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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회사는 왜 한 명의 문제 직원 앞에서 무력해지는가?

 

(조세금융신문=함광진 행정사) 회의 도중, 한 직원이 팀장의 지시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건 제 담당 업무가 아닙니다.”

 

회의실은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팀장은 말문이 막혔다. 놀라운 장면처럼 보이지만, 사실 많은 기업에서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해당 직원은 평소에도 성과가 낮고, 팀 내 소통도 거의 없었다. 부서장은 징계를 검토했지만, 사규나 명확한 업무 기준이 없다 보니 징계 사유로 삼기 어렵다는 판단에 결국 아무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이처럼 기준이 없는 조직은 마치 신호등 없는 교차로와 같다. 누가 우선인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결국 충돌이 일어난다. 갈등은 반복되고, 조직은 점점 피로해진다.

 

내부 갈등을 키우는 직원의 행동 패턴

 

직원 A씨는 입사 2년 차 사원이다. 조용하고 묵묵한 성격처럼 보이지만, 팀워크를 저해하는 주된 인물로 지목된다. 출근 시간 10분 지각은 일상이고, 이유는 늘 비슷하다. “지하철이 멈췄어요.”, “몸이 안 좋아서요.” 월초가 되면 병원 진료, 가족 행사 등 다양한 이유로 사전 통보 없는 결근이 반복된다.

 

회의에 들어가면 문제는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팀장의 업무 지시가 내려오면 그는 고개조차 들지 않고 말했다. “그거 제 업무 아니죠.” 회의 중 “그건 팀장님이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반박한 일도 있었다. 다수의 팀원들 앞에서 상사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는 조직의 분위기를 급속히 경직시켰다.

 

더 심각한 문제는 ‘녹취 사건’이었다. 신규 프로젝트 점검 회의 중, 그는 팀장을 향해 “그날 회의 때 이렇게 말하셨잖아요”라며 스마트폰에 저장된 음성 파일을 재생했다. 그 이후 회의 분위기는 바뀌었다. 모두가 서로를 경계하며 말수를 줄였고,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던 분위기는 사라졌다.

 

성과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프로젝트는 매번 지연됐고, 보고서는 마감 직전에 형식적으로 제출되었다. 피드백에 대한 반응도 무성의했다. “아, 다음엔 좀 더 신경 써볼게요.” 팀장은 개선을 요청했지만, A씨는 늘 같은 태도를 반복했다.

 

진짜 문제는 기준 부재

 

팀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커졌다. “우리 팀 분위기 완전히 무너졌어.”, “왜 아무도 조치를 안 하지?” 하지만 진짜 문제는 A씨 개인이 아니었다.

 

그의 행동을 반복적으로 용인하게 만든 조직 내부의 ‘기준 부재’가 더 심각한 원인이었다. 최소한의 대응 기준, 절차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규 하나만 있어도, 반복적인 지각이나 상사 지시 불응, 무단 녹취, 성과 부진에 대해 조직은 공식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직무 범위가 불분명하면 업무 지시를 거부할 수 있고, 복무 기준이 없으면 반복적 지각도 제재하기 어렵다. 회의 규칙이 없다면 무단 녹취도 책임을 물을 수 없고, 성과 기준이 모호하면 성과 부진도 주관적으로 받아들여질 뿐이다.

 

이처럼 조직이 ‘기준 없음’을 방치하면, 구성원은 신뢰를 잃고 업무 몰입도는 떨어진다. 그러다 결국 조직 전체가 흔들린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기업에서 규정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기준이 만든 변화

 

B기업에서는 업무분장이 정리되자 상사의 지시에 대한 갈등이 줄고, 팀원들은 자신의 책임을 명확히 인식하게 되었다. 복무규정이 강화되면서 지각과 무단결근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회의 중 무단 녹음이 금지되자 구성원 간 신뢰도 회복되었고, 공개적 반박보다는 존중과 질문이 오가는 문화로 전환되었다. 성과평가 기준이 명확해지자 직원들은 개선 방향을 스스로 파악하고, 수용성 있는 평가 시스템이 정착되었다. 징계 절차도 마련되면서 경영진은 ‘감정적 대응’이라는 비난 없이도 공정한 징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더는 문제 직원 하나에 조직 전체가 흔들리지 않게 되었다. 침묵하거나 분노하던 구성원도, 손을 놓았던 관리자도 ‘기준과 절차’라는 도구를 손에 쥐게 되었다. 그리고 그 기준은, 조직이 문제 상황을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사람이 아니라, 기준이 조직을 바꾼다

 

물론 기준이 생긴다고 해서 모든 직원이 즉시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준 없이는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기준이 있어야 구성원 스스로 행동을 돌아보고, 조직은 일관된 원칙으로 대응할 수 있다. 기준은 행동의 방향을 정하고, 조직의 공정성을 보장해주는 최소한의 장치다.

 

기준과 절차는 조직을 옥죄는 족쇄가 아니다. 오히려 성실한 다수를 보호하고, 조직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돕는 내부 자율 시스템이다. 예측 가능한 기준은 구성원에게는 행동의 방향을, 관리자에게는 공정한 권한의 근거를 제공한다.

 

또한 부당한 지시나 평가로부터 직원 스스로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업무분장, 복무규정, 회의 운영 원칙, 성과평가 기준 등 조직의 기본 틀을 갖추고, 모두가 알고 지킬 수 있도록 정비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갈등을 예방하고 신뢰를 회복하며, 위기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조직을 만드는 가장 현실적이고 확실한 출발점이다.

 

[프로필] 함광진 행정사

•CS H&L 행정사 사무소 대표

•인천광역시청 재정계획심의위원

•사회적기업진흥원 전문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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