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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간 ‘합산규제’…주무부처간 밥그릇 싸움 변질

“경쟁 촉진 vs 공정환경” 공전 거듭…KT-딜라이브 M&A ‘발목’

(조세금융신문=김성욱 기자)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1년째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고 정부는 두 주무부처의 입장이 엇갈린 가운데 의견을 조율 중이다. 향후 논의 일정도 불투명하다.

 

이런 가운데 통신사와 케이블 TV 사업자 간 합종연횡이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관련 기업결합심사에 착수했고, SK텔레콤은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통신 3사 중 당장 KT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관련 결정이 재차 연기되면서 딜라이브와의 인수합병(M&A) 추진전략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란 위성방송, 케이블 TV, IPTV를 하나의 유료방송시장으로 보고 특정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유료방송시장의 3분의 1(33.3%)을 넘지 못하게 막는 법이다. 독과점 방지를 위해 도입됐으며 지난해 6월 일몰됐다.

 

이에 따라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는 당초 지난 1월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여야간의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사후규제안을 두고 소위원회가 언제 열릴지도 미지수다.

 

때문에 합산규제를 둘러싼 논의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처럼 합산규제 향방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가장 큰 곤욕을 치르고 있는 기업은 KT와 딜라이브다. 이들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경쟁사가 각각 티브로드와 CJ헬로 M&A에 나선 것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없는 상황이다.

 

비록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인수가 예정대로 마무리돼도 KT는 KT스카이라이프와 함께 31.07%의 점유율로 1위를 유지한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를 품고 유료방송시장 2위(24.54%)를 차지하게 된다. SK텔레콤은 티브로드와 함께 3위(23.92%)다.

 

당초 KT는 딜라이브와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합산규제 논의가 지연되면서 일시 중단된 상태다. 향후에는 경쟁사들이 추가 인수에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딜라이브도 내달 말까지 1조4000억원 규모의 차입금을 채권단에 상환해야 하는 처지여서 난감하다. 딜라이브 대주주 KCI(국민유선방송투자)는 지난 2007년 딜라이브 인수를 위해 2조2000억원의 자금을 대출받았다. 채권단은 이 중 8000억원을 출자전환했고 나머지 금액은 3년 동안 만기를 연장해줬다.

 

딜라이브는 올 초부터 채무에 대한 만기 연장을 논의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M&A 절차가 6개월 이상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당장 합산규제 폐지가 확정되고 KT와 협상을 진행하더라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 vs 방통위…합산규제 논의 ‘엇박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합산규제 사후규제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이후 과기정통부의 방안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견과 방통위의 의견에 대한 과기정통부의 의견도 들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의 의견이 엇갈렸다. 이에 실무자들이 만나며 의견 조율에 나섰지만 업무 성격이 태생적으로 달라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과기정통부는 산업 진흥이, 방통위는 규제가 주요 업무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근본적으로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부터 지향점이 다르다. 과기정통부는 시장환경과 해외 제도 등을 고려해 유료방송에 대한 사전규제를 완화해 경쟁을 촉진하되 공정경쟁 및 이용자 보호 관련 제도 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달리 방통위는 합산규제가 시장 점유율 규제로 독과점적 지위를 제한해 공정경쟁 질서를 확보했다는 기본 취지에 집중, 정책 목적이 실현되는 것을 전제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료방송 사후규제 방안을 놓고도 의견 차가 크다. 가장 차이가 뚜렷한 부분은 요금 신고제 도입과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정 여부다.

 

과기정통부는 사후규제 방안 중 공정경쟁 환경 조성의 일환으로 요금 신고제를 포함했다. 현재 유료방송 사업자의 이용요금은 정부의 승인 대상이다. 과기정통부는 이용요금 승인제를 신고제로 전환하되 이용자 보호를 위해 최소 채널 상품 요금은 승인제를 유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합산규제가 일몰된 만큼 이용요금 승인제는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이를 포함해 시장 지배력이 높은 사업자를 시장집중 사업자로 지정하고 금지행위 위반 시 과징금을 행위별로 차등해 규제하는 의견도 냈다.

 

업계 관계자는 “합산규제에 대해 다른 행보를 보인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규제안에 대해서도 서로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사후규제안은 양 부처가 얼마나 의견 차를 좁힐 수 있는가가 관건이었으나 각각 규제권한을 가져가기 위한 양상으로 변질된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양 부처가 갈등 양상을 보임으로써 또 다시 합산규제의 불확실성이 연장되는 것”이라며 “기존 1~2년 연장이 아니라 사후규제 방안 마련까지 무기한 연장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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