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선 지방도시주택공사에도 주택도시기금 출자를 허용해야 한다는 정책제언이 나왔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조세금융신문과 공동주관으로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도시기금 제도개선 국회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의원 안철수(국민의 힘), 한준호‧박홍배(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동 주최했다.
지방공사들은 자금조달에서 족쇄를 차고 공공주택사업을 하는 형국이다.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주택사업시행은 사업 초기 충분한 부채를 끌어들여야 사업시행이 가능하다. 부채로 많은 자금을 끌어들이려면 자본금이 커야 한다.
현행 주택도시기금법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만 자본금 출자를 허용하는 반면, 지방공사에는 보조금 식으로 내려주고 있는 데다 행정안전부가 지방공사 부채한도를 제한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공주택사업이 LH중심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지만 LH 사업은 지역 수요자 특성 고려 없이 획일적인 공급으로 미분양이 발생하는 등 여러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이성영 동천주거공익법센터 연구원은 ‘주거정책 분권화 관점에서의 주택도시기금 현황과 과제’의 주제발표에서 “LH중심 사업의 부작용을 해소하고 지역 맞춤형 공공주택 공급을 위해 지방정부와 지방공사의 적극적인 주택도시기금 활용이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핵심은 지방공사가 공공주택 관련 기금을 보조금이 아닌 자본금으로 쌓을 수 있게 하여 사업을 시행할 체급을 확대할 수 있자는 것이다. 같은 돈인데 보조금으로 받아도 문제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예를 보조금을 100억을 받으면 딱 100억원만 쓸 수 있다. 그런데 100억원을 자본금으로 받으면 300~400억원을 은행에서 빌려올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장기적으로는 지방공사 전용의 별도 지역 주택도시기금을 만드는 안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중간 과도기적 방안으로 주택도시기금 내 지자체와 지방공사만 사용할 수 있는 ‘주택도시기금 내 지역계정’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이밖에 지역특화 임대주택 등 지역 수요를 반영한 주거정책을 수립할 경우 주택도시기금 출자를 늘려주는 등 인센티브 마련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지역 맞춤형 주택공급을 위한 ‘지역주택기금’ 설립, 지역 주거복지정책의 추진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지역 주택도시기금공사’ 설립 등을 중장기 개선방안으로 내놓았다.
송두한 GH 도시주택연구소장은 ‘주택도시기금 출자를 통한 지방공사 주택공급 확대 방안’ 발제에서 공공주택사업에서 과도한 LH 쏠림으로 인해 지방공사의 역량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송두한 소장은 “LH가 수도권 개발사업의 90%를 시행하는 독점적 사업구조로 지방공사의 공공주택 사업역량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라며 “LH의 수도권 택지 독점은 최근 LH 공공주택 미착공 물량이 급증하는 등 LH발 공공임대 공급충격이 현실화할 우려가 커졌다”라고 전했다.
수요 위축기에 민간주택시행은 당연히 쪼그라들게 되는데, 이런 시기에 LH마저 공공임대사업에 나서지 않으면, 지방공사가 할 수밖에 없는데 주택도시기금 출자구조 때문에 지방공사의 여력은 LH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주택도시기금 운용 내역을 보면, LH는 주택도시기금의 지속적인 출자로 2022년 말 기준 자본금 43조6256억원 중 주택도시기금의 지분율이 61.3%(26조7542억원)에 달한다.
지방공사는 기금을 받아도 보조금 형태로 지원받아 자본금 상승효과가 없는데, 만일 보조금으로 받는 기금을 자본금으로 받게 되면, 주택공급 역량이 대폭 증가한다.
예를 들어 GH의 경우 올해 주택도시기금 보조금 777억원이 출자금으로 전환되면 약 2780억원(행정안전부 지방공사채 발행기준 부채비율 350%)의 자금조달이 가능하다. 주택 수로 환산하면 약 1700호(평균 건설비 1.6억원 적용)에 달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중앙정부 중심의 기금운영 방식에서 지역 특성을 반영하는 유연한 기금운용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라며 “주민과 밀착된 지방정부가 재원 사용과 개발 권한 등에서 주택정책의 중심에 서야 하고, 그것이 지방자치 철학에도 부합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세용 GH 사장은 “지방 공기업 부채관리제도 운영으로 적정 부채비율을 유지하면서 3기 신도시 등 정책사업을 추진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라며 “GH 등 지방 공기업들도 출자금으로 주택도시기금의 지원을 받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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