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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전문위원 “감세 건전 재정은 허상…세수결손의 부메랑 온다”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재정기본원칙은 건전성 아니라 지속성

수백조 나라예산, 가정집처럼 굴리는 정부

올해 적용되는 추가 감세안…추가 세수결손 초래

자연스러운 예산 불용, 국회 예산권 흔들어

회계조작 가능한 재정준칙…한국형 관리재정수지에선 절대 하면 안돼

정부의 책무는 이미지 관리 아닌 책임…말과 행동 표리부동은 기만

 

 

4월 말 기준 정부의 세금수입이 지난해보다 무려 34조원이나 줄었다. 생활물가가 천정부지로 솟구치는 가운데 정부는 근로장려금 등 저소득 예산 삭감 검토를 하는 한편 유류세 인하도 종료를 검토하고 있다.

 

 

나라살림은 늘릴 수도 있고, 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경제침체기에 나라살림마저 줄여버리면 고통을 받는 것은 공무원이나 국회의원이 아니라 바로 서민들이다. 2023년도 예산안을 638.7조원으로 정한 건 정부여당이었다.

 

그랬던 정부 여당이 세금 수입이 줄자 지금은 자연스럽게 예산을 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이것이 과연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인지 책임 있는 행동인지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재정전문가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을 통해 정부의 재정운용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그릇된 신앙, 재정건전성

 

정부와 여론에는 정부부채를 줄이는 게 선이란 믿음을 갖고 있다. 관료들과 학계가 오랜 기간 주장해온 건전 재정, 재정건전성이다. 이상민 위원은 심각한 오해라고 말했다.

 

“건전 재정이라는 말을 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밖에 없어요. 요즘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말합니다. 건전 재정과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비슷한 거 아니냐, 비슷해 보이긴 하지만, 좀 미묘하게 달라요.”

 

“사람들이 자꾸 국가 재정운용을 일반 가정 경제랑 잘못 비유를 해서 사람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국가 재정은 가정보다는 기업이랑 더 비슷해요. 기업 같은 경우도 투자를 해야 할 때는 적극적으로 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해서 투자를 해야 지속가능해지잖아요. 거꾸로 투자 기회가 있지만 부채 발행하기가 싫어서 절대로 투자하지 않겠다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은 점점 따라 떨어지는 거고요.”

 

기업 경영의 세상에서 無부채 경영자는 유능하다고 평가받지 못한다. 항공사들은 자산 대비 800% 부채를 지고, 가계 역시 주택 투자를 위해 거액의 빚을 끌어다 쓴다. 이상민 위원은 재정학에는 기본원칙이란 것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 재정이 내수 부양을 해서 사회 후생을 높이기 위해서 발행하는 부채라면 재정 지속가능성은 오히려 더 높아지는 거라고요. 내수가 좋지 않을 때는 적극적인 확대 재정을 해야 되는 거고 내수가 좋을 때는 재정 지출을 좀 줄여 경기 과열을 막는 것이 국가 재정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모든 주요국들이 재정 지속 가능성을 위해 언제 지출을 늘리고, 언제 줄일지를 두고 재정을 운용하지 한국처럼 고작 GDP 대비 부채비율 하나만을 가지고 재정을 운용하지 않는 겁니다.”

 

◇ 尹정부, 건전 재정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현 정부의 건전 재정 기조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내고 있다. 이상민 위원은 그래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말로만 건전이고 실제는 정반대란 것이었다.

 

“현 정부 재정운용이 건전 재정이냐, 그렇게 묻는다면 건전 재정이 아니라는 점은 확실합니다. 이미 재정수지 적자가 올해 대단히 큰 적자가 될 것으로 예측되잖아요.”

 

지난해 하반기 국내 기업실적과 무역수지가 적자로 고꾸라졌다. 각국의 경제 기관들도 반도체 경기위축을 경고했다. 하지만 정부는 2023년도 세금수입 실적을 400.5조원으로 관측했다. 이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세금호황을 기록했던 2022년도 수준이었다.

 

정부 세수예측은 허망할 정도로 빗나가 올해 4월까지 34조원의 누적 세수결손을 기록했다. 4월 누적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45.4조원에 달했다. 연간 적자관리 목표 58.2조원의 78%까지 재정 적자가 차올랐다.

 

이상민 위원은 재정적자나 세수결손보다 더 심각한 건 정부의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흑자 재정, 적자 재정은 그 자체로는 문제가 아니에요. 하지만 가장 나쁜 것은 건전 재정을 한다라고 말을 하면서 실질적으로는 건전 재정을 하지 않는 겁니다. 재정 건전성을 높이겠다고 말은 하지만 거액의 감세를 하면서 재정 건전성에 해를 끼치고 있는 거죠.”정부여당이 올해 추진한 반도체 세액공제 확대로만 연간 수조원의 세수손실이 발생한다. 정부는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확대 등 추가적인 기업 감세를 추진 중이다.

 

“건전 재정이란 말과 감세는 서로 모순 관계입니다. 지금 재정 수지가 굉장히 큰 적자로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잖아요. 적자재정이냐 흑자재정이냐, 그 자체는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선택의 영역이에요. 그런데 올해 세수 결손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추가 감세까지 하고 있다고요. 지금 적재 재정은 굉장히 건전한 재정은 아닌 건 확실한 거죠.”

 

◇ 거액의 세수 결손, 방관한 정부

 

기획재정부는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인 기획부처다. 정말 거액의 세수 결손을 몰랐을까.

 

“주식시장에서 자주 하는 말이 있잖아요? 예측 실패는 용서해도 대응 실패는 용서하면 안 된다. 세수 결손이 예측 실패의 차원이라면 대응 실패는 매우 심각합니다. 기재부는 2022년도 세금 전망을 완전히 빗맞춰서 사과도 많이 했고, 여러 가지를 강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제가 정부에 제안한 두 가지 방안이 있었어요.”

 

이상민 위원은 기재부에 이동 전망(Rolling Forecast)을 제안했다.

 

2022년도 전체 실적을 전망할 때는 2022년도 1월보다 2022년 3월, 2022년 6월, 2022년 9월 등 시점을 뒤로 밀어가며 전망을 하는 것이 정확도가 더 높다. IMF나 세계은행에서 분‧반기별로 각국 경제성장률에 대해 계속 수정전망치를 내놓는 게 이동 전망의 주 사례다.

 

“정부는 7월 말 기업 상반기 실적을 가지고 내년도 세수 추계를 합니다. 그런데 법인세는 6개월을 후행하거든요. 11월 말에는 3분기 기업실적이 다 나오잖아요. 이걸 가지고 내년도 법인세를 예측하는 것은 상당히 쉬운 거라고요. 저는 최소한 11월 말 실적으로 세수 추계를 수정전망해야 한다고 주장을 했고 말로는 기재부도 좋다고 했어요. 하지만 하지 않았죠.”

 

지난해 이동 전망은 반드시 필요한 조치였다. 한국은 지난해 상반기 무역흑자를 기록하다 하반기 급속도로 적자로 고꾸라졌다. 기재부는 이런 급변동을 뻔히 보고서도 수수방관했다.

 

“제가 제시한 두 번째 개혁 과제는 세수추계 모델을 공개를 해라는 거였거든요. 기재부가 세수추계 모델만 공개만 하면은 저를 포함해 전국에 있는, 전 세계에 있는 전문가가 돈도 안 받고 스스로 연구를 할 겁니다. 그런데 기재부는 공개하지도 않았어요.”

 

◇ 세수결손, 상저하고 없다

 

그렇지만 정부 내에는 희망이 가득차 있다. 하반기 경제상황이 나아져 세수 결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다. 이상민 위원에게 가능성을 묻자 “세수결손의 상저하고가 오지 않을 것은 확실시 되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원론적으로는 초과세수든 세수결손이든 정부 예산에 증세나 감세의 영향은 없는 것이 원칙이에요. 이미 본 예산에 다 반영이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예외가 있어요. 본 예산을 만든 후에 정부는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바이오, 디스플레이 등을 또 확대했잖아요. 추가 감세한 것은 당연히 세수 결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이것을 기재부는 뭐라고 하냐면 원칙적으로는 세수 결손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말하더라고요.”

 

감세가 세수결손을 초래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이해를 뛰어넘은 황당함에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게 정확한 워딩이에요. ‘원칙적으로는 반도체 등 세액 공제 확대가 원칙적으로는 올해 세수 결손을 초래하지 않는다.’ 기재부가 뭐라고 하냐면은 올해 실적은 내년도 3월에 법인세 신고를 하잖아요. 8월에 법인세 중간예납이 있지만, 그건 지난해 실적의 절반을 내니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을 하는 거에요.”

 

“그런데 8월 법인세 중간예납을 어떻게 하느냐. 기업은 지난해 실적으로 신고할 수도 있지만, 올해 상반기 실적에 따라 납부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어요. 기업 이익이 계속 늘어나면 지난해 실적으로 중간예납을 하겠죠. 그런데 올해는 작년 실적보다 올해 상반기 실적이 더 안 좋은 법인이 더 많아요.”

 

법인세 중간예납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지난해 실적을 반영해 내는 방안과 올해 상반기 실적을 반영해 내는 것. 올해 실적이 좋지 않다면 올해 상반기 실적을 반영해 내는 게 정상이다. 기업이 세금을 덜 내는 방법이 있는데 기재부는 세금을 더 내는 방법이 원칙이라고 말하고 있다.

 

세금을 내고 싶어도 낼 돈도 없다.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2023년도 1분기 코스피 상장사 실적은 지난해 1분기보다 무려 52.75%나 줄었다. IMF나 국제투자은행, 세계은행은 한국의 하반기 경제 반등을 기대하지 않는다.

 

“상저하고가 전혀 없다고 단언은 못 하죠. 그렇지만 한국은행이나 한국개발연구원에서 줄줄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올해 추진한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확대가 실질적으로 올해 세수 결손을 초래한다고 주장을 하고 있어요. 반도체 기업이 중간예납 금액을 줄이기 위해서는 작년 실적보다 올해 상반기 실적으로 신고하는 게 실질적으로 납부 부담이 줄어든다고요. ”

 

◇ 세수 결손, 국채 발행은 필연이다

 

나라에 세금 수입이 줄어들면 돈을 꾸는 수 밖에 없다. 현재 정부는 국채 발행은 없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빚을 지고 있다. 한국은행 단기차입금이다. 이자도 기준금리 정도 내고 있다. 우려되는 건 한국은행 단기차입금을 무조건 올해 내 다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때도 세수결손이면 무조건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법이 그렇다.

 

“(이상민) 정부 단기차입에는 재정 증권이 있고 한국은행 단기차입금 두 가지가 있어요. 둘 다 돌릴 수는 있는데 둘 다 일 년 내 갚아야 되요. 법적으로 12월 31일까지 무조건 다 갚아야 한다고요.”

 

“(기자) 12월 30일에 빌린 것도요?”

 

“(이상민) 예.”

 

◇ 정부 회계조작과 재정준칙의 망령

 

대다수 주요 언론들은 세수결손 위기의 해법으로 재정준칙 법제화를 제시하고 있다. 나라가 일정 적자 이상 내지 않도록 법에 못 박는 것이다. 그 담론은 단 한 번도 ‘국가부채=악성부채’란 경계를 넘어선 일이 없다.

 

“재정준칙은 올해 못 해요. 관리재정수지 3% 적자로 제한하자는 게 재정준칙인데 제가 계산한 결과 4월말 기준으로 관리재정수지 3.7% 적자를 넘었어요.이미 지킬 수 없게 됐다고요. 재정준칙 논의가 얼마나 현실에 토대를 두지 않는 허무한 논쟁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거죠.”

 

이상민 위원은 관리재정수지를 통한 재정관리도 허상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관리재정수지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게 아니에요. 기재부가 만든 변칙적 개념인데 기재부는 국민연금 때문에 우리나라가 특수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전 세계 재정전문가들은 바보가 아니라고요. 국제적으로 기초 재정수지도 있고, 근원 재정수지도 있어요. 저는 OECD나 IMF가 쓰는 재정수지가 한국의 관리재정수지보다 훨씬 더 경제 실질을 반영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국제적으로 쓰는 재정수지는 회계로 장난을 칠 수 없어요.”

 

나라 재산에는 현금과 실물자산이 있다. 현재 정부 재정은 이중 현금만 따지는 현금주의 회계를 택하고 있다. 현금주의 재정에선 조작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1000억 짜리 나라 땅을 500억에 팔았다. 명백한 500억 손실이지만, 한국 재정수지에는 500억 흑자로 찍한다.

 

자산의 손익은 무시하고 오로지 현금 이동만 따지기 때문이다. 원로 교수들과 회계전문가들이 현금과 재산을 전부 재정수지에 반영하는 글로벌 재정수지를 하라고 제안했었다(발생주의 회계). 그러나 기재부는 회계조작이 가능한 현 방식만을 고집하고 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재정준칙에 장단점이 있고 도입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고 봐요. 그런데 현재 한국의 재정준칙은 단점만 있는 최악의 방식이에요. 정부 역할을 줄이는 대신 재정을 견고하게 가져가거나 재정 지출을 감수하고 정부 역할을 가져가거나 이런 차원이 아니라 한국의 재정준칙은 재정 지속가능성도 못 지키고, 국가 역할도 줄이는 최악의 방식이라고요. 이거는 막아야 하는 거에요.”

 

한 가지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유럽 국가들이 재정준칙을 만든 이유는 통화 동맹 때문이었다. 유럽연합 이전에는 독일의 마르크, 프랑스의 프랑 등 각국마나 돈이 달랐었다. 이를 단일 화폐(현 유로화)로 통합하려 어느 한 나라의 돈 가격이 갑자기 튀어서는 안 됐다.

 

통일하기 전까지 함부로 돈을 못 쓰게 하려고 정부지출을 제한한 것이 재정준칙인데 가장 주도적인 나라가 독일이었다. 그런데 독일부터 재정준칙을 깼고, 프랑스, 영국이 깼고, 너도나도 엉망이 된 가운데 통합된 게 유로화였다. 그런데 한국은 그런 이유가 없다.

 

“기재부는 다른 주요국들은 재정준칙을 다 도입했는데 왜 우리나라랑 터키만 도입하지 않았냐고 하는데 이것은 사실이에요. 그런데 왜 다른 나라들은 재정준칙을 도입했느냐, 그건 재정이나 경제적 이유 때문 아니라 정치‧외교적인 목적 때문에 재정준칙을 도입한 거라고요. 그런데 정부는 정치적인 재정준칙을 마치 어떤 경제적인 이유로 도입하는 거라고 주장하는 거죠.”

 

◇ 태업과 배임, 망가진 삼권분립

 

언론에서 말하지 않는 진짜 우려가 있다. 정부의 국회 예산권 침해다. 정부는 세금이 부족하자 나랏돈을 안 쓰겠다고 말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가 말하는 ‘자연스러운 불용’이 그 뜻이다. 그런데 이는 위법 소지가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선 국회가 예산권을 가져요. 안 그런 나라는 독재국가죠. 민주주의 정부는 민주주의 국회가 어디에 얼마를 쓰라고 결정하면 써야 해요. 안 쓰면 민주주의를 위배하는 거죠. 추경호 부총리도 알아요. 그래서 강제적 불용을 하지는 않고, 자연스러운 불용을 활용하겠다고 말하는 거죠.”

 

“이걸 정확하게 해석한다면요. 부장님이 회식 가서 마음대로 먹어라고 하면서 나는 짜장면이라고 말해요. 그러면 짜장면 아니면 탕수육인 거죠. 양장피는 못 시키는 거거든요. 그래놓고 부장님은 나는 분명히 먹으라고 했다. 비싼 거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고 하는 거죠.”

 

정부가 적극적으로 예산집행을 안 하는 건 의도가 무엇이든 태업이자 배임이다.

 

“정부는 최대한 불용과 이월없이 국회가 심의한 예산과 사업을 집행하는 게 원칙이에요. 그런데 각 부처들은 예산 집행을 쥔 기재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어요. 이랬을 때 기재부가 한마디 한 거예요. 강제로 불용을 종용하지는 않겠다. 우리는 자연스러운 불용을 활용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원래는 양장피 먹으려 했는데 돈이 부족하니 짜장면만 먹자. 그렇게 유연하게 바꿀 수는 없나.

 

“굉장히 중요한 지적입니다. 돈이 없으면 유연하게 바꿔야 하죠. 다만 누가 유연하게 바꿔야 되냐,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유연하게 바꾸는 거예요. 국회가 20억 쓰라는 걸 정부가 나는 15억만 쓸 거야, 이러면 국회 예산 심의권은 무시되는 거거든요. 이건 민주주의 원칙을 배제하겠다는 거에요.”

 

 

◇ 재정, 써야 할 곳에 쓰고 있는가

 

한국 사회는 지금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재정준칙이니 국가부채니 허상이 아니라 눈앞의 위기를 말할 때다. 실질 소득은 뭉개졌고, 서민 경제는 위축됐다. 최근 경상수지에서 소비가 증가한 건 8000원짜리 김치찌개가 1만1000원으로 솟구쳤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정부는 더욱 지출을 졸라매겠다고 하고, 근로장려금과 같은 서민 지원을 축소검토하면서 국가전략기술 등 대기업 감세는 계속하겠다고 한다. 기업 감세를 하면 그 힘으로 민간 소비나 투자를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민간 소비 확대를 위해서는 민간 소득이 늘어나야 하는데 민간 소득 중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 공적 이전 지출이라고요. 하위 40%의 소득에서 정부 지원 비중이 굉장히 크고 상위 20% 이런 계층은 상대적으로 낮죠. 그런데 정부 지출이 줄어들면 하위 40%의 소득이 줄어들고 아무래도 한계 소비 성향이 높은 하위 40%의 공적 이전 소득이 줄어들면은 민간소비도 당연히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거는 상식인 거죠.”

 

항간에선 이런 논리도 있다. 대기업이나 대기업 근로자들이 세금 대다수를 내는 데 이 사람들의 굴리는 돈이 커야지 국민경제도 굴러가고, 세금도 많이 걷힌다.

 

“소득 상위 20%가 내는 세금 비중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저는 (소비 부문에서) 그것보다 한계 소비 성향이 더 중요한 요인으로 봅니다. 왜냐하면 소득 상위 계층들은 돈을 벌면 소비 대신 축적을 한다고요. 이미 소고기를 먹는 사람이 돈 벌었다고 더 먹진 않을 거 아니에요.”

 

고소득층에 부가 집중돼야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를 해 국부를 불어난다는 말도 있다. 제조업은 성숙기에 들어갔고 한국은 자본으로 먹고 사는 나라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일본의 전철을 가겠다는 거잖아요. 일본은 과거 제조업 강국에서 지금은 본원 수지 흑자국으로 먹고 사는 거잖아요. 자본소득이 늘어나는 거 자체는 나쁠 게 없죠. 그런데 자본소득이 많은 것과 무역경쟁력이나 제조업 경쟁력이 하락하는 게 별개 문제인데 자본 수지가 좋아진다고 해서 제조업 경쟁력을 하락할 필요는 당연히 없죠. 그런데 우리가 언젠가는 제조업에서 자본소득으로 넘어가야 한다. 그건 일본의 전철을 가겠다는 거죠.”

 

일본은 아베 때 양적완화로 잠깐 취업률이 반등했지만, 장기추세선에서 보면 실질임금이 수십년간 정체돼 있다. 가난한 국민과 부자 나라. 경제학적으로는 부동산이나 주식은 부가가치의 증식이 아니라 부의 이전이라서 GDP 계산할 때도 부동산 주식은 생산활동으로 치지 않는다. 미국조차 자본수지 국가에서 제조업을 가져가겠다고 IRA법을 추진했다.

 

“이번 정부 경제 정책의 가장 큰 우려는 긴축을 하니까가 아니에요. 도저히 예측 가능성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에요. 시장에 끼치는 정부 재정의 역할은 막대합니다. 그런데 건전 재정을 하겠다고 말하면서 감세를 하면서 재정에 해를 끼치고 있죠. 시장은 정부 행동을 보고 움직이는 게 그러면 시장의 예측 가능성이 없어지는 거에요. 건전 재정을 위한다며 눈속임만 한다, 저는 이제 지금 가장 큰 문제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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