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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장 면세점 도입, 어디까지 왔나?

인천공항공사·면세업계·항공사 셈법 제각각
관세청은 15년간 외면…현장선 어려움 토로

 

(조세금융신문=박가람 기자) “출국할 때 구매한 면세품을 왜 여행 내내 가지고 다녀야 하나. 입국장 면세점을 도입해야 한다.”

 

인천공항공사는 국민 2만여 명을 대상으로 지난 2002년부터 2017년까지 10차례에 걸친 설문조사 결과, 84%가 입국장 면세점 설치에 찬성한다고 말한다.

 

사실 입국장 면세점 도입 논의는 거의 매 국회마다 꾸준히 있어왔으나 실현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입국장 면세점 도입 방안을 검토하라고 직접 지시하면서 사업의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왜 우리나라는 입국장 면세점이 없나?

 

인천공항공사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 중인 국가는 73개국, 138개 공항이다. 이중 58개는 중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 아시아 29개국이 차지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지난해 나리타공항(2017.9)을 시작으로 간사이공항(2018.3), 나고야공항(2018.4) 등 3개 공항에 입국장 면세점을 설치했으며, 중국도 2016년 2월에 공항과 항만 입

국장면세점 19개소 신설을 승인해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도 2003년 처음으로 당시 열린우리당 소속이었던 임종석 현 대통령비서실 비서실장을 포함한 29명의 의원이 입국장 면세점 도입 관련 법률안개정안을 제출했다. 이후에도 2012년까지 5번의 관련 법률개정안이 제출됐지만 번번이 국회 본회의까지는 상정되지 못했다.

 

그리고 2018년 7월 17일,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 등 10명의 의원이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골자로 한 ‘관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해 소관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에 회부된 상태이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8월 13일 열린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입국장 면세점 도입 방안을 검토하라”며 직접 언급해 입국장면세점은 그야말로 ‘핫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일각에서는 오너 일가의 갑질과 경영 논란으로 입국장면세점 논의 때마다 강력히 반대 입장을 나타냈던 항공사의 입김이 약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어떻게 될 지 예측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입국장 면세점의 모습은?

 

많은 사람이 입국장 면세점 설치에 찬성하고 있지만, 출국장면세점과 같은 모습을 상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인천공항공사가 확보한 입국장 면세점 면적은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과 제2여객터미널 1층 수하물 수취지역 3개 구역 약 706제곱미터(약 200평)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공항공사 측은 입국장 면세점에서는 주류, 화장품, 담배 등 구매절차가 단순한 품목 위주로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입국장이 혼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위와 같이 판매품목을 제한해 세관 추가 검사 필요성이나 휴대품 통과 지체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또 입국장 면세점 사업자로는 중소중견기업을 선정하고, 임대수익의 상당부분을 사회 공헌 등 공익목적으로 활용해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가치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항공사가 이러한 사회 환원 계획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공항에서 적지 않은 임대료를 내고 출국장 면세점을 운영하는 면세 업계는 ‘결국 목표는 이익 아니겠냐’며 곱지 않을 시선을 드러내기도 했다.

 

면세업계선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사실 면세점 관계자들은 입국장 면세점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입장이다. 전체적으로 면세점 업계는 입국장 면세점의 ‘실질적인 필요’가 무엇인지 의아하다는 입장이다.

 

한 면세업체 관계자는 “내국인 면세 한도를 늘려준다거나 인도장 추가설치, 물류센터를 늘리는 등 먼저 해야 할 일이 더 많은데 굳이 입국장 면세점을 설치해야하나 싶다”며 현 상황을 꼬집었다.

 

타 면세업체 관계자도 같은 입장이다. “진짜 국민의 편익을 위한 것이라면, 인터넷면세점·시내면세점에서 구입한 물건을 받는 인도장 추가 설치가 우선이다”고 말했다.

 

그는 “면적도 좁고, 판매되는 품목도 한정적이라 입국장 면세점이 생긴다고 해도 사실상 그렇게 큰 인기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내면세점을 운영 중인 주요 항공사 입장에서는 입국장 면세점이 달가울 리 없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내 면세품 연간 매출액은 3000억원대로, 면세품 구입 ‘마지막 기회’라는 소비자의 심리 자극과 승무원 외에 별도로 판매 인력이 필요 없어서 매출 부문에서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입국장 면세점은 여행자 휴대품 면세제도 입법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면세점의 기본 취지는 해외여행시 필요한 신변용품에 대한 세금면제인 반면 입국장 면세품 구입은 국내 소비가 주목적이라는 것이다.

 

이미 충분한 면세혜택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입국장 면세점 설치는 필요없다는 설명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는 현재 전세계 면세점 시장 국가별 점유율에서 1위(2016년 기준 17.2%)를 차지하고 있다.

 

항공사에서 근무하는 한 승무원은 “입국시 면세품 구매로 세관검사나 수하물 운반 등 입국 절차가 더 혼잡해지고 항공사의 업무 가중도 상당해질 것”이라며 우려했다.

 

15년간 반대한 관세청, 이번에는?

 

관세청은 처음 입국장 면세점 논의가 이뤄진 2003년부터 현재까지 설치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올해 또다시 입국장 면세점이 화두로 떠오르자, 8월 초 기획재정부, 관세청을 비롯한 관계부처에서는 공항 현장을 둘러보고 사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단계이고, 이후로도 관세청은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가장 기본적으로 ‘면세점’의 취지와 맞지 않고, 입국장 혼잡과 안전문제 등 우려되는 것이 많다”며 “관세청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지만,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문 관세청장 역시 지난해 열린 국정감사에서 “입국장 면세점 허용 문제는 국민의 시각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면세제도 본질의 문제이기 때문에 현실적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세관 관계자들도 “현장 업무상 우려되는 점이 많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직접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언급해 이를 검토하고는 있지만 관세청의 입장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기사는 월간 '조세금융' 9월호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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