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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스타트업, 수평 문화보다 먼저 갖춰야 할 것

 

(조세금융신문=함광진 행정사) 스타트업의 시작은 희망과 열정으로 가득하다. 몇 명 안 되는 구성원 모두가 가족처럼 지내고, 직급도 없이 서로를 ‘OO님’이라 부르며 자유롭고 수평적으로 일한다. 창업 멤버들이 마케터, 디자이너, 개발자, 영업까지 도맡아 밤새워 일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직원이 하나둘 퇴사하기 시작하고, 분위기도 점점 무거워진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답은 명확하다. 일하는 방식과 역할이 처음부터 제대로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직 관리의 함정,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스타트업은 보통 2~5명의 소수 인원으로 시작한다. 이처럼 사람이 적은 초기에는 ‘굳이 직급이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 쉽다. 실제로 많은 대표들이 “우린 수평적인 문화를 지향해요”라며, 직책이나 보고 체계, 조직도 같은 건 나중에 만들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팀이 커지기 시작하면 문제가 본격화된다. 누가 어떤 일을 맡고 누구에게 보고해야 하는지 정해지지 않으면, 책임이 불분명해지고 의사결정이 늦어진다. 결국 빠뜨리거나 중복되는 일이 생기고, 오해와 갈등이 쌓인다.

 

많은 스타트업이 실리콘밸리식 수평 조직 문화를 무비판적으로 따라간다. 겉으로 보기에 멋지고, 최신 방식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직 구조와 의사결정 체계가 불명확한 상태에서는 오히려 혼란만 키운다. 중요한 건 유행이 아니라, 우리 팀의 규모와 특성, 성장 단계에 맞는 조직 틀을 만드는 것이다.

 

대표가 모든 걸 붙잡고 있으면, 조직은 멈춘다

 

초기 스타트업 대표는 일정 관리부터 마케팅, 고객 응대, 회계, 심지어 청소까지 스스로 처리한다. 사람도 예산도 부족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내가 해야 가장 빠르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렇게 모든 결정과 실행이 대표에게 집중되면, 조직은 병목에 빠진다. 대표의 결재가 늦어지면 직원들 손이 멈추고, 중요한 일에 집중할 시간과 에너지도 고갈된다.

 

비유하자면 선장이 노를 젓고 돛을 달며 부엌까지 들락거리는 상황이다. 배는 움직이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잡는 사람은 없다. 대표의 진짜 역할은 모든 걸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중심을 잡고 방향을 정하는 일이다. 일을 나누고 체계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 관리의 출발점, ‘기본 3요소’

 

회사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아무리 작은 조직이라도 기본 틀은 필요하다. 대표가 꼭 챙겨야 할 세 가지는 조직도, 업무 분장, 권한 설정이다.

 

조직도는 회사의 설계도다. 누가 어떤 일을 맡고, 누구에게 보고하며, 결재는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 한눈에 보여준다. 지금 규모에 맞게 만들되, 확장 가능한 구조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업무 분장은 ‘그냥 이거 좀 해줘요’라는 말 대신, 맡을 일과 책임, 기대하는 결과물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일이다. 그래야 혼란과 오해 없이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권한 설정은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게 조율하는 것이 핵심이다. 책임만 지고 권한이 없으면 직원은 무기력해지고, 반대로 권한만 주면 통제가 어려워진다.

 

이러한 기본 구조가 마련되면, 조직은 조금씩 자율성과 효율성을 갖추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전히 대표의 말 한마디에 좌우되는 일들이 많고, 사람이 바뀔 때마다 기준이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조직 운영의 기준을 ‘문서’로 남기는 일이 필요하다. 바로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사규’다.

 

사규는 생존 전략이다

 

많은 스타트업이 ‘사규’를 먼 훗날의 일로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조직이 커질수록 문제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사전에 기준과 원칙을 마련해두는 것이 곧 리스크 관리이고, 생존 전략이다.

 

특히 대표 혼자서 모든 기준을 만들기는 어렵다. 사람 문제는 감정이 얽히기 쉽고, 규정은 느슨해도 빡빡해도 문제가 생긴다. 법적 책임, 투자자 대응, 인사 갈등까지 고려해야 할 요소도 많다. 이럴 때는 외부의 시각에서 나온 현실적인 조언과 다양한 사례 기반의 설계가 큰 도움이 된다. 내부에서는 미처 인식하지 못한 사각지대를 짚어주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그 해결의 출발점이 바로 ‘사규’다. 사규는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조직을 안전하게 운영하고 일의 기준을 세워주는 시스템이다. 완벽할 필요는 없다. 작은 규칙 하나라도 만들면, 대표 혼자 끌던 조직이 함께 움직이기 시작한다. 조직 설계는 성공한 다음에 하는 일이 아니라, 성공을 가능하게 만드는 준비다.

 

 

[프로필] 함광진 행정사

•CS H&L 행정사 사무소 대표

•인천광역시청 재정계획심의위원

•사회적기업진흥원 전문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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