬가지로 시린 겨울이 있다면 곧 포근한 봄도 찾아올 것이다. 오늘 밤 듣는 봄비 소
민들레꽃 / 곽철재 등꽃이 상쾌하게 드리워진 벤치에선 보이지 않았습니다 길가에 핀 민들레꽃 빨간 줄장미를 따라 걸을 때도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날도 바람에 흔들렸을 길가에 핀 민들레꽃 까닭 없이 허전하여 종일을 헤매다가 나는 보았습니다 마을이 끝나는 곳에 홀로 서 있는 민들레꽃 푸석해진 개똥 옆에 참 노랗게도 피었습니다 느티나무 잎을 훑어내리던 비바람이 한바탕 길을 휩쓸고 간 후에 나는 알았습니다 내 마음 깊은 곳에 단단히 뿌리 내린 키 작은 연민 하나 다시는 캐낼 수 없음을 [시인] 곽철재 대한문학세계 시부문 등단(2014)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대구경북지회 정회원 순우리말 글짓기 공모전 금상 수상 (2015) 대한문인협회 향토문학상 수상(2016) 대한문인협회 금주의 시 선정(3회) 대한문인협회 좋은 시 선정 공저 <2017 명인명시 특선시인선> [시감상] 박영애 주변에 흔히 피어 있는 민들레꽃 그러나 관심 있게 보지 않으면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 꽃이기도 하다. 향기 진하고 예쁜 화려한 꽃들 속에서 밀려나 외면당하기도 하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 그리고 척박한 땅에서도 단단한 시멘트 틈새 사이로도 포기하지 않고 그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