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김장_김금자 붉던 낙엽이 계절의 강을 지나면 월동 준비하는 노부모 손길은 바쁘다 꼭 같이하자고 약속을 했건만 벌써 아버지 성화를 못 이긴 배추는 후들거리는 구십 노구처럼 숨죽어 있고 다음 날 김장거리는 보이지 않았다 냄비 속에 번들거리는 돼지앞다리 "나 먹어주라"는 듯 뒹굴뒹굴 놀고 있고 어머니 대신 배고프겠다며 먹음직한 수육을 내놓으시는 아버지 노란 배추를 뜯어 맛있게 버무린 김칫소와 수육을 얹어 볼 터지게 한입 문 입속이 향긋하다 깔끔한 성격에 김장거리가 신경 쓰인 걸까 식사도 제대로 못 하시고 늘 아프다고 누워만 계시던 아버진데 김장을 했다니 미안함이 쭈뼛거린다 꾸역꾸역 곱씹어도 목이 메던 찰나 슬그머니 내미시는 아버지 표 김치 한 통 숙성할수록 맛은 더해가겠지만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시인] 김금자 경기 성남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경기지회 정회원 저서: 시집 <가시 끝에 핀 꽃> [詩 감상] 박영애 시인 겨울을 나기 위해 동물들이 겨울잠을 준비하듯 우리도 월동을 준비할 때 필수적인 것이 김장이었다.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 굳이 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래도 아직 까지는
동그라미 속의 하루 / 김금자 온전한 일상은 동그라미 안의 스물네 개의 시점 천사백사십 개의 분점에 도달하기 위해 초침은 쉴 새 없이 째깍거리며 나의 게으름을 일깨운다. 여명이 산봉우리 타고 넘어오면 어제 벗은 삶의 굴레 대신 새 희망이 가득한 인생 옷을 입는다. 시침은 산등성이에 분침 초침을 끼우고 빛줄기 따라 일터로 향하라는 무언을 남긴다. 오늘을 쪼개어 놓은 시간대로 경작하고 남은 자투리 시간을 붙잡아 글을 쓰고, 대금 연습에 내 인생을 색칠한다. 내려놓지 못한 자존심은 무거운 짐이 되어 비틀거리게 하고 힘겨운 욕심으로 어긋난 마음 초승달은 비웃듯 훔쳐보겠지만 투명한 양질의 삶 바쁜 일상 속에 뿌듯함을 느낀 환해진 얼굴을 보름달 같은 동그라미가 반깁니다. [시인] 김금자 경기도 성남시 거주 2017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경기지회 정회원 2018. 대한창작문예대학 8기 졸업 2018. 문예창작지도자자격증 취득 2018. 대한시낭송가협회 제7기 수료 및 정회원 2018. 한국문학 올해의 시인상 수상 2019. 가울문 동인지 그 외 다수 [시감상] 박영애 째깍째깍 돌아가는 시곗바늘과 함께 하루의 삶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