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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사규, 만든 지 몇 년 됐습니까?

 

(조세금융신문=함광진 행정사) A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는 직원 수 20명의 중소기업이다. 최근 회계팀에서 유류비 지출 내역을 점검하던 중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영업팀 김대리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 중, 매달 주유비가 다른 직원보다 두 배 이상 많았던 것이다. 회계 담당자가 사용 내역을 확인하자 김대리는 이렇게 말했다. “아, 업무 차량으로 출퇴근도 하다 보니까요. 출근길에도 고객 전화 받으면서 일하잖아요.” 이 발언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회사 대표는 즉시 회계팀에 사규 위반 여부 확인을 지시했지만, 정작 회사에는 ‘업무용 차량의 사용 범위’나 ‘유류비 인정 기준’을 정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회사는 내부 회의 끝에 “출퇴근은 개인 사용으로 본다”는 원칙을 새로 세우고, 그제서야 뒤늦게 경비처리규정과 물품관리규정을 손보기 시작했다.

 

문제의 본질은 ‘사규 방치’에 있다

 

이 사례의 핵심은 유류비가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사규가 오래되어 조직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데 있다. 많은 기업이 한 번 사규를 만들어 놓고 수년 동안 그대로 두지만, 기업의 경영 환경은 끊임없이 변한다. 법령이 개정되고, 근무 형태가 달라지고, 복지 제도가 바뀌며, 특히 회계·노무·안전 관련 기준은 해마다 새로운 해석이 등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규를 손보지 않으면, 현장에서는 늘 이런 질문이 반복된다. “이건 어디까지 업무용으로 봐야 하나요?” “퇴근 후 고객 연락은 근무시간인가요?” “재택근무자는 출장비를 받을 수 있나요?” 이 질문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기준이 낡았기 때문’이다.

 

사규는 조직의 변화를 담아야 한다

 

사규는 책장 속 문서가 아니라 실제 기업 현장을 움직이는 기준이다. 회사의 질서와 신뢰를 유지하는 운영 매뉴얼이며, 기업이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최소한의 방패다. 그러나 사규는 시대의 흐름과 경영 환경의 변화를 놓치면 점점 효력을 잃는다.

 

그때부터는 규정이 조직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규정을 외면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대표의 눈에는 “사규야 바꿀 게 뭐 있겠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현장은 1년도 지나지 않아 이미 달라져 있다. 업무 방식, 근로 형태, 복지 제도, 기술 환경, 세대 인식까지 모두 변한다. 그 변화 속에 사규가 머물러 있으면, 그 문서는 더 이상 현재의 회사를 설명하지 못한다.

 

점검의 핵심은 두 가지다

 

기업은 매년 다음 두 가지 관점에서 사규를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첫째, 요즘 법에 맞게 되어 있는가.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령은 해마다 조금씩 바뀐다. 그런데 사규가 그대로라면 “규정대로 했는데 왜 위법이냐”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법이 바뀌면 사규도 함께 고쳐야 분쟁이 생겼을 때 회사를 보호할 수 있다.

 

둘째, 지금 회사의 상황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가. 직원이 늘고, 부서가 바뀌고, 재택근무나 유연근무제가 생기면 예전의 규정으로는 지금의 조직 운영 방식을 설명하기 어렵다. 근무시간, 출장비, 복지제도가 여전히 옛날 기준이라면 직원들은 “이건 지금 방식이랑 안 맞아요”라고 말하게 된다. 사규가 조직의 흐름과 동떨어지면, 결국 아무도 지키지 않는 문서가 된다. 문제가 생겼을 때 내부 기준을 제시할 수도 없게 된다.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실행은 쉽지 않다

 

사실 대부분의 대표와 직원 모두 사규 재정비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이건 규정으로 정해야겠다”는 말이 나오지만, 막상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사규는 당장 매출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급하지 않다’고 느껴지고, 누가 주도해야 하는지 모호하며, 법·노무·회계 등 전문적인 검토가 필요해 손대기가 어렵다.

 

결과적으로 “언젠가 해야지”라는 생각만 남고, 그 사이 법은 바뀌고 현실은 변해 사규는 점점 더 낡아간다. 하지만 사규 정비는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기업 경영의 정기 점검 항목이 되어야 한다. 회계감사처럼, 사규도 매년 ‘법과 조직의 변화에 맞는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나중에 한꺼번에 하자”는 생각은 결국 기업에 더 큰 리스크로 돌아온다. 문제가 생긴 뒤에야 손보는 사규는, 이미 제 역할을 잃은 사규다.

 

사규는 회사의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다

 

법이 변하면 사규도 변해야 한다. 회사가 성장하고 방향을 바꾸면, 그에 맞게 다시 다듬어져야 한다. 사규는 회사의 오늘을 비추는 거울이다. 그 거울을 매년 닦지 않으면, 어느 순간 회사의 모습이 흐려진다.

 

사규를 재정비할 때는 전문성 있는 시각으로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회사의 운영 구조에 맞는 실질적인 기준으로 다듬어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사규만이 회사를 보호하고, 내일의 분쟁을 막는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가 된다.

 

 

[프로필] 함광진 행정사

•CS H&L 행정사 사무소 대표

•인천광역시청 재정계획심의위원

•사회적기업진흥원 전문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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