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영기 기자) 전세보증금 반환 분쟁에서 임차권 등기 결정이 났다는 사실만 믿고 먼저 이사해버리면, 대항력·우선변제권을 둘러싼 쟁점이 꼬이면서 회수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일 엄정숙 변호사에 따르면 임차권등기는 세입자가 “이사하면서도 권리를 지키는 장치”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임차권등기 ‘결정문’을 받아 놓고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엄 변호사는 “임차권등기는 ‘결정’이 아니라 등기부에 실제로 기재되는 ‘등기완료’를 기준으로 실질적 효력이 정리된다”며 “결정문을 받았다는 이유로 이사부터 해버리면 상대방이 ‘이미 점유를 잃었다’는 식으로 다툼을 만들고, 이후 절차가 불필요하게 복잡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무에서 자주 발생하는 오해는 ‘결정=완료’라는 인식이다. 임차권등기명령은 대체로 신청→법원의 결정→등기소 촉탁→등기 완료 순으로 진행되는데, 이 가운데 ‘결정’과 ‘등기완료’ 사이에는 실제 처리 시간이 존재한다. 문제는 이 공백 구간에서 임차인이 먼저 짐을 빼고 열쇠까지 넘기는 경우다. 이후 임대인이 반환을 지연하거나, 등기부에 변동이 생기면 임차인은 “결정문도 있는데 왜 진행이 꼬이느냐”는 상황에 부딪히게 된다.
엄 변호사는 “임차권등기는 보증금을 ‘받아주는’ 제도가 아니라, 퇴거 이후에도 권리관계를 흔들리지 않게 형태를 고정해주는 장치”라며 “그래서 핵심은 ‘신청했느냐’가 아니라 등기부에 기재됐는지 확인했느냐, 그리고 그 상태에서 언제 퇴거·인도를 정리했느냐”라고 설명했다.
이사 일정이 먼저 잡혀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변수다. 새 집 계약일과 이삿짐 일정, 학교·직장 사정이 얽히면서 ‘결정만 나오면 나가도 된다’고 판단하기 쉽다.
그러나 엄 변호사는 “이사 일정이 급하더라도 최소한 등기부등본으로 임차권등기 기재를 확인한 뒤 퇴거 여부를 정하는 것이 안전하다”며 “결정문을 출력해 두는 것과, 등기부에 권리가 실제로 찍혀 있는 것은 분쟁에서 증거의 무게가 다르다”고 했다.
또한 임차권등기와 별개로, 보증금을 실제로 돌려받기 위해서는 집행 단계로 연결되는 문서를 확보하는 문제가 남는다.
엄정숙 변호사는 “임대인이 ‘곧 주겠다’며 시간을 끌기 시작하면, 그다음 단계는 설득이 아니라 집행권원 확보”라며 “말로 된 약속이나 간단한 합의서만으로는 강제집행이 되지 않기 때문에, 회수 국면에서는 ‘집행력 있는 문서’를 받아두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 변호사는 “임대인의 협조가 가능하다면 강제집행승낙 문구가 포함된 공정증서로 반환 의무와 지급기한을 확정해 두는 것이 가장 빠르다”며 “다만 공정증서 작성에 응하지 않거나 조건을 붙이면 분쟁이 길어지기 쉬우므로, 결국 판결과 같은 집행력을 갖는 조서(조정조서·제소전화해조서 등)나 확정된 결정 형태로 집행권원을 확보해 강제집행으로 바로 이어질 수 있게 설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차권등기 ‘결정’만 받아두고 기다리는 동안 상대방의 재산 상황이 바뀌면 회수 여지가 줄어드는 경우도 있어, 회수의 관건은 집행권원을 얼마나 일찍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엄 변호사는 임차권등기 단계에서 특히 세 가지를 강조했다. 첫째, 이사·열쇠 인도는 등기완료 확인 이후로 정리할 것. 둘째, 등기부등본에서 기재가 확인되면 그 시점을 기준으로 퇴거·인도 관련 사실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해 다툼의 여지를 줄일 것. 셋째, 임대인의 협조가 흔들리는 조짐이 보이면, 단순 협의에 머무르기보다 집행권원 확보로 곧바로 연결해 회수 루트를 끊기지 않게 할 것이라는 조언이다.
엄정숙 변호사는 “전세금 분쟁은 결국 ‘돈을 받을 수 있는 형태로 권리를 유지했느냐’의 싸움으로 흘러간다”며 “임차권등기에서 가장 흔한 실패는 법원 결정이 났다는 사실에 안도해 이사 타이밍을 잘못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정–촉탁–등기완료라는 절차의 간격을 정확히 이해하고, 등기부 확인을 기준으로 움직이되, 반환이 지연될 조짐이 보이면 집행력 있는 문서 확보까지 염두에 둔 설계로 회수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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